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기 신도시 24만 가구, 시세보다 싸게 공급”, MB 때와 닮은 주택 정책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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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등 부동산장관회의 열어 주택공급 대책 논의
공공매입 임대주택 1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 등 추진
투기 수요 적극 대응, 시장 과열 시 특단의 조치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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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9년까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약 24만 가구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공공매입 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1만 가구 이상 늘리고 신규 택지 공급 후보지를 포함한 추가 대책도 다음 달 발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기조를 유지하고 투기 수요 등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 8월 중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 예정

1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를 완화하기 위한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교통 등 정주 여건이 우수한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2029년까지 총 23만6,000가구를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으로 분양하겠다”며 “청년과 무주택 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을 확실히 늘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중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 폭이 증대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지방과 비아파트 주택 가격은 하락하는 등 지역별·주택 유형별로 차별화 양상을 보여 시장 전반이 과열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반기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를 2만 호 이상 추가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세시장 안정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을 가속화하겠다”며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매입 임대주택을 내년까지 당초 계획된 12만 호에 더해 최소 1만 호 이상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3만 호 이상의 공공매입 임대주택 중 5만4,000호를 전세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기조를 강화하겠다”며 “올해 9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등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전반에 대한 관계기관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건전성 규제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필요시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투기 수요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최 부총리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투기 수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합동 현장점검반을 가동해 시장교란 행위를 단속하고 불법행위를 엄단하며 탈루 소득은 철저히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에도 시장 과열이 나타난다면 특단의 조처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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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수도권 127만호 공급계획/출처=국토교통부

‘규제 완화+공급 확대’로 집값 잡은 MB 정책 재조명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주택 시장의 침체 없이 안정을 모색한다는 취지였지만 현재까지는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22년 임기 내 수도권에만 12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서울 시내 공공주택 예정지 중 단 한 곳도 첫 삽을 뜨지 못했고, 최근에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하자 대출 규제 완화가 30~40대 ‘영끌족’의 수요를 촉진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MB 정부도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낮춘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곡동·세곡동에 시세의 절반 수준인 아파트를 지어 2012년까지 총 32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목표만큼 완공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 첫 입주를 시작해 집값 안정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한 ‘뉴타운 사업’을 본격화해 은평·길음·왕십리·아현 뉴타운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이 덕분에 서울 입주 물량은 2010년 3만3,825가구에서 2014년 5만1,452가구로 증가했다. MB표 공급 확대 정책의 결과로 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인 2014년까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어졌다.

MB 정부는 집값 안정을 토대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힘을 쏟았다. 부동산 정책이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당시 정부는 1주택자에게 주택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완화했고 분양권 전매제한도 해제했다. 2010년 대출 규제를 푼 데 이어 2012년에는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수요가 개선되면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됐고 MB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MB 정부 시절 국토부의 주택토지실장을 지내는 등 당시 각종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인물이라는 점도 윤 정부의 정책이 MB표 부동산 부양책의 데자뷔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박 장관이 주택토지실장으로 일했던 기간 취득세 감면,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굵직한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MB 정부, 집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 35조원 줄여

다만 보금자리주택 등 MB 정부의 강력한 공급 확대 정책을 두고 당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민간 주택보다 저렴한 공공 주택의 대량 공급으로 인해 민간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고, 공공 주택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준공 후 미분양까지 급증하면서 민간 건설사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주민과의 마찰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했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 이후 철거 용역 업체에 의한 강제 철거 등이 문제가 되면서 뉴타운 사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중대형 고가 아파트 건설로 원주민과 세입자가 밀려났다”며 “이주 수요가 폭발하면서 분양가, 전셋값, 주변 집값이 모두 상승해 투기 수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결국 MB 정부 임기 말에 일부 주택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이어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관련 정책을 폐기했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 전 대통령의 주택정책은 재평가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KB주택가격동향, 한국은행, 통계청 발표 자료를 토대로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을 추산한 결과 MB 정부 때에는 35조원이 감소한 반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각각 55조원과 493조원이 발생했다. MB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에도 ‘집값 잡기’에는 대체로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당장의 규제 완화보다는 집값 거품 빼는 데 주력해야

2022년 윤 대통령 취임 시점의 부동산 시장만 보면 MB 정부와 거의 흡사한 것이 사실이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고 주택 시장은 경색 상태였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거품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10년 전과 비교해 시중 통화량이 2배 이상 늘어나 화폐 가치가 하락했고 자산 가격이 폭등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과잉까지 겹치면서 문 정부 시절 이미 서울 아파트값은 52%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MB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시장의 부양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집값의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와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하는 현시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MB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에 앞서 확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화시장의 여건도 크게 다르다. MB 정부 때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외생 변수로 저금리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긴축 통화 흐름 속에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당장의 규제 완화보다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둔 정교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