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구현이란 이름으로 협박에 가짜뉴스까지, ‘사이버 렉카’에 칼 빼든 검찰 “구속수사 검토 및 범죄수익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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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들, 쯔양에게 함구 대가로 금품 요구
정의 구현 명목의 사이버 명예훼손 매년 증가세
불법 난무 제재할 장치 부실, 솜방망이 처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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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쯔양을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튜브 전국진이 자신의 채널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사진=전국진 유튜브 캡처

검찰이 수익 창출을 위해 허위 콘텐츠를 제작하는 악질적 사이버 렉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시사했다. 이들의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해 끝까지 환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렉카란 고속도로에서 사고 난 차량에 달려드는 사설 구난차를 일컫는 말로, 여론의 관심이 큰 사건에 달려드는 유튜버들을 이런 렉카에 비유해 사이버 렉카라 부른다.

이원석 총장 “사이버 렉카 구속수사 적극 검토”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한 협박·공갈 등 추가 범행이 확인된 경우 등은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라고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동일이 저지른 다수 범행 또는 동일 수법의 범행을 개별적으로 수사하는 경우 적극 병합해 구속 수사하라”고도 했다. 또 “악성 콘텐츠로 인한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 사생활 노출, 사회관계 단절과 정신적 고통 등 실질적 피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피해 정도가 중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지속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구공판(검찰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라”고 전달했다. 이어 이 총장은 “광고 및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 수입 등 취득한 범죄 수익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추적하라”며 “특정된 범죄수익은 법령에 따라 몰수·추징보전하고 민사소송 등을 활용해 회수하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등 일부 유튜버들이 구독자 1,040만 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과거 사생활을 빌미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가세연은 일부 유튜버들이 사생활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11일 ‘황천길’이라는 익명의 고발인은 해당 유튜버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공갈 등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구제역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 사건 5개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청 2개에서 구제역의 공갈 사건 등을 이송받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원지검이 사건 관할 지역에 해당하고 수원지검에서 다수의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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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쯔양이 4년간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쯔양 유튜브 캡처

치부를 파고들어 조회수 장사

사이버 렉카들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조회수 장사를 위한 무분별한 폭로와 협박을 서슴지 않는 유튜버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협박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10일 이후에도 향후 계획과 입장 등을 담은 유튜브 방송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인 쯔양에 대해 2차 가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구제역은 지난 12일과 13일 잇따라 “쯔양 2차 가해자를 고발한다”, “검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받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4일 기준 각각 97만 회, 30만 회에 달한다. 쯔양 협박을 공모한 의혹이 제기된 카라큘라(본명 이세욱)가 지난 11, 12일 “해명하겠다”며 올린 영상도 각각 365만 회, 158만 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 사이버 렉카는 그동안 부정적인 사건이나 폭로성 내용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채 빠르게 영상으로 제작, 공개해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조회수가 수익이 되는 점을 이용한 무분별한 폭로전이 수차례 문제가 되면서다. 구제역, 카라큘라 등이 쯔양 협박 이후 해명을 이유로 공개한 영상 역시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튜브상에서 △혐오를 자극하는 사건 △남의 비밀 △동의하지 않는 팩트 △가짜 뉴스 등을 퍼뜨리는 일이 공고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이 된 지 벌써 10년이 돼가는 가운데, 유튜버들의 ‘조회수 경쟁’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한 유튜버가 부산지법 청사 앞에서 또다른 유튜버를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이버상에서의 명예훼손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발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594건이었던 정통법위반 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2020년 9,140건, 2021년 1만1,354건, 2022년 1만2,370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3년 1만1,70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5,743건 발생하며 다시 증가세다.

갈길 먼 ‘사이버 렉카’ 처벌

문제는 사이버 렉카에 대한 처벌이 대부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상에 허위 사실 혹은 사실을 드러내는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사이버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 허위 사실을 이용한 사이버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사실을 적시하는 사이버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사이버 렉카의 경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어 처벌을 받더라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확정적인 단어 대신 ‘의혹’, ‘논란’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명시적인 욕설 및 비방을 가하기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해 고발하기 어렵게 한다. 게다가 앞서 사이버 렉카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튜브 플랫폼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신원정보를 요청해도 협조받기가 어렵고, 허위 사실로 소명하기까지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걸려 피해자의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현재 유튜브가 1인 미디어로서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으로 규제할 수 없고, ‘언론’으로도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플랫폼 차원에서 사이버명예훼손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그동안 이와 관련해 통제를 하지 못했고 통제할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희생자만 늘어나고 있다”며 “플랫폼 상에서 혐오표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담은 법을 시행 중인 독일의 사례 등을 참조해 국내에서도 사이버 렉카에 대응할 수 있는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