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권 가격 담합했나” 공정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현장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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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영화관 운영 3사 정조준
시민단체, 공정위 신고 '담합 의혹' 제기
한두 달 간격으로 1만5,000원 일제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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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운영 3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영화 티켓 가격 담합 및 폭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3사를 신고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 ‘짬짜미 의혹’ 멀티플렉스 3사 조사 돌입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멀티플렉스 3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격 인상 과정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3사의 가격 짬짜미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3사는 2020~2022년간 한두 달 간격으로 주말 기준 1만2,000원짜리 티켓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들 단체는 “티켓 가격 폭리가 관객에게 부담을 주고 영화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3사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코로나19 시기 적자를 들었으나 이미 팬데믹은 종식됐고 CGV도 흑자로 전환했으니 티켓 가격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459개 중 449개(97.8%)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사업자들로 투자·제작·배급·상영 등 영화산업 전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영화계의 절대 갑”이라며 “이러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시기 관객이 축소하고 적자가 커지자 2019년 주말 기준 1만2,000원이던 영화 티켓 가격을 2020년과 2021년 2022년에 세 차례에 걸쳐 1,000원씩 동일하게 인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화 티켓의 가격 인상률은 25%에서 40%까지 급격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같은 시기 평균 물가상승률(3.2%)의 약 12배에 달할 만큼 큰 폭의 인상이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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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참여연대가 ‘영화 티켓 1만5,000원, 관객과 영화계는 쪽박, 극망만 대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OTT로 떠나간 관객들

이에 대해 영화관 이익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상영발전협회는 “티켓 가격 결정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하에 이뤄진다”면서 “(3사의) 티켓값이 유사한 것은 극장의 운영 형태, 판매 상품, 임대료·인건비 등 제반 비용 구조 등 사업적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객단가가 불투명하고, 영화관이 통신사·카드사 제휴 할인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극장은 통신사 및 카드사로부터 실제로 보전받는 금액을 배급사와 공정하게 정산, 배분하고 있다”며 “영화 가격은 올랐으나 객단가는 떨어졌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실제 영화 객단가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 티켓 가격 인상폭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2022년 영화 티켓 가격 인상률은 25%지만, 같은 기간 객단가 인상률은 19.9%였다. 올해 객단가(6월 25일 기준)는 9,712원으로 지난해(1만80원) 대비 소폭 줄었다. 또한 영화관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도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관객 수는 1억2,5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분명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멀티플렉스 3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65.9%, 전체 관객 수는 55.2% 수준에 그쳤다. 극장을 떠나간 관객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팬데믹 기간동안 야외 활동이 자유롭지 않자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의 OTT에 집중했고, 여기에 영화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자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의 발길을 끊었던 영향이 크다.

‘충성 고객’ 확보 수단 묘연

이에 영화관들은 ‘현장감’을 살린 특별관에 집중, 관객들에게 기존의 영화관과는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떠나간 관객들을 다시 불러들이려 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특수상영(4D·IMAX·ScreenX·Dolby Cinema) 전체 매출액은 1,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감소했고, 특수상영관 전체 관객 수도 73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4.8% 줄었다.

그럼에도 영화관들은 여전히 ‘특별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와 먹거리를 선보여 관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CGV는 ‘오프라인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로의 진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 전용 콘텐츠를 확보하고 특별관을 통한 차별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F&B 수익 확대와 영화관 공간을 활용한 광고 경쟁력 제고에도 나섰다. 최근 오리온과 협업해 ‘고래밥콘’을 출시하는 등 IP 협업을 통해 팝콘, 콜라 외에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특수관과 극장공간을 활용한 콘텐츠 기획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엔 쿠폰 적립 프로모션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영화 예약이나 팝콘 구매액에 따라 스탬프를 적립해 주는 식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 역시 돌비 시네마 등의 특별관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돌비 시네마의 강점이 드러나는 작품을 상영하는 데 집중함과 동시에 매달 돌비 시네마 기획전을 열어 단골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영화관이 지닌 특성상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전방 산업인 영화계가 여전히 침체기인 만큼 영화관들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그간 상위 영화 몇 편에 의존해 온 현상이 결국 지금의 결과를 부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블 영화를 비롯해 큰 스케일의 영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스크린의 존재와 함께 보는 것의 즐거움이 여전히 영화관의 존재 이유긴 하지만, 소수 흥행작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대형 상업영화들이 사라지자, 역설적으로 그동안 상영의 기회를 못 받은 작은 영화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바이러스를 뚫고 결국 영화관을 찾는 것은 ‘찾아서 보는’ 영화 팬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때 일부 극장들은 명작 재개봉 등을 통한 작품 확보에 주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OTT가 주된 콘텐츠 통로로 자리 잡은 지금,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길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