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언론 통제는 가능한가? ① 상황과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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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 위협 대응 위한 타국 미디어 통제 필요성 제기
각국 정부, 대규모 정책 입안 통해 허위 정보 확산 방지 노력
EU, 우크라이나 전쟁 미화하는 러시아 국영 매체 제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번지는 정치적 선전, 허위 정보, 편향된 견해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시행한 러시아 국영 언론에 대한 제재 사례를 살펴보면 금지 조치 직후 소셜 미디어상에서 친러시아 편향의 콘텐츠가 줄어들긴 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친러시아 메시지를 다시 퍼 나르면서 제재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주의 정부의 미디어 규제 정책이 다수의 참여자가 콘텐츠를 생산·유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의 존재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처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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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허위 정보 맞서 각국 정부의 언론 통제 정책 확대

올해 초 다보스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허위 정보, 선전, 편향된 견해가 21세기 들어 점점 더 심각한 우려와 위험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다니엘 트레이스먼(Daniel Treisman) UCLA 러시아 정치학 교수와 세르게이 구리예프(Sergei Guriev)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은 한 국가의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 타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비대칭 전쟁에서 사용하는 정보전이나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TikTok)에 대한 영향력에서 알 수 있듯 최근 독재 정권들은 정보를 무기 삼아 기존의 노골적 억압에서 여론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구리예프 교수의 최근 연구는 앞서 언급한 위협에 맞서 민주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정책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는 타국 언론의 영향력과 허위 정보 확산을 강제적인 규제로 막는 것이며, 두 번째는 개개인이 미디어 정보 해독력을 기르고 사실 확인을 강화하며 행동 양식을 수정하도록 해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접근 방식이다. 다만 첫 번째 방안의 경우 민주주의 체제에서 실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강제 조치를 통해 거짓 정보를 막는 효과를 거둔다 해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주요 민주 국가들이 시행한 조치들은 다수의 정부가 대규모 정책적 개입을 통해 허위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미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틱톡 금지법(The Protecting Americans from Foreign Adversary Controlled Applications Act)’을 비롯해 EU의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독일의 네트워크 시행법(NetzDG), 이스라엘의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 활동 금지 등이 모두 같은 맥락 하에 있다.

문제는 새로운 뉴스 공급원으로 부상한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상 규제 조치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정보 제공자가 정해져 있는 신문, 라디오, TV 등의 전통 매체와 달리 소셜 미디어는 다수의 이용자가 정보의 제작과 유통, 소비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그 흐름을 통제하는 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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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X 피드 내 단어 사용 빈도/출처=CEPR

정보전에 대응한 EU의 러시아 국영 매체 제재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언론 제재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마르셀 캐스만(Marcel Caesmann) 취리히대학(University of Zurich) 경제학 박사과정생 외 연구진은 EU가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친러시아 관점으로 합리화하는 러시아 국영매체 러시아 투데이(Russia Today)와 스푸트니크(Sputnik)에 내린 제재 조치를 분석했다. 해당 규제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포함한 전 채널에서 두 매체의 모든 활동을 일시에 금지하는 전례 없는 결정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규제 이후 유럽 지역 X(엑스, 옛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 친러시아 편향과 허위 정보를 포함한 대화들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조사했다. 또 규제 조치가 시행된 EU 회원국들과 그렇지 않은 스위스, 영국 등 비회원국의 변화를 대조해 추가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분석을 위해 자연어 처리 프로그램(Natural Language Processing, AI를 활용한 인간 언어 이해 및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X 이용자들의 전쟁에 대한 의견을 극단적 친러시아 성향과 극단적 친우크라이나 성향 사이에 위치시켰다. 양극단의 성향을 정의하는 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 X 계정에서 나온 1만5,000개 이상의 피드를 분석해 양쪽 성향을 대표하는 벡터(vector, 수치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X 피드 내 단어 사용 빈도를 살펴본 결과 우크라이나 쪽 계정은 ‘공격(aggression)’, ‘침략(invasion)’과 같은 단어가 압도적으로, 전쟁을 침략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반면 러시아는 이를 ‘군사 작전(military operation)’으로 묘사하고 있다. ‘점령(occupy)’, ‘방어(defence)’, ‘나토’(NATO), ‘서방(West)’, ‘나치(nazi)’ ‘돈바스’(Donbas, 양국 간 분쟁 지역) 등도 양국의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원문의 저자는 마르셀 캐스만(Marcel Caesmann) 취리히대학(University of Zurich) 경제학 박사과정생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ensorship to defend democra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