[기자수첩] 공무원 재택근무, 한국 현실에 맞을까

‘온북’ 개발 등 재택근무 효율성 증대 방안 마련돼 대민업무, 인구정책, 지역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재택근무 부적절 재택근무는 공무원에겐 제한적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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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 들어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고 있지만, 100% 사무실 근무방식으로의 회귀는 아니다. 재택근무를 인정하되, 그 횟수를 주 1회 정도로 줄여가는 식으로 사무실 근무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문제는 공조직들이다. 최근 ‘온북’ 등의 도입으로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접근성이 높아졌다지만 사기업들과는 애초에 조직의 운영 원리나 목적이 다르기에 재택근무 전면 인정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출장 또는 재택근무 시에도 보안규정을 지키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노트북인 ‘온북’은 보안인증을 통과해야만 암호화된 저장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출장이나 회의 등에 온북을 안전하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의 재택근무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혁신처 또한 공무원 재택근무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근무 전, 후의 업무계획과 실적에 대해 보고하는 ‘업무 드러내기’ 등을 강조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현대자동차나 네이버에서 사용하는 ‘커넥티드 워크’ 방식 등 등 민간기업에서 사용하는 재택근무자 관리방식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공무원 재택근무, 민간기업과 달리 구조적 단점이 산재

문제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의 경우 재택근무을 하는 것이 업무 생산성 측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야기한다는 데 있다. 첫째로 대민업무가 주가 되는 많은 공무원 직역의 특성이다. 청년 세대들은 오프라인에서 문서 발급 등의 업무를 보기보다는 정부24 포털등을 통한 전자문서 발급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장년층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지역의 동사무소나 구청 등에 직접 방문해 공무원을 대면하고 일을 처리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중앙부처 또한 마찬가지다. 부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직통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굉장히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교육부에 근무하고 있는 30대 사무관 A씨는 “사실 민원 전화나 직접 방문자가 많을 때면 실질 업무는 4~5시 쯤이나 시작할 때도 많다”며 대민업무 때문에 생기는 업무량 과다를 호소했는데, 이러한 공무원 직역의 특성 상 재택근무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부처나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등이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직자들의 재택근무 전환이 비합리적인 이유다. 먼저 최근 부산 이전 계획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은행 같은 경우, 분명 금융공기업이지만 부산 이전 계획이 단순히 업무효율성 측면만은 아니고 인구정책적 차원이 큰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에서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어떤 인구정책적 효과성이 있는지 보고서를 낸 게 그 예시다. 업무의 비효율성이 증진되고, 인재 채용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존재할지라도 지방 도시에 존재할 만한 근거가 크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생리인데 재택근무는 이러한 행정적 목적과 맞지 않는다.

재택근무로 텅 빈 정부부처 사무실, 관리 비용은 납세자의 세금

또한 민간 기업의 경우 재택근무 인원을 늘리면 사무실 규모의 자연스러운 조정이 가능하지만, 공조직의 경우 함부로 건물을 매각하거나 임대 규모를 축소하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재택근무의 당위성이 다소 떨어진다. 영국 하원의원인 리스-모그는 최근 영국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제한하면서, 정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빈 사무실은 납세자들에게 순수한 비용으로 돌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공용재산의 활용 형태를 쉽게 바꿀 수 없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워싱턴DC는 재택근무 확대로 인해 시내 사무실의 1/3을 차지하는 연방정부 출근 인원이 줄자 도심이 텅 비었고, 이로 인해 도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DC의 공실 규모는 여의도 면적에 2/3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어느 나라건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당연히 요구하기 이전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지역의 상권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들의 사무실이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지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코로나19여파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있고, 민간기업에서 우수인재를 잡기 위해 유연근로를 확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의 공조직으로의 전면 확대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잘 맞지 않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최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공무원 직종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재택근무 등을 보상으로 제시하는 인재채용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