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휩쓴 ‘신축 선호’ 기조, 공급 절벽 위기 과열 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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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매매가격지수 급상승, 입주권·분양권에는 '억대 프리미엄'
지난해 주택 착공 물량 급감, 신축 선호 기조 한층 뚜렷해질까
치솟는 물가에 얼어붙은 건설 시장, 공사비 현실화로 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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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신축 아파트’ 선호 기조가 뚜렷해졌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눈에 띄게 치솟는가 하면, 시장 곳곳에서는 입주권·분양권 프리미엄 거래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해 주택 공급 절벽이 가시화하며 이 같은 신축 강세 현상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얼죽신’ 외치는 실수요자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준공 5년 이하 신축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5.8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93.7)보다 2.1p 높았다. 지난해 8월 준공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20년 초과 아파트를 역전한 이후 격차가 꾸준히 벌어지는 양상이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100)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선호,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구축 인기가 식은 가운데, 신축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며 실수요자들이 신축에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축 선호 현상은 분양 시장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아파트 분양권(아파트 청약 당첨을 통해 확보하는 입주 권리) 거래는 총 121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39건)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중화1구역 재개발 아파트) 전용 59㎡ 분양권은 최고 분양가 대비 1억4,175만원 뛴 9억465만원에 손바뀜했다. 유사한 시기 동일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2022년 분양가(9억4,300만원) 대비 1억5,719만원 높은 11억19만원에 거래됐다. 

입주권(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 거래 역시 점차 과열되는 추세다. 지난 6월 26일,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전용 84㎡ 입주권은 동일 주택형 역대 최고가인 22억9,71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2년 12월 일반 분양 당시 최고 분양가가 13억2,040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억원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 아파트) 전용 84㎡ 입주권도 지난 6월 22일 1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의 동일 평형 최고 분양가는 10억2,350만원이었다.

공급 절벽이 신축 선호 키운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서울 내 공급 절벽이 본격화하며 신축의 인기가 한층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인허가는 38만9,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74.2%, 준공은 31만6,000만가구로 73.9%에 그쳤다. 특히 착공 물량은 20만9,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47.3% 수준에 불과했다. 건설 비용과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실제 공사에 착수하는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은 인허가와 착공, 준공 실적이 모두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6,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37.5%, 준공 물량은 2만7,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42.1% 선에 머물렀다. 착공 물량은 2만1,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32.7%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만9,000가구) 이래 역대 최저 규모다.

국토연구원은 주택 공급이 저조한 원인으로 △금리 상승 △공사비 증가 △주택시장 경기 위축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을 꼽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제한적인 리스크 분산 기능, 신탁·리츠 등 PF 외 자금조달 방법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시장 내에서 꾸준히 누적돼 온 각종 악재가 공급 절벽 위기에 불을 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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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현실화의 필요성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장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건설사가 짊어져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공급 확대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현행 제도는 건설공사비에 물가를 반영할 때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GDP deflator,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수치에 100을 곱한 것)와 건설공사비지수(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자원 등의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수) 중 낮은 값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물가 급등 추세가 건설공사비에 적절하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에는 공공 부문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적정 단가 산출·물가 상승분 반영 방안이 담겼다.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직접 공사비 산정 기준(품셈, 표준 시장 단가)을 시공 여건(입지, 층수 등)에 맞게 개선하고, 급등한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 반영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현재 건설사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공공사업의 표준건축비는 민간사업 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된다. 정부 주도하에 공공 부문의 공사비가 현실화하면 민간 시장 역시 유의미한 변화를 겪게 되는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회복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긴 하지만, 일단 공사비가 현실화하면 점진적으로 착공 물량이 증가하며 주택 물량 부족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축 공급 절벽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수요도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