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가 너무 많다” 카카오톡 ‘리딩방 금지’에도 시장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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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카카오톡 내에서 리딩방 운영 불가능
불법·합법 즉각 판별 어렵자 '리딩방 전면 금지' 초강수
"텔레그램으로 옮기면 그만" 해소되지 않는 불법 리딩방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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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불법 투자 리딩방(메신저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행위) 개설·운영을 금지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법 리딩방 피해가 빗발치는 가운데,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리딩방 운영 자체를 금지하는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범죄 세력이 카카오톡을 떠나 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SNS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카카오, 리딩방 개설·운영 전격 금지

15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공지사항을 통해 리딩방 운영·홍보 행위 금지를 골자로 하는 운영정책 개정 소식을 전했다. 개정 이유와 관련해 카카오는 “불법 투자 리딩방으로 인한 금융 피해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에 불법 리딩방 등으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정책을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운영정책 개정을 통해 카카오는 ‘불법 또는 규제 상품·서비스 관련 콘텐츠’ 정책 카테고리 내 ‘유사투자자문 등’이라는 하위 범주를 개편한다. 해당 조항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 또는 그 가치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그룹채팅방(리딩방)을 생성하거나 운영하는 행위 △1대 1 채팅방을 통해 투자종목 추천 등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리딩방에 다른 이용자를 초대하는 행위 △리딩방 안내·홍보 목적의 그룹채팅방을 운영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에 더해 코인 등 가상자산, 부동산 투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기술 분야 투자 상품과 관련해 불법적이거나 타인의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는 투자 자문 행위 등도 불법 리딩방 관련 정책을 적용받는다. 관련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운영정책은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불법 리딩방’의 기준은?

업계는 카카오 측이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리딩방 개설·운영 자체를 금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법 유사투자자문업과 불법 리딩방은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다. 카카오톡이 하나하나 (리딩방의 위법 여부를) 분별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며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아예 카카오톡 서비스 내 리딩방 운영을 금지하는 것이 최선책이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마친 업체가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 즉 리딩방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합법 행위다. 다만 금융 전문성이 검증된 제도권 금융회사 외에도 누구나 영업 요건 심사 없이 유사투자자문업 신고가 가능한 만큼, 신고 여부만으로 회사와 직원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리딩방 관련 불법 행위로는 개별 투자자문 제공이 꼽힌다. 개별 투자자문은 법률상 요구되는 자본금,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투자자문업자’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일정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것 역시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같은 범행이 SNS 채팅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지며, 자문 행위의 불법성을 가려내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불법 리딩방 사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단속이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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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운영 세력 ‘대이동’ 가능성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내 리딩방 운영이 금지된다고 해서 관련 피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카카오톡 외 SNS에서 얼마든지 유사 범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미 일부 불법 리딩방 운영자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해 ‘텔레그램(Telegram)’ 등 보안 부문에 강점을 보이는 SNS에서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춘 SNS로, 정부·공공기관 등 제3자에 좀처럼 내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9년 한국 수사당국이 N번방 사건 관련 수사를 위해 텔레그램 측에 협조를 요청했을 당시에도 텔레그램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020년 10월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텔레그램 자료 제공 요청 내역’에 따르면, 경찰은 총 7차례에 걸쳐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요청 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그야말로 ‘수사 사각지대’인 셈이다.

텔레그램보다 익명성에 한층 특화된 SNS인 ‘시그널(Signal)’로 이동하는 불법 리딩방 운영 세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시그널은 △화면 캡처 차단 기능 △대화 내용, 음성 통화 암호화 △메시지 삭제 기능 등을 통해 이용자의 보안과 익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시그널과 같은 보안 메신저에서 대화 내용이 삭제될 경우 복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시그널을 악용한 범죄가 벌어질 경우 디지털 포렌식 수사 기법 등이 제힘을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인, 텔레그램, 시그널 등 카카오톡의 대체재는 무수히 많다. 특히 텔레그램 등 보안성이 뛰어난 SNS로 범죄 세력이 다수 이동할 경우, 차후 수사당국 등이 (범인) 추적에 보다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불법 리딩방 사기는) 단순히 카카오톡 등 국내 SNS 규제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관련 범죄 행위 자체를 뿌리뽑기 위한 방안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