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알고리즘 조작’에 철퇴 내리는 공정위, 쿠팡 1,400억원 과징금 현실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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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달 중 '1,400억원' 과징금 의결서 쿠팡에 발송 예정
법정에서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조작' 네이버 꺾은 공정위
쿠팡과도 법적 분쟁 벌일 가능성, 쟁점은 '시장 지배적 지위'
COUPANG FTC 20240805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을 적극 규제하고 있다. 2020년 네이버의 불공정한 쇼핑 검색 알고리즘에 칼을 겨눈 데 이어, 최근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한 쿠팡에도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쿠팡이 공정위의 판단에 반발하며 행정 소송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의 ‘쿠팡 때리기’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중 쿠팡에 1,4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의결서를 보낼 예정이다. 지난 6월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PB 상품 자회사 CPLB에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이 검색 순위(쿠팡 랭킹) 조작을 통해 자사 상품(직매입+PB)만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며 ‘위계에 의한 부당 고객유인행위’를 지속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쿠팡 측이 특정 상품에 순위 점수를 가중 부여하거나,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 상품을 배제했으며,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 상품 5만8,658개, PB 상품 5,592개)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이에 이용된 알고리즘은 △프로덕트 프로모션 △SGP(Strategic Good Product)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등이다. 

프로덕트 프로모션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상위 고정되도록 노출하는 알고리즘, SGP는 직매입 패션 상품과 PB 상품의 기본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가중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는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 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는 알고리즘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PB 상품이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상위에 배치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쿠팡에서) 중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21만 개 입점 업체도 자신의 중개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으로 인해 여타 입점 업체의 상품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판매가 부진해졌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조작’ 네이버, 공정위에 패배

공정위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6월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함께 쇼핑(265억원) 및 동영상(2억원) 부분에 총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검색 시 최상단에 노출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상품에 한해 검색 결과 페이지당 일정 비율 이상의 노출을 보장하고, 판매 지수에 1.5배 가중치를 뒀다. 반면 경쟁 오픈마켓 상품이 연달아 노출될 경우 해당사 상품 노출 순위를 낮추는 등 경쟁사에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

당시 업계는 공정위의 엄격한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20년경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자사 상품에 유리하도록 쇼핑 검색 순위를 조작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었다”며 “경쟁사 오픈마켓은 네이버 측에 수수료를 지불했음에도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며 각종 불이익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정위의 제재 이전부터 시장 곳곳에서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공정위 판단에 불복했고, 2021년 3월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검색 알고리즘 조정은 소비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을 상단에 배치한 것은 온라인 사업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쟁 행위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법정 공방이 이어진 끝에 2022년 12월 재판부는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 행위는 차별에 해당하고 네이버 쇼핑이 소비자 요구에 맞는 최적의 상품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자사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이라는 이유로 상위에 노출시켰다”고 판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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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공정위 갈등 향방은

시장에서는 쿠팡 역시 네이버와 같이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쿠팡이 공정위 판결에 반발하며 행정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쿠팡은 자사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의 일종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상태다. 타 온라인 쇼핑몰들 역시 쿠팡과 마찬가치로 PB 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으며, 편의점·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채널 역시 ‘골든 존(170cm 이하 매대)’에 PB 상품을 적극 판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과 공정위의 법적 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쿠팡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유사 분쟁 사례인 네이버-공정위 소송전에서도 재판부가 네이버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판결 당시 재판부는 “네이버의 비교쇼핑서비스는 오픈마켓의 중요한 유입 경로에 해당하고,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상대적으로 우대해 (이들의) 매출이 촉진될 수 있다”며 “(알고리즘 조정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쿠팡은 자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쇼핑 23.3%, G마켓 10.1%, 11번가 7.0%, 카카오 5.0%, 롯데온 4.9% 등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에 더해 진입 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법원의 판단 없이는 분쟁의 향방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