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법 개정안 상속세 개편 갑론을박, “정상화 수순” vs “초부자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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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상증세 개편 등 세법 개정안 발표, 세수 4조원가량 감소할 듯
지나친 상속세수에 '한국 엑소더스' 심화, "세원 기반 유지하려면 상속세 개편해야"
거듭된 감세에 반대 의견 확산, 거야 민주당도 "상속세 개편은 초부자 감세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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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속세 ‘대수술’을 시사하면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경제단체 등 상속세 개편을 찬성하는 이들은 “세 부담이 고액 자산가의 한국 탈출을 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 참여연대 등은 “결국 부자 감세 아니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또 세수를 줄이겠단 건 막무가내식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찬반양론이 거센 만큼 당분간 여론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2024년 세법 개정안’ 발표, 핵심은 상증세 개편

25일 기획재정부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계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 및 과표 구간 조정에 나설 것임을 발표했다. 정부가 상속세 대개편에 나선 건 과거 ‘부자들의 세금’으로 여겨지던 상속세 부담이 점점 중산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감세의 핵심은 상증세(상속세·증여세) 개편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상증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표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2억원 이하는 10%, 5억원 이하는 20%, 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는 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최대 주주에 대한 보유 주식 할증평가는 폐지하기로 했다. 최대 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는 최대 주주에게 보장되는 경영권의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식 평가 금액의 20%를 더 비싸게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경영권이 보장되는 주식의 가치가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는단 점을 반영한 제도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선 기업 상속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인은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상속하지 않고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한 후 현금으로 상속해 상속세를 줄이기도 했다. 과도한 상속세제로 알짜배기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폐단이 발생한 셈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이와 같은 불합리를 축소하겠단 방침이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린 상장기업의 법인세도 감면할 예정이다. 밸류업 자율 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해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증가액 중 5% 초과분의 5%에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주주환원을 늘린 밸류업 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선 다음 연도에 받을 현금배당액 중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를 적용토록 했다.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해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겠단 취지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한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주식 투자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체계가 적용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도입 시기를 2년 연기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보호제도가 정착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남길 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지방세 포함 20%의 세율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세제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는 상속세 과표 조정으로 약 8만3,000명(5,000억원), 최고세율 인하로는 약 2,000명(1조8,000억원)이 감세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편에 따른 상속·증여세 세수 감소는 순액법(직전 연도와 세수 증감 비교) 기준 4조565억원, 누적법(기준 연도 대비 비교) 기준 5년간 18조6,459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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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 환영하는 경제단체, 참여연대 측은 반대 의견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에 경제단체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세수부족 등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와 국민 세 부담 적정화를 위해 마련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불합리한 상속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최대 주주 할증 과세를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려 세제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정부 세법 개정안이 민간 경제활력 제고와 저성장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 측 역시 “무역업계는 ‘2024년 세법 개정안’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 지원책에 힘 입어 하반기에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각에서 “여전히 상속세 세율이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30%보다 높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단계적 세율 정상화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경제단체 측의 대체적인 평가다.

반면 참여연대 측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폐지안을 외면하고 재벌 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감세에만 주력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단체 측은 “지난 2년간의 감세로 2028년까지 89조3,000억원(누적법 기준)의 세수 감소가 전망되는데,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2029년까지 18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추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고 기업 경쟁력 제고 및 경제 성장이 담보되지 않음을 이미 숱하게 경험해 왔다”며 “일부 계층 감세를 통한 민생경제 회복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유예 등에 대해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조세원칙을 무너뜨리는 개악안”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정부 세법 개정안의 기조가 ‘재계 민원 수리’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세수 결손이 확대되는 와중 해묵은 낙수효과에 기댄 감세 정책만 내놓는 건 재계에 대한 ‘시중 노릇’의 결과물 아니냐는 시선에서다. 참여연대는 또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줄곧 감세 정책만 펴왔다”며 “그 결과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가 벌어졌고,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식 정책을 펴고 있으니 한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정부를 맹폭했다.

상속세 개편 정당성 두고 찬반 여론 각축전

세간에서도 상속세 개편의 정당성을 두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속세 개편을 찬성하는 측에선 “과도한 세 부담은 결국 고액 자산가의 엑소더스(대탈출)를 야기해 양질의 세원 기반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세부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국적상실자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캐나다·호주·싱가포르를 비롯한 13개국으로 옮겨간 국민(8,316명)은 최근 10년 새 2배나 늘었다. 전체 국적상실자 10명 중 3명(32.7%)이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로 이주한 셈이다.

이들은 높은 세 부담의 불씨가 중산층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단 점도 지적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속세 제도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뒤 변동이 없는 반면 200년 1,428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기준 4,725만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면서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고액 자산가의 범주가 크게 늘 수 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자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건 국내의 풍부한 세원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라며 “세수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속세제 개편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상속세 개편에 반대하는 측에선 “상속세 개편은 결국 ‘부자 감세’ 아니냐”며 반문하고 있다. 국세청이 공개한 ‘2023년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100억원 넘게 상속받았다고 신고한 457명(상위 2.5%)이 전체 신고 세액(6조3,794억원)의 48%인 3조735억원을 냈다. 상위 고액 자산가들이 상속세 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상속세 개편이 서민 중산층 감세라는 건 통계 장난에 불과하다”며 “연간 상속 발생 건수 35만 건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분은 2만여 명이고, 그 상속세의 90% 이상을 2,400여 명 정도가 내고 있다. 상속세 완화 조치는 초부자 감세가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