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어린이집 2,000개 증발했다” 저출산 속 급감하는 육아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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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할 아이들이 없어요" 어린이집 감소세 본격화
2028년이면 어린이집·유치원 3분의 1 사라진다?
각종 지원책 앞세워 '돌봄 공백' 메꾸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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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의 수가 전년 대비 2,000개 가까이 감소했다. 저출산 현상 심화로 원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어난 결과다. 다수의 아동 인프라 시설이 소멸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각 지자체는 돌봄 공백 발생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집은 줄고, 노인 시설은 늘고

25일 보건복지부의 ‘2023년 12월 말 기준 보육 통계’와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어린이집은 2만8,954곳으로 2022년(3만923곳) 대비 1,969곳 줄었다. 민간 어린이집이 9,726곳에서 8,886곳으로 840곳 감소했고, 가정 어린이집이 1만2,109곳에서 1만692곳으로 1,417곳 줄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5,801곳에서 6,187곳으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읍면동 기초자치단체 2만8,954곳 중 597곳(2.1%)에서는 어린이집이 한 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에 어린이집 미설치 기초자치단체가 다수 밀집돼 있는 양상이다(경북 112곳, 경남 109곳, 전남 101곳, 전북 81곳 등). 반면 수도권의 어린이집 미설치 기초지자체는 경기도 17곳, 서울 4곳 등으로 비교적 적었다.

반면 노인 인구의 증가로 노인 시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 복지관 △경로당 △양로 시설 △노인 복지 주택 △노인 요양 시설 △재가노인 복지 시설 등 노인 시설은 2022년 8만9,698곳에서 작년 9만3,056곳으로 1년 새 3,358곳이나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구 전문가는 “어린이집이 줄어들고 노인 시설이 급증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이 하락하며 아동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아동 관련 시설의 감소세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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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위기 내몰린 보육 기관들

실제 전문가들은 수년 내로 어린이집·유치원 등 아동을 위한 인프라 시설이 빠르게 사라져갈 것이라고 본다. 지난 1월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포럼에 실린 ‘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이재희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3만9,053곳 수준이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는 2028년 2만6,637곳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저위 추계)를 활용해 취원율과 정원 충족률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해 향후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추산했다.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감소율은 특히 부산(39.4%), 서울(37.3%), 대구(37.3%), 인천(34.0%) 등 대도시에서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정원 충족률이 낮은데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많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기관 폐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영유아 인구가 부족한 어린이집·유치원이 소멸할 가능성이 높아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인구 유출이 심각한 읍·면 지역에 최소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행정복지센터, 마을회관 등 유휴 공간을 개조해 보육교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취약지역 영아 돌봄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자체의 어린이집·유치원 지원 노력

한편 각 지자체는 영유아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해 어린이집·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원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집 525곳을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된 시설은 시가 시행하는 보육사업의 혜택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525개 동행어린이집 중 519개에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501곳에 보조교사, 보육 도우미 등 보조 인력 1,159명을 지원한다.

동행어린이집 중 민간 어린이집이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공인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맞춤 컨설팅을 실시하고, 재원 아동수(현원 11인 이상) 요건을 제외하는 특례를 적용한다. 어린이집의 낡은 환경과 불편한 이용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 개선비도 전액 지원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지만 장소, 이용 수요 부족 등으로 설치에 어려움이 있는 기업에서 위탁 보육을 추진할 때는 동행어린이집을 우선 연계한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지난 6월 미취학 아동을 위해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을 새롭게 선보였다.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은 폐원 위기 어린이집의 남는 공간과 유휴 인력을 활용, 주중·낮 시간대에 시간 단위로(1일 최대 4시간, 월 60시간 한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취학 전 모든 보육 연령대인 6개월~7세 이하 아동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