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고삐 풀린 집값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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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수도권 42.7만호 공급, 수도권 신규택지 2만→8만 호
공공 신축매입임대 11만 호로,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매입
'뉴타운·감세'로 공급 늘린 MB정부, 5년간 집값 13%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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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년 만에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한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 포함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계획된 착공 물량 21만7,000호를 조기에 공급하고, 신규 택지 발굴 등 21만 호를 추가해 총 42만7,000호를 향후 6년간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계획대로 공급이 된다면 수도권 내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매년 수도권서 최대 6만 가구 착공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강해진 부동산 추격매수(매수 분위기에 따라 급히 사들이는 것)를 경계했다. 박 장관은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만 오르고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5년까지 11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비(非)아파트 신축매입 임대주택에 지금까지 7만7,000가구 신청이 들어왔다”며 “최소 땅은 확보하고 신청한 물량이기에 설계보완 등을 거치면 절반은 매입 약정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약정 이후 바로 착공 가능하고, 이른 시일 안에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만큼 무리한 추격매수는 지양하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2022년 8·16, 2023년 9·26, 올해 1·10 대책에 이은 윤석열정부 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용적률도 법적 상한 기준에서 추가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방안은 최근 공급 물량 부족과 빌라발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전셋값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속도 제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때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를 폐지하고, 용적률을 3년 한시로 완화하는 등의 시행자 사업성 확보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공급까지 상대적으로 소요 시간이 짧은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집값·전셋값 상승에 대응하고, 전세사기 이후 확산한 빌라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이들 주택을 공공주택 형태로 무제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신축매입 주택을 향후 2년간 11만 호 이상 공급하는데, 서울의 경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무제한 매입해 공급한다.

서울·수도권 신규 택지 발굴을 위해 그린벨트도 해제한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서울에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이후 처음이다. 11월 서울 1만 가구를 포함해 5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하고, 내년 3만 가구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미래세대가 바로 지금 세대”라며 “저출생 문제에 직면해 합계출산율이 0.7%인 지금이 그린벨트를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벨트가 훌륭한 녹지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닐하우스 벨트’가 된 곳들도 상당하다”며 “훼손된 상태로 놔두는 것보다는 잘 관리해 제대로 쓰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 집값 안정화 기대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켰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64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는 20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월 2,500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 6,200건까지 치솟았다. 무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에 적시에 주택을 공급해 과도한 투기 심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간 정부는 수차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파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아파트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수도권 등 선호 지역의 공급 부족을 메꿀 방안은 부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서울 및 서울 인접 부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직접 언급한 만큼, 수도권 등 선호 지역의 공급을 확대하려는 방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공급 늘리고 규제 풀어 집값 잡은 MB 정부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은 시장의 법칙이다. 이는 이미 1, 2기 신도시는 물론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취임 첫해인 2008년 9월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곡동과 세곡동에 시세의 절반 수준인 아파트를 2012년까지 32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목표만큼 완공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 첫 입주를 시작해 강남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한 뉴타운 사업을 본격화해 은평과 길음, 왕십리, 아현 뉴타운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완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2010년 3만3,825가구였던 서울 입주물량은 2014년 5만1,452가구까지 늘어났다. MB표 공급 확대 정책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14년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다.

MB 정부는 집값 안정을 바탕으로 규제도 완화했는데, 이는 주택 거래 활성화로 이어졌다. 아울러 2008년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투기지역을 해제한 데 이어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고 분양권 전매제한도 풀어줬다. 2010년에는 대출 규제를 풀면서 강남 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해선 은행권 자율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정하게 했고, 2012년엔 강남 3구도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MB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전후해 국내 집값은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하락하다가 이듬해 1월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2010년 8월까지 오르다 2014년 안정세를 보였다. MB 정부 시절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 쇼크 이후 국내에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2013년까지 매년 4.5% 유동성(M2)이 늘었다. 2017~2019년 M2 증가율은 7%다. 결과적으로 대내외 환경보다 주택 공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