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홍콩보다 월평균 급여 높다? 논란의 중심에 선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보장’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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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국내 도입 본격화, "저출생 해결 위한 저변 마련할 것"
일 4시간 기준 월 급여 119만원 수준, 내국인 수준 최저임금 책정에 논란 확산
비용 부담 낮춰야 한단 목소리↑, "한국보다 GDP 높은 싱가포르도 급여 낮게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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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책정한 탓에 실수요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홍콩, 싱가포르 등 한국에 앞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국가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비용 부담 줄이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오는 9월 필리핀 가사도우미 한국에 첫 도입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와 서울시는 오는 9월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절감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저변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이번 시범 사업은 세대 구성원 중 만 12세 이하 아동이나 임신부가 있는 서울 시민이 신청할 수 있으며, 가사도우미는 한부모·다자녀·맞벌이 가구나 아동이 어린 가정에 우선 배치될 예정이다. 월~금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 하루 4, 6, 8시간 단위로 신청할 수 있고 이용 기간은 2월 말까지 총 6개월가량이다.

이번에 한국으로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은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 소지자로, 범죄 이력, 건강검진 등 신원 검증뿐 아니라 영어‧한국어 능력 평가도 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 문화와 직무 교육 등을 거쳐 9월 서울 시내 가정에 배치될 예정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기본적인 육아 관련 일과 더불어 간단한 가사도 맡을 수 있다. 아이 돌봄 외 ‘동거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incidental and light) 가사서비스’도 업무 협약상 가사도우미의 업무 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가사 범위로는 ▲아이 식사 준비 ▲식사 설거지 ▲방과 거실 청소 ▲어른 옷을 포함한 세탁 ▲낮잠 재우기 ▲아이 등·하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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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에 통제 엄격한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이미 해외에서 흔히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싱가포르다. 현재 싱가포르는 전체 가구(약 140만 가구) 중 5분의 1가량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외국인노동자고용법(The Employment of Foreign Workers Act)과 고용대리단체법(The Employment Agencies Act) 등을 통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 노동자를 관리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고용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고용계약서에 ▲월별 임금 ▲근로 시간 ▲휴식 보장 ▲의료보험 제공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1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권리를 적시한 것이다.

문제는 두 법안이 ‘권리’보단 ‘통제와 규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외국인 가정부 워킹 비자의 발급 조건이 ▲필리핀·미얀마 등 특정 국가 출신의 23~50살 사이 여성일 것 ▲8년간 자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을 것 등으로 적잖이 까다롭다. 또 비자를 발급받아도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싱가포르인이나 장기거주자(시민권자)와의 결혼이 금지된다. 특히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고용비자가 취소됨은 물론 당사자는 즉각 본국으로 송환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신체적 통제와 사회적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다.

임금 역시 노동 강도 대비 다소 적은 편이다. 싱가포르엔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싱가포르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 내 동남아 가사도우미의 월평균 급여는 약 40만~60만원 수준이다. 경력이 있는 가사도우미의 경우 약 80만원가량을 받기도 하지만, 이 정도 몸값을 책정받기 위해선 싱가포르에서 일한 경력이 최소 5년은 돼야 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인 전체의 월평균 급여가 약 496만원임을 고려하면 가사도우미의 실질 급여는 현저히 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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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과 동일한 임금 책정한 한국,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실효성 의문”

반면 서울시 시범 사업의 가사도우미 비용은 시간당 1만3,700원으로, 하루 4시간씩 주 5일 이용할 시 월 119만원가량이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9,860원에 4대 사회보험(고용보험·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산재보험) 가입 비용을 더한 결과로, 싱가포르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평균 급여를 대폭 상회하는 액수다. 특히 하루 이용 시간을 6시간·8시간으로 잡을 경우 각각 월 급여가 178만원·238만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사도우미 제도 본격화 이후 동남아 가사도우미 인력이 한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국가보다 대우가 좋다는 점이 한국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가사도우미 급여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내국인의 최저임금제를 적용해 월 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단 적은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가사노동자노조연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홍콩의 가사도우미 임금은 시간당 2,800원가량이다. 한국보다 GDP가 높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 국가도 저임금을 유지 중인데 한국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는 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월 급여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시점의 임금체계를 유지하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상류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단 것이다.

물론 내국인 가사노동자와 비교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가격 부담이 훨씬 덜하다. 현재 시장에서 4시간 이용 기준 공공 아이돌보미 시간제 종합형(돌봄+가사)은 월 131만원, 민간 가사도우미는 월 152만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가격대는 각각 9.2%, 21.7%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평범한 맞벌이 부부 기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가격대는 여전히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이다. 맞벌이 부부가 하루 8시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면 월급의 절반가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