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언론 통제는 가능한가? ②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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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러시아 언론 제재, 정보 통제 효과 단기에 그쳐
언론 금지해도 소셜 미디어 정보 흐름 막기 어려워
정부, 언론 개입 시 소셜 미디어로 인한 한계 인식 중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연합(EU)은 친러시아 메시지의 확산을 막기 위해 러시아 국영 언론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제재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에 유통시키면서 조치를 무력화했다. 다수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이 보장된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정부의 정책적 언론 개입이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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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EU의 러시아 언론 제재, 단기간 정보 흐름에는 영향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언론 통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마르셀 캐스만(Marcel Caesmann) 취리히대학(University of Zurich) 경제학 박사과정생 외 연구진은 EU가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 국영매체 러시아 투데이(Russia Today)와 스푸트니크(Sputnik)에 내린 제재 조치의 결과를 분석했다.

특히 EU의 조치가 친러시아 콘텐츠 억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했는지 보기 위해 제재 전후 4주간 유럽 지역 X(옛 트위터)에서 생성된 75만 개 이상의 전쟁 관련 피드를 수집한 후 각각의 친우크라이나 대비 친러시아 성향 근접도를 계산해 ‘편향 지수(slant measure)’를 산출했다. 친러시아 성향은 양수, 친우크라이나 성향은 음수를 가리키며 0이면 중도에 해당하도록 설계했다.

편향 지수 추이를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전쟁 전까지는 친우크라이나 성향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전쟁 시작과 함께 친러시아 성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 측이 벌인 치열한 ‘온라인 선전전’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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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비회원국의 편향 지수 추이(일평균)/출처=CEPR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재 조치 이후 EU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친러시아 편향 차이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기간 중 제재 조치의 영향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규제 영향권 내 EU 회원국(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과 영향권 밖인 비회원국(스위스, 영국) 간 편향 지수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제재 이전부터 해당 러시아 언론과 X로 직접 소통(팔로우, 리트윗, 댓글 등)해 온 이용자들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영향권 내 국가들에서는 제재 조치가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 제재 이전에 비해 친러시아 편향이 63.1% 줄었는데 그중에서도 대러시아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들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금지 조치의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 조치 이후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지만, 규제 영향권 내 이용자들과 영향권 밖 이용자들 간 편향 지수 차이는 며칠 만에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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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비회원국의 편향 지수 일단위 변화(금지 매체와 직접 소통 이용자)/출처=CEPR

EU의 러시아 언론 제재, 장기 효과는 미흡

러시아 매체와 직접 소통한 적이 없는 X 이용자들의 친러시아 편향도 제재로 인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소통 이용자의 63.1%와는 큰 차이를 보였지만 제재 전 수준보다 17.3%가량 줄었다. 친러시아 리트윗(retweet) 감소가 주원인이다. 리트윗이 줄면서 이들이 친러시아 콘텐츠를 읽거나 공유할 기회도 같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금지 조치가 이전부터 제재 대상 언론과 소통하던 X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고, 비소통 이용자들에게 미친 영향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고 결론 내렸다. 제재 효과가 단기에 그친 이유로는 친러시아 메시지 수를 다시 끌어올린 특정 이용자들의 역할을 언급하며, 이들이 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메시지를 직접 생산하고 배포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미디어 통제해도 효과 제한적

연구진은 정부가 언론 매체 활동에 직접 개입한 이번 사례 분석을 통해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언론 통제도 소셜 미디어상의 정보 유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 효과가 단기적이고, 직접 영향권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 전반적인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친러시아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생성한 사례와 같이 누구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쉽게 정보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특정 언론에 대한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만 정부의 언론 개입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문의 저자는 마르셀 캐스만(Marcel Caesmann) 취리히대학(University of Zurich) 경제학 박사과정생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ensorship to defend democra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