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 붙어도 안 팔려” 위기의 생활숙박시설, 시행사-건설사-금융권 연쇄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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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년 인기 끌었던 생활숙박시설, 이제는 '애물단지'
투자 과열 우려해 제동 건 정부, 주거 용도 사용 불가능해져
수분양자 잔금 대출길까지 막혔다, 움직이는 '채무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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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사진=롯데건설

생활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침체 상태에 빠졌다. 강력한 정부 규제로 인해 생활숙박시설 실거주가 어려워진 가운데, 곳곳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생활숙박시설 잔금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권 등이 연쇄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마피’ 떠안은 생활숙박시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권 매물은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용면적 74㎡의 분양가는 평균 13억원대였으나, 현재 매물에는 최고 1억4,500만원 수준의 마피가 붙었다. 사실상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전액 포기한 셈이다.

이처럼 생활숙박시설 수요가 얼어붙은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지목된다. 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은 집값 상승기였던 2020~2021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청약 통장 없이도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는 데다, 매입 이후에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주 규제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해 전입 신고가 가능하고, 세입자를 들여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청약 흥행은 당시 생활숙박시설 시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상 15층 규모(총 876실, 전용면적 49~111㎡)로 지어지는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호텔식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가 제공되는 생활숙박시설로, 일반적인 호텔과 비슷하면서도 실내 취사가 가능해 신개념 거주 시설로 각광받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8월 진행된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청약에는 총 57만5,950명의 수요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657대 1, 최고 경쟁률은 6,049대 1에 달했다.

정부 규제로 상황 뒤집혀

문제는 이 같은 생활숙박시설 시장의 열기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자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시장 전반에 제동을 건 탓이다.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숙박시설을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생활숙박시설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건물 시가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실거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사기 분양’ 단체 소송을 벌이고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계약 취소 소송 참가자는 500여 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구리시 ‘구리역 더리브 드웰’ 수분양자들도 시행사 SGC이테크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이후 생활숙박시설 관련 은행 대출 한도가 크게 축소된 상태”라며 “(단체 소송전은) 수분양자들의 잔금 납부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자구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롯데캐슬 르웨스트 잔금 대출 한도는 감정가의 30~50%대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 이후 생활숙박시설은 직접 거주를 할 수 없고, 담보 가치가 부족한 ‘위험 자산’으로 전락했다”며 “(생활숙박시설과 관련한) 은행권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생활숙박시설 특성상 세입자를 받을 수도 없다. 기한 내에 잔금을 맞출 수 없는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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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길 막혔다” 잔금 리스크 본격화

업계에선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롯데건설이 생활숙박시설 리스크로 인해 또다시 수천억원 규모의 ‘채무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관련해 사업 시행사 ‘마곡마이스PFV’가 일으킨 1~6차 중도금 대출금은 총 7,849억4,640만원이다. 분양 계약자에게 받은 계약금 154억3,500만원을 포함해 시행사가 그간 확보한 금액은 총 7,864억8,990만원이다.

계약자들의 잔금 대출이 막힐 경우, 해당 대출금은 시행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마곡마이스PFV가 생숙 중도금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지급보증은 채무자가 빚 상환에 실패할 경우 시행사가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계약이다. 마곡마이스PFV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단지 관련 대출금액은 6,081억4,430만원, 보증금액은 7,297억7,316만원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잔금 문제는 시행사는 물론 건설사인 롯데건설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마곡마이스PFV가 대규모 부채를 떠안을 경우, 롯데건설에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곡마이스PFV가 롯데건설이 SD AMC, 다원디자인, 메리츠증권, 대저건설 등과 함께 만든 회사라는 점도 문제다. 롯데건설은 올 3월 기준 시행사 ‘마곡마이스PFV’ 지분 2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계약자에서 시행사로 넘어온 중도금·잔금을 대위변제한 뒤 공매를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고분양가 생활숙박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