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씀씀이 줄고 한국인 소비는 늘었다, 상반기 여행수지 65억 달러 적자 ‘6년래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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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여행수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
내국인 외국서 143억 쓸 때 외국인 관광객은 78억 소비
관광지 다변화 실패, 지방 접근성 높여 경쟁력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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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여행수지가 상반기 기준으로 6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 숫자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보다 많은 것은 물론, 소비 역시 더 컸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체계적인 정책 부재로 국내 관광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 씀씀이 감소, 여행수지 또 적자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여행수지는 64억8,0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 적자로 2018년(78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여행 수입은 78억4,000만 달러(약 10조6,400억원)에 그친 반면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 지급은 143억2,000만 달러(약 19조4,300억원)에 달했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상반기 기준으로 2018년 78억 달러에서 2019년 57억 달러로 줄었다가 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 29억 달러로 더 감소했다. 그러다가 2021년 3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고 2022년에도 35억 달러(약 4조7,500억원)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58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더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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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Z세대 개별 여행으로 관광 유형 전환

이같은 여행수지 적자는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1,402만 명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770만 명)보다 82.1% 많았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93.4% 수준까지 회복했고 한국을 찾은 관광객도 91.3%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씀씀이 회복세는 달랐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이 쓴 여행 지급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89.2% 수준으로 늘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여행 수입은 75.4% 회복하는 데 그쳤다. 예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돈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관광 추세가 단체 관광 위주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며 면세점 등에서의 쇼핑보다 맛집 등 체험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방한 중국관광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다 방문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방문객은 늘어났지만, 소규모화가 지속되고 있다. 방한 중국 관광객의 동반인원은 2019년 평균 5.1명에서 올해 2.1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이 한국 관광 선택 시 쇼핑을 고려한다는 비중은 2019년 72.5%에서 지난해 49.5%로 급감했다. 또한 방한 시 주요 활동에서 쇼핑 비중도 같은 기간 95.1%에서 68.2%로 떨어졌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유커(단체 관광객)이 한꺼번에 들어와 면세점에 들러 고가의 상품들을 많이 사 갔지만 요즘은 여행 트렌드가 변해 유커보다 싼커(개별 관광객)가 더 많아진 것이다. 더욱이 이들 싼커는 대형 관광버스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통해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면세점이 아닌 올리브영, 다이소 같은 곳에서 저가 쇼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여행수지 ‘흑자’, 관광지 다변화로 여행객 유입 견인

우리나라가 수년째 여행수지 적자를 이어가는 데 반해 일본은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흑자 규모가 2조5,939억 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은 1,778만 명으로 역대 최대며, 이 중 한국인이 444만 명으로 25%를 차지했다.

2009년~2014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다. 2012년에는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일본과 270만 명 이상 격차가 나기도 했다. 당시 일본 관광당국이 “한국만 따라잡자, 타도 한국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일본이 한국을 역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우리나라에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됐는데, 이마저도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정부의 관광 정책에서 찾는다. 일본은 수도권 중심에서 오사카·후쿠오카 등 관광지를 다변화에 성공했고, 우리는 수도권에 편중된 항공 노선으로 인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 2곳이 일본의 국가 허브 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우리나라와 결정적인 차이다. 과거에는 도쿄와 오사카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2015년부터 간사이공항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양 도시의 외국인 숫자가 비슷해졌다. 2009년만 해도 부산을 찾는 외국인이 200만 명으로 오사카보다 많았다. 그러나 2017년에는 부산이 239만 명에 그친 데 비해 오사카는 4배를 상회하는 격차를 벌렸다.

한국의 지역 관광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수도권 중심의 항공 노선 때문이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이 서울로만 향하니 관광객 숫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그 결과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년째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행의 첫 관문인 공항에서부터 관광 다변화에 실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