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악화에 큐텐 질타한 이복현 금감원장, 구영배 대표 두고 “양치기 소년” 힐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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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에 "몰랐다" 일관, 구영배 큐텐 대표 비판 여론 확산
이복현 금감원장도 큐텐 때리기, "이미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
금감원 책임론엔 연거푸 사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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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정무위원회 위메프·티몬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왼쪽)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의 모습/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확산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섰다. 특히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해 ‘양치기 소년’ 등 비판적 워딩을 쏟아내고 강경한 입장을 표한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한편으론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은 만큼, 이 원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미정산 사태에도 소극적인 구 대표, 자금 마련 방책도 현실성 떨어져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티메프’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큐텐에서 미정산 사태 해결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약 800억원 있지만, 바로 쓰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정산대금 지연 가능성에 대해선 “몰랐다”고 했다.

티메프 사태는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판매자는 대금 미정산 및 위약금 지급 등으로 유동성 애로 등 피해를 보고 소비자는 상품권 사용 불가 및 환불 미완료 등 피해를 본 사건이다. 현재 확인된 미정산 대금은 총 2,134억원가량이며,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대금과 환불액 등을 합하면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1조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란 점이다. 구 대표는 이 돈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정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 대표가 내놓은 자금 마련 방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단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시장에선 유동성 위기로 신뢰가 하락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할 이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더군다나 티메프 양사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지분 매각 가능성은 더욱 떨어졌다. 회생 절차 소식에 기업가치 하락이 가속화한 탓이다. 시장에서 “당장 채무를 갚기 어려우니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힐난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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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직접 나섰다, 이복현 “큐텐 자금 추적 진행 중”

상황이 악화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티메프 사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모기업인)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강한 불법의 흔적이 드러났다”며 “티메프 재무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전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금감원장 차원에서 직접 수사를 지시하고 나선 셈이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큐텐·티메프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 대표가 보인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이 원장은 “(구영배 대표 등을) 가급적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저희와의 관계상에서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약간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가 자구책을 시행할 의지가 있다고 피력한 데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판매대금이 사라졌는데 자금이 없다고 하니, 해외를 포함해 금감원에서 자금 추적을 하는 게 가장 급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선 “20여 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도 수사 인력을 파견했다”며 “(자금 추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핵심은 사라진 1조원의 행방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큐텐 측의 가용자금이나 외부로 유용된 자금이 있는지와 규모를 파악해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큐텐이 자금을 숨겨놨을 가능성은 없냐’는 지적에 대해선 “단정 지어서 불법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금 운영상의 특이점이나 이상한 상황을 포착한 게 있기에 전모를 한번 보겠다”며 “자금에 대해선 진짜 엄정하게 보고,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력해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듭 강력한 워딩과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티메프 사태를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 책임론 확산, 이 원장도 연신 고개 숙여

다만 이 원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도 이번 사태를 미연해 방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이미 금감원이 티메프와 경영개선계획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두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로 유동성 비율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대응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 따르면 티메프와 같은 전자금융업자는 총자산 대비 최소 40%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며, 금감원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 전자금융업자와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런데 티메프는 MOU에 적시된 유동성 비율 준수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금감원으로부터 일정한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MOU에 ‘사업자에게 미상환, 미정산 잔액 보호조치(신탁, 보증보험 등)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3년 내 비율 미준수 시 분사를 유동하는 등으로 경영개선계획을 보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미정산 잔액 보호 조치가 수반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이 대목을 보면 결국 (티메프가) 위험하다는 건 그때 금감원도 인지를 하고 있었단 의미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금감원이 미이행 조치에 대해 아무 조치를 안 취했다면 금감원도 상당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일갈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지난번 머지 포인트 사태부터 금융당국의 해이한 모습이 결국 피해를 더 양산하고 오늘의 사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이 MOU를 체결했고 계속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조치를 안 해온 것도 책임이 있다”고 정부 당국의 책임을 역설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원장을 향해 “제대로 업무를 안 했으면 빨리 조사해 징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이 원장은 “어쨌든 별도 관리를 요구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진행하긴 했다”면서도 “이커머스 산업 전체에 대한 재무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위원님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단 말씀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결제대행업체(PG사)가 이번 사태의 손실을 떠안고 있단 지적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살펴보겠다”며 “카드사와의 (책임 분담 등) 상황 조정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PG사들에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