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키오스크·태블릿 주문기 도입 음식점, 고용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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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가 점령한 식당가, 직원 일자리 11% 대체
고임금·높은 임대료 대응으로 무인 주문기 사용 급증
음식점 外 약국 등도 키오스크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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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키오스크나 태블릿 주문기와 같은 무인 주문기 확산이 판매·서빙 직종 노동자의 고용 감소를 부추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금리 장기화 및 내수 부진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으면서 향후 무인 주문기 이용 업체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키오스크가 직원 대체, 판매·서빙 근로자 11% 감소

지난달 3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도입한 605곳에서 판매·서빙 근로자가 약 0.21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음식점 판매·서빙 근로자 수가 평균 1.8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1.5%가 줄어든 것이다.

상용직 고용은 0.09명 늘었지만, 임시일용직은 0.159명 줄었다. 태블릿 주문기를 도입한 110곳의 경우 조리사의 고용은 늘었다. 그러나 판매·서빙 근로자의 고용은 0.14명(약 7.5%) 줄었다. 키오스크 도입 후 서빙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당 약 2.06시간 늘었다. 이는 고용이 줄어든 대신 남은 근로자의 근무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태블릿 주문기의 경우 고용 감소가 키오스크에 비해 적게 나타났고, 남은 근로자의 근로시간도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고용정보원이 지난해 8∼9월 서울시 소재 음식점·주점 2,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했다. 설문조사에서 디지털 기기를 도입한 이유로는 키오스크와 태블릿, 로봇 등 세 기기 모두 ‘인건비 절감’이라는 응답이 55∼7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고객 대기 시간 감소, 매출 확인 및 현금 매출 누락 방지 등을 위한 것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음식점업 전문가와 푸드테크 기기 제조업체 등은 노동이 기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으로 계산원, 서빙원 같은 단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을 하는 직업을 꼽았다. 또 영양사, 중간 관리자와 같이 매뉴얼 구축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는 중숙련 기능의 직업도 거론됐다. 반대로 푸드테크 제조업에서는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설치·수리·유지 등의 관리 인력이 부족해 고용 창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약국도 키오스크 도입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용 감소 흐름이 점점 더 가속화할 것이라 우려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키오스크 시스템 도입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이는 비단 음식점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형 약국은 물론 소형 약국들도 경영 활성화를 위해 키오스크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약국에 키오스크가 들어서면서 환자들은 대기 시간이 줄고 약사들은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처방약 결제 시 카드나 잔돈을 주고받는 일이 없어 약 조제실 환경이 위생적으로 관리된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키오스크 부가 기능인 4개 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로 외국인 대응도 편리한 데다 모든 처방전을 인식하고 일반의약품(OTC) 등을 함께 주문할 수 있으며 24시간 관제 서비스 등도 특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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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필 현지 직원이 미국 뉴욕의 한 식당에서 화면을 통해 일하는 모습/사진=@thatguybg 엑스

최저임금 부담에 지구 반대편 직원 고용한 식당도

미국 일부 식당에서는 화상 서비스 ‘줌(Zoom)’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기도 한다. 비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지역의 ‘원격 직원’를 채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뉴욕의 몇몇 식당은 화상 연결을 통해 필리핀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직원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다.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산산 치킨’에 들어서면 모니터 속 직원이 활짝 웃으며 ‘프라이드치킨 샌드위치’를 추천해 준다. 해당 직원은 필리핀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 건 뉴욕의 높은 임대료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압박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은 대폭 감소했지만, 그에 비례해 인건비를 줄이기는 어려웠다. 이에 산산 치킨은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도 고려했지만 고객들의 저항을 생각해 도입하지 않았다.

대신 산산 치킨은 해외 콜센터를 통한 고객 서비스를 떠올렸다. 실제 비행기 예약 등과 같은 예약, 주문 시스템은 제3국 콜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산산 치킨 운영자는 이같은 원격 직원 채용을 통해 고임금·고물가에 높은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매장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가게 영업이익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뉴욕시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6달러(약 2만2,000원)인 반면, 원격 직원의 시급은 3달러(약 4,000원)로 5분의 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