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어공용화 ③ 부산시 영어 공교육 혁신, 예산 배정의 실상은 어떤가

부산시 영어 공교육 혁신 대안으로 영어몰입교육이 대안으로 부상 예산 부족으로 영어몰입교육 전문인력 확충 어려워 영어 공교육 혁신의 목표 지점을 제대로 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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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어상용도시’라는 야심 찬 목표를 수립한 부산광역시가 8월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영어 공교육 혁신을 위해 부산형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영어 교원 전문성 강화 및 원어민 교사 확보·관리, 교육과정 내외 영어교육 활성화, 영어 동아리 운영 지원 및 국제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의 세부 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를 전부 포괄할 수 있는 영어몰입교육 강화 및 교원 전문성 강화가 좋은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영어몰입교육 시행이 어려운 이유, 역량 있는 교사 부족·예산 부족

영어몰입교육이란 수학이나 과학 등 일반 정규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 학생이 영어로 기술된 수업 자료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과목 내용의 학습과 영어의 자연스러운 습득을 도모하는 학습 방법이다. 고등교육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나 초등교육 과정에서의 영어몰입교육 활성화, 특히 서울 시내 사립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영어몰입교육 형태의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각광받았다. 부산의 초등 공교육 현장에서도 영어몰입교육 확대가 바람직하나, 여기엔 여러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했다.

우선 수업 및 교사의 질 보장이 매우 어렵다. 일선에서 영어몰입교육을 지도했던 교사들의 의견에 의하면 교사들은 양질의 영어몰입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영어 교재 마련 및 수업 계획안 작성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영어몰입교육을 전담하는 전문인력의 채용 및 교육이 중요한 셈이다. 또한 학생들의 각 과목에 대한 기본 실력과 영어 실력을 둘 다 고려해 수업을 설계하고 영어몰입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이 개별 교사에게 매우 버겁기에 교사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이에 더해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적 역량이 있는 교사를 채용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에 배정되는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몰입교육의 사례는 아니지만, 부산시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 수업에 배정된 예산 상황을 보면 주 3회 교육에 33,100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고, 그중 81%가 인건비로 쓰이는데 이는 사실상 일선의 초등학교에서 한 시간당 최저시급에 가까운 돈으로 교습 인력을 고용해 영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58,430원을 배당해 이 중 81%를 인건비로 썼다. 이전 사례보다는 시급이 많은 편이지만 이것도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즉 이 정도 재정적 지원으로는 양질의 교사 확보와 교습 수준의 확보가 어려우리라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 최저시급의 수 배를 줘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영어몰입교육 전담교사인데, 설령 영어몰입교육 교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저시급을 주고 고급 인력을 고용하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시청 열린도서관 1층에 건립 중인 ‘들락날락’ 내부 모습. 부산시는 15분 도시 생활권 내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의 안전성과 편의성 확보 등을 위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사진=부산시청

목표가 불명확한 부산시의 영어교육 혁신 계획

또한 부산시와 교육청은 5개 권역에 영어교육 거점센터 구축과 2025년~2026년 중 내국인 학생도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을 영어 체험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 또한 완벽한 계획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교는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한 학교라고 보기 힘들고, 문화공간을 영어 체험장화 하는 것 또한 그 취지와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상위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모든 학생의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적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전부 ‘영어 공교육 혁신’이라는 부산시의 야심 찬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결국 부산시가 해야 할 일은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소수의 인재를 조금이나마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혹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부산 시민의 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말이다. 또한 이를 위해 조기 영어교육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영어 공교육 혁신이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인재와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잘 짜인 교육과정이 준비돼야만 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부산시의 체계적인 예산 배정과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