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2곳 파산 위기 놓인 헝다자동차, 中 전기차 시장 악재에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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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신청 통지서 받아든 헝다신에너지자동차·헝다스마트자동차 
中 전기차 시장 뒤덮은 과잉 생산·출혈 경쟁 흐름, 헝다에는 악재?
서방국 中 전기차 대상 관세 강화, 중국 물량 밀어내기 철벽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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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주요 계열사인 헝다자동차의 자회사 2곳이 파산 및 법정관리 절차에 착수했다. 모회사 헝다자동차의 차입금 부담이 누적되며 자회사가 받는 압박이 크게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누적된 악재가 헝다자동차의 재기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헝다자동차 자회사 2곳 파산 위기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자동차는 홍콩증권거래소에 “광둥성 소재 자회사인 헝다신에너지자동차와 헝다스마트자동차가 지난 26일 광둥성 인민법원으로부터 파산신청 통지서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2018년 2월에 설립된 헝다스마트자동차(광둥)는 기술 자문, 서비스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 1월에 설립된 헝다신에너지자동차(광둥)는 자동차 부품 생산, 기술 수출입, 물류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파산 신청 건과 관련해 헝다자동차는 “자회사들의 채권자가 25일 지방법원에 이들 회사의 파산 및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서 “법원의 통보는 해당 회사의 생산과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투자자를 찾고 있으며 이를 통해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헝다신에너지차와 헝다스마트차는 모두 헝다자동차의 100% 자회사인 만큼, 헝다자동차의 손실 규모와 차입금 부담이 커지며 자회사들 역시 막대한 부채 압박을 받아왔을 것”이라며 “헝다자동차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랴부랴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실제 유의미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헝다자동차의 총부채는 725억4,300만 위안(약 13조8,000억원)이며 이 중 차입금은 264억8,400만 위안(약 5조원)에 달한다. 헝다자동차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억2,900만 위안(약 246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부담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과잉생산 기조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 전반에 누적된 악재가 헝다자동차의 재기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로 인해 가격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막대한 부채 부담을 떠안은 헝다자동차가 경쟁에 뛰어들어 판매 부진 기조를 떨쳐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헝다자동차의 차량 생산량은 1,700대, 판매량은 1,389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과잉 생산된 물량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공업 정보화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 전기차를 한 대라도 생산한 적이 있는 기업 수는 50개가 넘는다. 또한 중국 언론 등은 2025년경 중국의 전기차 생산 능력이 3,600만 대 이상까지 치솟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자동차 기업과 지방정부 계획 합산). 반면 같은 기간 예상 내수 판매량은 약 1,700만 대에 그친다. 약 2,000만 대가 과잉 생산분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내수 시장에서 갈 곳을 잃은 차량들은 속속들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22만3,000대에 그쳤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 물량은 △2021년 31만 대 △2022년 67만9,000대 △2023년 120만3,000대 등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밀려난 저가 중국산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과도한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중국산 차량이 일종의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며 “미국, EU(유럽연합) 등 서방국이 관세 장벽을 강화하며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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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의 ‘관세 장벽’

실제 일부 주요국은 중국산 전기차발(發)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속속 ‘관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당한 과잉 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 비(非)시장적 관행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100%의 관세율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 잠정 상계관세율을 17.4~37.6%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첫 계획 발표 당시 예고한 17.4~38.1%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이다. 잠정 상계관세는 EU가 기존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던 10% 관세에 추가 적용되는 것으로, 최종 관세율은 27.4~47.6%까지 인상된다. 당시 EU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제조업체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EU의 강력한 관세 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 보급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계의 서방국 진출에 제동이 걸리며 저가 전기차 경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서방국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는 중국 현지 기업들에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특히 판매 부진과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헝다자동차 입장에서는 막대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