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점진적 인상’ 연금 개혁안 제시한 정부, ‘더 내는’ 청년층은 또 뒷전?

160X600_GIAI_AIDSNote
개혁 시계 움직이는 정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 발표 본격 준비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타진,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높인다
보험료 점진적 인상엔 비판 여론, "더 내야 하는 건 국회안과 다를 바 없어"
NPS Pension reform PE 20240816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연금 개혁안이 앞서 국회에서 내놓은 ‘청년층이 더 내는’ 식의 개혁안과 기본 틀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이번 정부 계획안 역시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연금개혁 정부안 발표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연금개혁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논의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은 진정한 의미의 연금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 고갈 시기도 고작 7~8년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혁안은 세대 간 형평성 확보와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이 방안에 따르면 연금 고갈 시기도 30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국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는 데 합의했으나 소득대체율을 두고 43%(여당)와 44%(야당)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바 있다.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수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장년층은 보험료율을 빠르게 인상하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청년층은 천천히 올리는 방식이다. 보험료율(현행 9%)을 13%로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장년층은 매년 1%p씩, 청년층은 그 절반인 0.5%p씩 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인상률을 차등적으로 배분하면 보험료를 더 오래 납부해야 하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낮출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도 타진한다. 인구구조 및 경제 상황이 변하거나 기금이 고갈될 처지가 되면 자동으로 납부액을 늘리고 수급액을 축소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금 수급액을 결정짓는 소득대체율 인상 폭은 최소화한다. 대신 기초연금 제도를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월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 수급액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년간 멈춘 개혁 시계, 윤석열 정부도 장기간 ‘침묵’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포함한 종합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계획 수립 기한이 도래하자 시장에선 연금개혁 동력을 확보할 만한 혁신적인 대책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서다.

시장의 기대가 특히 컸던 건, 그간 정부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직접 행동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직전 정부에서 연금개혁이 단행됐단 이유로 현상 유지를 선택했고, 박근혜 정권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다며 국민연금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현행 유지를 포함한 네 가지 개혁안을 제시하며 국회에 결정을 떠넘겼고, 그 결과 연금개혁은 최종 무산됐다. 이렇게 국민연금 소진 시기가 2060년에서 2055년으로 당겨진 17년 동안, 연금개혁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현 정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제출했지만, 해당 계획안엔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릴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지 않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 없이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사실상 정부가 정부안 제출을 거부한 셈이라서다. 정부가 제출한 연금 개혁안에 모수개혁 시나리오만 24개 포함돼 있는 등 직접 총대 메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주요 비판 대상이 됐다.

NPS 2030 PE 20240816

계획안 제시했지만, 2030 청년층서 반발 확산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비판 여론이 크다. 결국 청년층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측면에서 기존에 비판받던 국회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 과정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득세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안(13%-44%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안에 따르면 연금 고갈 시점은 9년 미뤄지는 데 그치고 현재 1,825조원(GDP의 80.1%)에 달하는 미적립 부채는 2050년 6,366조원(123.2%), 2093년 4경250조원(313.3%)으로 더 불어난다. 연금 지급을 위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 급증하는 셈이다.

이에 정부여당 측은 13%-43%안으로 맞섰지만, 이 또한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과는 거리가 멀다. 이 안에 따르면 직장인의 보험료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며 보험료 인상분의 절반인 2%만 더 내면 받는 돈은 4% 늘어난다. 국가 차원에서 연금 지급을 보장하겠단 취지지만, 결국 차후 연금에 펑크가 나기 시작하면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건 똑같다. 두 안 모두 2030 청년세대, 나아가 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은 미래세대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청년층 사이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1990년생 이후로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1990년생(현재 33세)이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65세가 되는 2055년도는 현재 기금 고갈 시점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청년층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란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가 차원의 폰지사기와 진배없다’는 목소리가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제대로 받지도 못할 국민연금에 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에 가입해 부담만 키울 바에야 처음부터 가입을 거부하고 싶단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청년층 사이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