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시장 휩쓰는 中 철강 덤핑, 캐나다 철강업계 “정부 대책 마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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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덤핑 피해 시달린 캐나다 철강업계, 대책 마련 촉구
캐나다 정부도 중국 '물량 밀어내기' 견제, 전기차 등 관세 인상 검토
"제철 사업 영위 불가능" 철강 덤핑에 가라앉는 중남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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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이 정부에 대(對)중국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의 철강 덤핑(Dumping, 상품을 일반적인 가격보다 저렴하게 대량으로 판매하는 행위)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CSPA “중국, 규칙 지키지 않는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철강생산자협회(CSPA)의 캐서린 코브든 회장은 이날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철강업계는 지난 10년 이상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파괴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중국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캐나다 정부는 그들이 규칙을 지키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철강업계는 철강 산업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강, 철, 알루미늄 제품은 56억 캐나다 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로, 2010년~2020년의 평균 수입액보다 70% 많다. 금액이 아닌 무게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해 수입량은 2010년~2020년 평균 수입량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브든 회장은 “이미 여러 직접 관세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철강의 캐나다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의 접근 방식은 효과가 없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지역 사회의 좋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장 시마르 캐나다 알루미늄협회 최고경영자(CEO)도 “미국과 멕시코의 (대중국 관세) 조치로 인해 캐나다는 중국이 북미에 무관세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됐다”며 “캐나다는 중국 제품의 진입 원천이 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정부의 ‘중국 견제’

캐나다 정부 역시 중국의 과잉 생산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공급망을 장악,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캐나다 정부의 제재 움직임은 전기차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Chrystia Freeland) 캐나다 재무장관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국가 주도 과잉 생산 정책으로 인해 불공정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을 야기해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가 중국 전기차 수입 제한과 관련한 논의를 마무리 지은 것은 이달 초다. 정부는 차후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 정책과 비슷한 방향으로 높은 관세 부과를 검토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랜드 장관은 캐나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조업체들과 접촉해 전기차 이외 부문의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관세 인상 시기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무역 보복이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제재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2018년 캐나다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했을 때,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격으로 캐나다산 캐놀라 수입을 3년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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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밀어내기’로 병든 칠레 철강 시장

중국의 덤핑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국가는 캐나다만이 아니다. 헐값의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된 칠레 등 중남미 시장도 관련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극심한 위기에 빠진 상태다. 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칠레 유일의 철강 제품 회사 CAP는 칠레 중부 비오비오에 위치한 칠레 최대 규모의 후아치파토(Huachipato) 제철소 운영을 오는 9월까지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CAP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5억 달러(약 6,8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칠레 정부는 중국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며 시장 보호를 시도한 바 있다. 반덤핑 관세는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채산에 맞지 않는 싼 가격)의 차액만큼을 관세로 부과해 수입을 억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 규제 조치다. 칠레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중국산 철강 제품에 여섯 차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3월 중국산 철근에 최대 24.9%, 단조용 강구(공 형태로 둥글게 말아놓은 강철)에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매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반덤핑 관세 부과에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시장 교란을 막을 수는 없었다. CAP 관계자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관세에도 불구하고 강철 가격을 인상할 수 없었다”며 “현재 상태로 칠레에서 제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