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언택트 가속화, 국내 노동법 개혁 방향성은?

국내 고용률 순위 OECD 37개국 중 29위 고용창출과 생산성 향상 위해 선진화된 유연한 노동시장 조성 필요 보건복지, 음식점 관련 분야 특수성 고려한 제도 개선 요구도

160X600_GIAI_AIDSNote
사진=본사DB

최근 우리나라의 고용률이 2000년도에 비해 6단계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 노동생산성 등 주요 지표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전경련, 고용률, 실업률, 경제활동참가율, 임금 관련 지표 발표

2000년 고용률은 61.5%이고, 2021년 고용률은 66.5%로 5.0%p 상승했지만, 순위는 오히려 6단계 하락해 OECD 국가 중 29위로 마무리했다. 혹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2016년까지 23위를 유지하다가 2017년부터 하락세를 보여 다른 원인이 있다는 반증이 있다. 실업률의 경우 2000년 4.6%에서 2021년 3.5%로 1.0%p 하락했으며 순위도 8단계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0.3%p 줄어 5단계 상승한 9위를 기록했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체감 고용상황과 지표 결과와는 괴리감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감 실업률과 시간제 근로자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0.1%를 기록했다. 고용시장 악화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도 2000년 16.4만 명에서 2021년 62.8만 명으로 약 4배가량 증가했다. 실업률 순위는 상승했지만, 국민들은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37개국 평균과 벌어지며 순위도 2단계 하락한 31위였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인력 확충이 어려워지고,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29위로 여전히 하위권이며,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임금의 경우 최근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순위가 4단계 올라 2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000 2.8달러에서 2021 8.8달러로 상승해 OECD 국가 중 12위에 달하는 수치이다. 전경련은 적정한 임금인상은 꼭 필요하지만, 생산성과 괴리된 수준의 급격한 임금 상승은 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실업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2000년 이후 노동생산성 등 일부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고용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선진화된 유연한 노동시장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본사DB

현실 괴리 유발하는 주 52시간제, 임금체계 등 노동법 개혁 감행할 것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연구하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이하 연구회)에서는 당초 논란이 많았던 주 52시간제에 대해 전면 폐지보다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제고하는 측면으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구회가 67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주 52시간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며 높은 만족도가 있었다. 하지만 몇몇 인사 담당자들은 “기업 규모나 행태, 특성이 다양하지만 근로시간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으며, 다른 노동자는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총량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에서는 절차가 까다로운 유연근무제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대책안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회는 ▲과도한 연공성 완화 ▲공정한 보상·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노사정 역할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노사 간 자율 협정으로 결정되는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편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18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로 열린 주한 미국 기업 임원들과 간담회에서 노동시장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규범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근로자와 그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유연 근로시간제의 요건과 절차적 복잡성을 지적하며, 기업의 노동비용을 높이고 성과와 연계되지 않아 근로 의욕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 성장력 제고를 위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한 개혁을 감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저임금 근로자 비중 감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노동법 현대화 과정 필요 

올해 상반기 임금 근로자 4명 중 1명은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며, 200만원 이상 받는 근로자는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나타났다. 보건업, 사회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더불어 올 상반기 기준 가장 취업자 수가 많았던 업종 역시 음식점이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4만여 명 감소했고 오히려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이 13만 명가량 증가했다고 밝혀 고령화가 취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차 사회가 고령화로 나아가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고용률 하락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기술 향상과 고령화로 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복지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분야는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며, 직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에 현실성이 없다. 돌봄 서비스가 9-18시 사이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때로는 주말과 상관없이 상주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또 복지제도 자체가 영리적 목적보다는 시혜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법을 개정할 때 보건복지 분야의 영역 설정과 민간과 협력하에 낼 지원방안과 가능하다면 복지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을 끌어올 방안을 제시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인간의 필수요소 의식주 중 ‘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음식점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점심시간(10시)부터 저녁 시간(20시)까지 일하는 식품계 정규직 근로자들의 특수성을 배려함과 동시에 제도적 유연성과 이들의 워라벨을 위한 정책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무조건적 성비 맞춤 고용이 아닌 시간제 근로제나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 확대를 통해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 역시 검토해야 한다. 노동인력 확충을 위한 직업훈련 강화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바뀐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법 현대화와 정부에서 구상하는 다양한 노동법 규율 문제 재정립이 양립할 수 있도록 당분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5년 뒤 지금의 경기 침체가 지나갔을 때 고용률은 턱없이 낮아져 있을지, 극적인 반등을 이뤘을지는 탄탄한 정책 마련에 달렸다. 탁상행정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노동법이 발의되기를 새 정부에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