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무단결근한 근로자 해고 못 한다? 중노위 판정에 법학계 “과거 판례와 배치되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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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판결 뒤집은 중노위, 39일 연속 무단결근 근로자에 "해고는 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서도 논란 확산, "추가 사실관계 없이 초심 뒤집은 건 납득 어려워"
무단결근 징계해고 사유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다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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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일을 무단결근해도 근로자를 해고해선 안 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교섭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명목으로 무단결근을 할 시 이를 회사에 통보했다면 회사를 속인 ‘기망’이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려 39일을 무단결근했음에도 해고 사유가 안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중노위 “39일 무단결근 해고 사유 아냐”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최근 현대제철 소속 전 금속노조 간부 A씨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 사건에서 초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무단결근을 연달아 했음에도 해고 사유로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A씨는 지난 1996년 현대제철의 전신인 한보철강에 입사한 후 고용승계 돼 현대제철에서 근무해 왔다. 그러다 2021년 말 A씨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근로자들로 조직된 현대제철 ‘지회’가 소속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지회는 2021년 12월 회사에 지부장 A씨와 지회장까지 총 두 명을 근로시간 면제자(노조 전임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법적으로 전임자는 한 명만 선임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통지를 했고, 그럼에도 지회에서 전임자를 특정하지 않자 회사는 A씨에게 2023년 1월 1일 복직을 요청했다.

사건은 A씨가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간 교섭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벌어졌다. 금속노조 측은 회사에 “교섭기간 중 결근을 해야 하니 출근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회사는 “A씨는 지정된 전임자가 아니다”라며 요구 사항 수용 불가를 통보했으나, A씨는 회사 측 통보와는 관계없이 4월 13일부터 8월 1일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노조 측은 A씨의 결근이 시작된 지 약 3개월 만인 7월 17일에야 비로소 회사에 A씨를 포함한 교섭위원 참석 명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전체 기간 동안 A씨의 무단결근일수는 55일에 달한다.

결국 회사는 이 사건으로 A씨를 해고했고, A씨는 즉각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이에 초심 충남지방노동위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는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교섭위원 처우를 인정받지 않았으나 처우를 인정받은 것처럼 근태 관리자를 기망하고 55일간 무단결근했으므로 정당한 해고”라고 강조했다. 징계가 과도하다는 A씨의 주장엔 “동료들의 신뢰를 이용해 업무를 방해한 점을 고려하면 징계가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A씨에게 “교섭위원 처우는 불가능하니 근태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한 점, A씨가 징계 과정에서 “전임자 처우에 대해 결론이 안 난 상태에서 출근하지 않은 상황을 인정한다”고 진술한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초심 판단을 뒤집고 A씨와 노조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특히 7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는 무단결근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교섭위원 명단을 통보한 것 자체로 정당한 조합활동이 성립한단 것이다. 이에 따라 교섭위원 명단 통보 전인 4월 13일부터 7월 16일까지 ’39일’만 무단결근으로 인정했다. 중노위는 “39일 무단결근만으로 해고 조치는 과하다”며 “회사가 결근 사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수개월간 결근에 대해 경고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노동법학계선 반박 의견, “법리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무단결근이란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사용자의 승인 없이 결근하거나 정당한 출근 독촉에 따르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노위가 A씨에 대해 약 39일의 무단결근을 인정한 건 A씨에게 결근을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서 교섭위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A씨의 ‘단체교섭 활동을 위한 결근’이란 주장에 당위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근로자 측에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업계와 노동법학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노위 역시 39일에 대해 무단결근이 성립함을 인정했음에도 해고 사유가 과하다고 판단한 건 법리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중노위의 판단은) 결국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 활동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은 상상도 할수 없는 수준의 면죄부를 부여한 판정”이라며 “별다른 추가 사실관계가 없음에도 초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이 회사의 징계 전례를 봐도 무단결근이 해고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현대제철 단체협약엔 ‘월 7일 이상 무단결근은 해고 사유’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실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연속 28일 무단결근한 근로자가 면직을 당한 적 있고, 2010년에도 월 통산 7일 이상 무단결근한 경우 면직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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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결근에 해고 허용한 판례도

이번 중노위의 결정이 과거 판례와 배치된다는 비판도 있다. 근로자의 무단결근을 해고 사유로 인정한 법원 판례가 적지 않아서다. 일례로 지난 1991년 3월 27일 대법원은 3일 연속 무단결근한 근로자 B씨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1개월 동안 연속 3일 무단결근하는 것을 해고 사유로 규정한 단체협약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3일 연속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한 회사 측의 조치가 정당함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법적 기준에 따라도 39일에 달하는 A씨의 무단결근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 2022년 12월엔 5일 이상 무단결근을 징계해고 사유로 규정한 단체협약 규정이 정당하다는 판례가 나왔고, 2003년엔 한 달에 7일의 무단결근을 했을 경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특히 2005년엔 노조 전임자도 출·퇴근에 대해 사규의 적용을 받으며 무단결근할 경우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징계해고된 전 대한항공 노조부위원장 C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노조 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근로관계는 유지된다”며 “취업 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단체협약에 조합 전임자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특별한 관행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출·퇴근에 관한 사규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노조위원장의 사전 또는 사후 결재를 얻지 않고 임의로 노조 본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건 참가인 회사의 취 규칙에 규정된 무단결근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참가인 회사는 원고에 대해 취업 규칙의 출·퇴근 규정을 적용해 징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