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묶인 체납액 100조, 칼 맞는 국세청 체납추적팀에겐 방검장갑이 전부

국세청 체납추적팀, 열악한 환경에 생명 위협 느끼기도 포상금으로 보상하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방검복·방검장갑 지급뿐인 국세청 누계체납액 100조원 도달, 체납추적팀 지원과 징수역량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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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인원 및 체납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이를 추적하는 국세청 체납추적팀 근무자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체납추적팀 직원은 1인당 사건 2,895건(체납자 2,559명)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색 현장에선 신체적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다쳐도 적절한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납추적팀, 고강도 추적 업무 담당하는데 보호·인센티브 부족해

체납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고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체납추적팀은 잠복·신용카드 조회 등을 통해 거주지 및 사업장을 찾아내야 하고 은닉해둔 재산을 수색해 징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체납추적팀 공무원이 현장 출동할 경우 체납자의 흉기 난동으로 상해를 입고 부탄가스로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등 신체적인 폭력 사례도 적지 않다. 협박을 비롯한 각종 악의적 강제징수 회피행위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에 대해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위와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체납추적팀은 ▲추적전문요원 자격 취득 ▲체납추적 분야에서 본청 3년 또는 본·지방청 4년 이상 근무 ▲현금정리 우수자 등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한 이들 중 1개 세무서당 1명 또는 2명만 승진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인센티브 부여 조건마저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누계 체납액이 약 100조에 육박하고, 직원 1인당 담당 사건이 3,000건에 달하는 매우 열악한 근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현장근무에 대한 보호 및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라며 “직원의 안전을 보장 및 적절한 지원과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업무 의욕을 높여 원활한 징세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방검복·방검장갑으로 칼 막기? 지원에 구멍 ‘숭숭’

체납추적팀은 국세청 직원 중에서도 언제나 가장 위험한 순간에 노출된 이들이다. 특히 추적팀 요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찰관을 대동하고 수색에 나서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악질 체납자가 흉기를 들고 튀어나오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체납자가 스스로 자해하거나 흉기로 체납추적팀 요원들을 겨누는 경우, 일개 국세청 직원이 이들을 제대로 제압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 체납추적팀 선발 시 체력이 중요시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체납추적팀이 체납자로부터 피해를 보는 일이 늘어나자 국세청도 더 이상의 방관은 할 수 없었는지 2020년 말 방검복 233벌과 방검장갑 2000켤레를 지급했다. 그러나 방검복 하나, 방검장갑 하나가 이들의 생명을 충분히 보호한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체납추적팀 요원 중 일부는 사비를 들여가며 방검토시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국세청 차원의 지원에 구멍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작 중요한 체납추적팀의 출동 현황집계 및 부상 여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과 소방청, 그리고 서울시의 체납추적팀인 38세금징수과의 지원 현황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경찰청의 경우 현장 출동 직원에게 공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종 서류작성, 재심·소송 지원하고, 부상 완치까지 치료비 진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현장에서 폭행 등 충격 상황 노출을 대비해 트라우마 등 예방을 위해 긴급심리지원도 하고 있다. 소방청의 경우에는 암 등 중증질환으로 투병하는 사례가 빈번해 공무상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입증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해 스트레스 회복 강화 및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업무 의욕 고취를 위해 징수 직원에게 체납징수액의 최대 5%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체납액, 2023년 교육부 예산과 맞먹는다 

서울시 지방세를 징수하는 38세금징수과가 지자체 최대 체납징수 전문조직으로 자리매김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각종 지원 아래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라는 기조를 철저히 지켜나감으로써 빚어낸 노력의 결실이다. 38세금징수과가 신규 징수기법을 지속적으로 발굴·주도할 수 있는 것도 업무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평이다. 38세금징수과는 선도적인 체납징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가택수색을 통한 동산압류는 38세금징수과가 전국 최초로 시도해 정착시킨 징수기법이며, 최근엔 지자체 최초로 가상화폐에 대한 압류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체납추적팀의 업무는 잠복, 미행, 탐문, 압수수색 등으로, 사실 경찰과 닮은 점이 많다. 고액체납자의 주거지 및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하루 네 시간가량 인정되는 특근수당 정도다. 밥 먹을 시간은 고사하고 화장실 갈 잠깐의 틈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도 체납징수과 근무는 기피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체납자들은 어떻게든 세금을 피하려 하고 직원들은 체납징수를 피하려 한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행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누계 체납액은 약 100조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교육부 예산으로 계획된 액수와 맞먹는다. 정부 기관의 한 해 예산만큼의 돈이 꽁꽁 묶여 있는 셈이다. 체납액은 모두 국가가 받아야 했던 돈이며 받아내야 할 돈인 만큼, 체납추적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체납 징수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