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구 감소세에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유지,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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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 15년 만에 4배 증가
외국인 인력 중요성 강조한 아베 전 총리, 관련 정책 선진화 이루기도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에 사회적 인식도 제고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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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인구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같은 기간 일본에 거주 중인 외국인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 지원책을 선진적으로 바꾼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인 인구 감소세인데, 외국인 비중은 늘었다

25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주민기본대장 기준 인구동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일본인은 1억2,156만1,801명으로 전년 대비 86만1,237명 감소했다. 15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전년 대비 감소 폭은 1968년 조사 시작 이래 최대 규모였다. 반면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1.01% 증가해 332만3,374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 역시 32만9,535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 수 증가 추이가 더 뚜렷하다. 2008년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총 49만 명에 불과했으나, 15년 만에 4배까지 늘었다.

젊은 외국인의 유입이 늘면서 일본 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전체의 59.71%로 전년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총무성에 따르면 15~64세 일본인이 52만1,056명 감소할 때 외국인은 29만8,382명 증가했다. 일본인 전체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9.02%, 외국인 전체에서는 85.22%로 조사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일본에 대해 “나라의 얼굴(인상)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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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정책 선진화 감행한 일본

당초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을 반기지 않았단 의미다. 그런 일본이 변한 건 2019년 무렵부터다. 이 시기 일본에선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고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기존의 외국인 수용 제도를 시급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선진적으로 바꿔 나갔다. 대표적인 정책이 외국인 노동자 기능실습제도다. 이전까지 일본에선 민간 기업이 기능실습생 모집, 배치, 관리를 담당해 왔다. 이 때문에 기능실습생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내고 일본에 입국해 부당 노동행위를 당하거나 오히려 빚을 지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전문가 심의회를 꾸려 지난 1년간 제도 개편안을 논의했고, 결과 ‘1년 이상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력과 일본어 실력 등의 자격을 충족하면 이직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좋은 조건의 사업장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업장 사이에 처우 개선 경쟁을 유도하겠단 취지다.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임금도 끌어올렸다. 10년 전 기준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평균 임금은 일본인 고졸 노동자의 초임과 비교해 76%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는 98%까지 늘었다. 일본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값싼 노동력’에서 ‘주요 노동력’으로 옮겨 갔단 방증이다. 특정 기능 제도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다. 특정 기능 2호 대상 업종을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제조업, 외식업, 항공업, 숙박업 등까지 포함한 11개 업종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정 기능 제도란 기능실습생보다 업무 숙련도가 높고 일본어 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5년간 부여하는 노동 비자다. 해당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은 일본인과 같은 임금과 노동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자유로운 이직도 가능하다. 특히 특정 기능 2호 보유자는 가족을 데려올 수 있고 체류 자격도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의 이민 허용인 셈이다. 특정 기능 2호 자격자로 1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하면 영주권도 준다.

지역·기업 차원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지원

특기할 만한 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본의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단 점이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촌 지역의 태도 변화가 빠르다. 외국인 실습생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 제도 전문가인 만조메 마사오 일본 도카이대 교수는 “지역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선택받는 지역이 돼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인구 감소에 따라 외국인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주민들이 미리 대비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과 생활을 촘촘히 지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도치기현 소재의 반도체 중소기업 후지센 기공은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인근의 전문학교와 연계된 온라인 일본어 교육을 받을 경우 이를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더 높은 레벨의 일본어 자격시험을 통과할 시 한 달 1만 엔 상당의 월급 인상을 단행해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후지센 기공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의 능력이 좋아지면 결국 회사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를) 1년만 고용하고 해고하진 않을 것이기에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