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 일대일로 파트너 합류한 베트남, 철도망 건설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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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등 주요 도시들과 중국 접경지대 잇는 철도 노선 건설키로
남중국해 문제 둘러싸고 긴장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과 전략적 관계 형성하려는 시도로 읽혀
동남아 내 인프라 건설 수요 이어지는 한 중국 영향력 무시 못 할 듯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베트남이 중국과 손잡고 오는 2030년까지 베트남의 주요 항구 도시들과 하노이, 중국 접경지대를 잇는 고속철도 노선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중국과 더 긴밀한 경제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제조업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물론 성공 여부 및 자금 마련 문제엔 지정학 및 지경학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중국의 대규모 자금 투입 프로젝트는 외교 전선에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격차가 이어지는 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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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하노이 등 주요 도시 중국 접경지대까지 연결

이번에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고속철도 노선은 총 2개다. 하나는 베트남 북부의 주요 항구 도시인 하이퐁(Haiphong)과 중국 윈난성(Yunnan province) 국경 지역인 베트남 라오까이성(Lao Cai province)을 잇는 노선으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Hanoi)를 통과한다. 또 다른 노선은 하노이를 중국 광시성(Guangxi province)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Lang Son province)과 연결한다. 이 노선들은 베트남의 주요 제조업 허브들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지역들을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베트남 국가 철도 시스템 현대화 계획은 오랫동안 진척이 없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부활한 상황인데, 이 노선들 역시 그 일부가 될 예정이다. 해당 고속철도 노선들은 중국과의 교통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관광과 무역, 투자 분야의 베트남-중국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여객 전용 노선을 따로 만들면 기존 화물 철도의 이용량을 더 늘릴 수 있고, 이는 무역량이 계속 늘어나고 제조업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생산 비용이 계속 오르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만큼 안정적인 교통망이 필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고속철도 노선은 중국 철도 네트워크의 신규 노선인 베트남 국경지대 노선과 연결돼 중국산 자재 수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교통망과도 연결된다면 베트남의 산업 허브로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며,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현재 베트남은 철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국 산업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중국의 사례를 상당 부분 모방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이미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자국 경제 클러스터들을 구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철도 건설 사업은 베트남의 공산당 일당독재를 정당화하는 정치적·상징적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대화와 산업 개발 등 경제 발전 프로젝트들을 내세워 정권을 강화하는 건 독재 정권이 국민들의 결집을 위해 흔히 쓰는 방식이다. 베트남 역시 이번 건설 계획을 통해 내부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새로운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베트남, 외교 줄타기 속 전략적 접근으로 최대 이익 노린다

다만 이번 계획을 둘러싼 관측이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니다.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공사 일정이 지연되기 일쑤고, 건설비 또한 초기 예산을 넘어서는 경우가 빈번하다. 들인 돈 대비 효용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베트남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게 될 수 있다. 베트남이 건설 계획을 확정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조건들을 내걸어야 하는 이유다. 

지정학 및 지경학적 맥락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도 필수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아시아 국가 간 역학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건 더 이상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이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과도 국방 및 전략 관계에서 힘을 합치고 있는 만큼 대중 관계에 대한 베트남의 부담은 더 커졌다. 

대신 중국을 활용해 양국 모두에 경제적 이득이 되는 개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그 프로젝트에 중국을 이해관계자 정도로 참여시키는 건 베트남 입장에선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을 도모함과 동시에 안보 및 전략적 긴장 관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중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자율성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베트남의 대외 정책 기조 중 하나인 ‘협력과 투쟁(cooperation and struggle)’ 개념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물론 이번 철도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및 건설 부문을 중국이 직접 맡을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베트남이 이와 관련해 일본과 논의를 벌인 적이 있는 만큼 중국의 참여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크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중국과 일본을 모두 참여시키는 방향을 추진하거나 아예 중국과 일본 사이 경쟁 구도를 만들어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당시 수주 경쟁에선 중국이 일본을 이겼고 인도네시아는 자국에 최적화된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고속철도 협력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재정적 부담과 정치적 외부효과에 대한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철도망을 늘려 동남아시아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이에 베트남은 중국이 인도네시아와 라오스에 철도를 까는 것을 보며 발 빠르게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일대일로와 철도 건설 프로젝트들이 여전히 외교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슬로건을 내걸고 철도 건설 프로젝트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에선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을 통한 국가 간 교류가 시들해졌다고 여길 수 있지만, 아직은 이른 관측인 듯하다. 일대일로 정책은 여전히 건재하고, 실용성을 따져 추진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는 한 자원과 경험을 내세운 중국의 개입 역시 계속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드라간 파블리체비치(Dragan Pavlićević) 중국 시안 자오퉁-리버풀대(Xi’an Jiaotong–Liverpool University)의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China’s railway diplomacy on high speed in Vietnam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