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쩜삼·토스 등 대행신고 급증에 ‘무조건 환급’하는 공무원들, “한 명이 1,300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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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플랫폼 인기에 늘어가는 세금 환급 요청
삼쩜삼, 구체적 환급액 제시로 유인하지만 실제액과 상이
개인정보 침해·세무 대리인 부당 수임 등 논란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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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의 세금 환급 요청을 검토 없이 처리하는 세무서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업체가 앞다퉈 세금 환급 대행 사업에 나서면서 관련 민원이 급증한 여파로 풀이된다. 세무업계에서는 국가 세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급 신청’ 폭탄에 검토 없이 그대로 환급

1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키기 위해 검토 없이 환급 요청을 승인한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서 소득세 담당 조사관은 “처리 기한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사 대상이 된다”며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액 환급 요청은 일괄 승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환급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데 반해 담당 공무원 수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소득세 환급 신청 인원은 2020년 315만 명에서 2022년 457만 명으로 2년 새 46% 늘었다. 정부가 5월 초 세무 서비스업체 등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는 곳의 국세청 홈택스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될 정도로 관련 신고가 급증했다. 반면 일선 세무 공무원 정원(소득세 업무 기준)은 3,000명 선에서 변화가 없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환급 요청만 따져도 한 사람이 1,30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며 인구가 많은 지역 세무서는 한 사람이 3,000건 이상의 소득세 환급 신청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관할 세무서는 세금 환급 신고 중 기한 후 신고는 3개월, 경정청구는 2개월 내 처리해야 하는데, 환급 신고 1,300건(건당 한 시간 기준)을 하루 8시간 업무로 처리하면 주말까지 일을 해도 5개월 이상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무 전문가들은 조사관의 편의적인 업무 처리로 최소 수백억원의 세금이 잘못 환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세무서 조사관은 “환급 대행 서비스가 납세자의 세금 공제 정보 기재 오류를 방치해 부당 신청 규모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세청도 줄줄 새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 신고가 적절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고 있다”며 “과다 환급 사실이 확인되면 세법 절차에 따라 사후 환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부당하게 환급한 세금을 사후에 환수하는 것도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플랫폼을 이용한 잘못밖에 없는 소비자는 뜻하지 않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부당 환급액을 토해내야 하고, 탈세 혐의로 가산세까지 추징당한다. 플랫폼이 가산세를 대신 내주진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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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쩜삼/사진=자비스앤빌런즈

삼쩜삼·세이브잇 등 대행 신고 증가가 원인

이같은 ‘묻지마 환급’ 증가의 주원인으로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삼쩜삼, 토스의 세이브잇 등 세무 대행 서비스가 꼽힌다. 이들 택스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환급금을 조회하고 신청할 수 있다. 이 과정까지는 불과 1~2분가량 소요된다. 대부분 환급금 조회는 무료지만 조회 후 실제 환급을 신청하려면 10~20%의 수수료(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통상 개인들은 국세청 홈페이지 홈택스에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수 있다. 홈텍스를 통한 세금 신고 및 조회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용자가 직접 세금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만큼 제공한 정보의 정확도가 높다. 다만 신고 및 조회 절차가 비교적 복잡하고, 사용자가 직접 세금 정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택스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자비스앤빌런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쩜삼 누적 가입자 수는 1,900만 명, 누적 세금 신고건수는 1,000만 건에 이른다. 삼쩜삼은 지난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금껏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택스테크업체들은 무리한 마케팅과 개인정보 침해 등 여러 논란에 직면해 있다. 플랫폼에서 제시한 예상 환급액이 실제와 다른 경우 등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관련 커뮤니티에도 삼쩜삼의 제안대로 환급액 조회 서비스에 응했다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거나, 오히려 낭패를 봤다는 글이 여럿 공유되고 있다. 한 직장인은 “예상 환급액을 알려준 후 추가 서비스를 진행하려면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이용자는 “삼쩜삼에서는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돈을 내고 이용했는데, 오히려 나중에 추가 세금을 납부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삼쩜삼의 과장광고,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삼쩜삼이 고객 동의 없이 세무 대리인에게 넘긴 정보가 13만 건에 달했다”면서 “고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번호나 재산 목록 등 민감한 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영선 의원도 “삼쩜삼이 세금 환급과 관련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다”며 “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까지 이용을 유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삼쩜삼을 통한 세무 대리인 수임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삼쩜삼의 가입 약관에는 세무 대리인 수임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제대로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정 세무 대리인이 자동으로 선임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연말정산 등을 통해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지난해 5월부터 삼쩜삼의 세무 대리인 수임 동의는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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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세무사회

세무사회, 수수료 편취목적 환급신고 혐의로 삼쩜삼·세이브잇 고발

세무사들과의 갈등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5월 사용자의 실제 수입금액을 누락해 직접 환급신고를 하고 세무대리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삼쩜삼과 세이브잇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삼쩜삼이 골프장 캐디의 홈택스 캐디 수입자료를 아예 원천누락하는가 하면, 다른 소득분 원천징수자료만 넣어 고의적으로 환급세액을 발생시켜 환급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토스 세이브잇은 종합소득세 신고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오전, 환급 신고한 캐디 등에게 문자를 보내 수입누락 사실을 시인하고 수수료를 환불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6월 세무 플랫폼들이 2,0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 내용에 대해 과장 광고를 통해 환급세액이 있다고 유도한 후 공제대상이 아님에도 부양가족공제, 장애인공제 등 인적공제를 적용해 환급신고를 하거나 수년 치 경정청구를 하고 거액의 환급수수료를 편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결국 이 같은 방식의 무차별적 환급 유도 광고에 속은 근로자들이 종합소득세 연말정산 부당공제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와 경정청구 등을 대거 접수하면서 국세행정은 대혼란에 빠졌다. 세무 플랫폼들은 근로자 연말정산 종소세 신고와 경정청구가 대부분 소액인 데다 개별적인 소명이나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점을 악이용한 동시에 국세행정의 취약점을 노린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삼쩜삼이 숱한 지적에도 무리한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은 최대한 신속히 덩치를 키우고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 수익을 거두려는 목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대로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삼쩜삼은 올해 초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삼쩜삼이 한국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 사업 모델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상장을 허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