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적용한 필리핀 가사도우미 본격 투입, 홍콩 ‘아마’들 한국으로 쏠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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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1일 4시간 기준 월 119만원
선진 모델 사례로 꼽히는 홍콩, '아마' 최저임금은 한국比 1/3
외국인 가사도우미 유입으로 국내 가사도우미 비용 절감 기대도
HouseKeeper Philippines PE 20240717

정부가 국내 가정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을 본격화한다. 우선 서울시에 한정적으로 시범 사업을 벌인 뒤 효용성을 확인하고 내년께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유입되면 가격대가 다소 높은 국내 가사도우미 비용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육아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본격화

17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9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서비스 이용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12세 이하 자녀(2011년 7월 18일 이후 출생아)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로,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월요일~금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 사이 전일제(8시간) 혹은 시간제(6시간·4시간) 중 선택할 수 있으며, 52시간을 초과할 수는 없다.

이번 사업에 참여할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총 100여 명으로,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관련 자격증 소지자 중 영어·한국어 등 어학능력 평가, 건강검진, 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을 거쳐 선발됐다. 구체적인 자격 요건은 ’24~38세의 필리핀 정부에서 인증한 자격증(Caregiving NCⅡ 자격증·필리핀 직업훈련원 780시간 이상 교육 이수자) 소지자’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의 체류자격을 가지며, 모두 필리핀 출신으로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 일정 수준 의사소통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범 사업은 서울시에 한정적으로 시행되지만, 내년엔 지역과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고용부는 우선 전국 각지에 1,2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간기관이 도입·중개·관리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중개업체가 외국인을 소개하고 이를 국내 개별 가정이 계약해 가사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인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적극 도입해 국내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제반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경력 단절이나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싼값에 방점 찍힌 외국인 노동자들, 해외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그러나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문제 해결이 실효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선진 모델 사례로 꼽히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저출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세계 238개국 합계출산율(UN 세계 인구 전망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출생률은 0.75명으로 가장 낮고 싱가포르는 1.02명으로 다섯 번째로 낮다.

한편으론 가사도우미 제도가 외국인 인력의 ‘값싼 노동력’에 방점이 찍힌 탓에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미 홍콩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아마’라 불리는 홍콩 내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자를 얻어 일한다. 문제는 이들이 홍콩에 도달하기 위해선 고향의 브로커에게 약 1년 치 월급을 빚으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위 말하는 ‘홍콩 드림’을 실현하긴커녕 브로커 비용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데다 노동시간에 대한 의무 규정도 없다. 홍콩의 아시아가사노동자노조연맹에 따르면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하루 평균 16시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고 휴게시간도 47% 정도만 보장받으며 일한다. 여권·근로계약서를 고용주에게 빼앗긴 채로 일하는 경우도 전체의 35.8%에 달했고, 언어·신체·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도 50%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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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높은 한국,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거 몰릴 수도”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권 침해 우려는 너무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근무 시간 제한 및 차등 없는 최저임금 적용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가사노동자노조연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홍콩의 가사도우미 임금은 시간당 2,800원가량으로 한국 최저임금(올해 기준 9,860원)보다 1/3 이상 낮다.

반면 한국의 가사도우미 비용은 시간당 최저임금과 4대 사회보험 등을 포함해 하루 4시간 이용 시 월 119만원가량이다.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월급이 206만74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한국 내 가사도우미의 근무 조건이 더 좋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홍콩 드림을 꿈꾸며 홍콩으로 몰리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인력이 한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유입으로 국내 입주 가사도우미 비용이 하락하는 등 부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입주 육아도우미의 월급은 350만~400만원 선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도 월 230만~280만원으로 파악됐다. 등·하원 시간만 도움을 받는다 해도 월 100만~150만원의 비용이 든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거 유입되면 수요와 공급에 중심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육아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