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까지 나라살림 적자 74조원, 국가 채무도 한달 만에 18조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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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지출은 늘었는데 대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세는 줄어
5월 누계치가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의 80% 육박
2년 연속 세수 예측 실패해 올해 '세수 펑크 10조원'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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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5월까지 국가 재정 적자가 7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0조원 넘게 늘어난 규모로, 대기업의 실적 저조로 법인세가 크게 줄어든 반면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지출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악화한 영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예측에 실패하며 10조원의 세입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법인세 중간예납 제도를 개편해 세수 오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5월 관리재정수지 74조원 적자, 법인세 감소 영향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 동향 7월호’에 따르면 5월 누계 기준 총수입은 258조2,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진도율은 42.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누계 총수입은 1조6,000억원 늘었다. 총수입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이 15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1,000억원 감소했지만 세외 수입과 기금 수입 증가분이 이를 상쇄했다. 5월 누계 기준 세외 수입은 지난해보다 1조원 늘어난 13조8,000억원, 기금 수입은 9조7,000억원 증가한 93조3,000억원이다.

국세 수입이 줄어든 건 대기업의 실적 부진에 따라 법인세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5월 누계 기준 법인세 수입은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1%(15조3,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는 전년도 사업 실적을 토대로 납부하는데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으로 대기업은 이듬해 3월과 4월, 중소기업은 3~5월에 법인세를 분납한다. 국세 수입 중 법인세와 함께 3대 세목으로 꼽히는 부가가치세과 소득세는 각각 5조3,000억원, 3,000억원 증가했다.

5월 누계 총지출은 전년 대비 23조원 늘어난 31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한 데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3조2,000억원, 기초연금 지급 1조8,000억원 등 복지 분야 지출이 늘어난 것이 총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47.3%로 지난해 45%보다 2.3%p 상승했다. 총수입이 줄고 총지출이 감소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5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전년 대비 22조원 늘어난 7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5월 누계 기준으로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77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정부의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는 91조6,000억원으로 상반기가 다 가기도 전에 목표액의 80%를 넘겼다.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월 대비 17조9,000억원 증가한 1,14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8조3,000억원,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는 1,000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건 매월 국고채 발행·상환과 관련이 있는데 매 분기 말에 상환을 많이 하기 때문에 6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관리재정수지는 월별 흐름에 따라 달라져 남은 기간 개선되는 흐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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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수입 진도율 41%에 불과, 세수 펑크 현실화

5월 국세 수입의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4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4%, 최근 5년 평균 47%보다 5.5~5.9%p 낮은 수치다. 5월 국세 수입 기준으로 최근 5년 평균 진도율보다 ±5%p 낮게 나타난 만큼 2022년 마련된 조기경보 시스템이 가동됐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가 현실화한 셈이다. 2021년과 2022년엔 초과 세수가 발생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상황이 유력해지자 일각에선 기재부의 세수 예측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1.7%, 15.3%라는 큰 폭의 오차율을 기록했지만, 예상보다 더 걷힌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4.8%의 세입 결손이 발생해 세수 펑크 규모가 56조원에 달했다. 관건은 올해 결손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다. 기재부는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입 결손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와 비슷한 세수 진도율을 보인 2013년과 2014년, 2020년의 데이터를 토대로 결손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도의 국세 수입 진도율만 보면 올해와 세금이 걷히는 속도가 유사하다. 하지만 법인세 진도율에는 차이가 있다. 4월 기준 법인세 진도율을 보면 올해는 29.4%였지만 2013년은 34.4%, 2014년 34.3%, 2020년 33.7%로 모두 30%를 상회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과 2014년 세입 결손 규모는 각각 13조5,000억원과 9조9,000억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6조4,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는 세수의 흐름을 좌우하는 법인세 징수 실적이 유독 부진한 데다 세수의 규모 자체가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수 부족에 올해도 은행권 중간예납 요청 가능성

이에 정부는 부진한 법인세 세수 진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세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 중간예납 방식을 상반기 가결산 납부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세수 펑크를 초래한 만큼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직전 연도 법인세 절반을 미리 납부하거나 상반기 영업실적을 가결산해 납부하는 방안 중 기업이 선택하는 현행 방식은 경기 사이클과 기업의 세금 납부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일해 세수 추계 예측 정확도를 지금보다 높인다는 취지다.

중간예납 제도의 개편이 논의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은행권에 상반기 가결산 방식의 중간예납을 요청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에 법인세 중간예납을 더 많이 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조세 수입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의 요청에 지난해 은행권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방식으로 중간예납을 진행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전체 법인세 납부액은 5조6,306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기재부는 세수 결손의 주요 원인인 법인세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중간예납 제도 개편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5월 “세수 부족의 절반가량이 기업 어닝쇼크에 따른 법인세 타격 때문”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예납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중간예납 방식을 기업이 선택하다 보니 세수가 많을 때는 물론이고 적을 때에도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지적하며 애로를 토로하기도 했다.

만약 제도를 개편해 6개월치 가결산을 반영한 중간예납이 의무화되면 그해 실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제도 개편에 대해서 이견이 갈린다. 법인세 납부액이 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기업의 세무 업무만 가중할 뿐 세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과 애초에 경기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대비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선택권을 준 것인데 불확실성을 이유로 다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OECD “장기적으로 부가세 등 세수 원천 늘려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세수를 늘리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11일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3 OECD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에서 재정 문제와 관련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지난해에 이어 세수가 부족한 만큼 재정 준칙을 준수하고, 새로운 세수의 원천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대안으로 부가가치세율의 인상과 탄소세 등을 새로운 세수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부가세율은 10% 수준으로 OECD 평균의 절반을 소폭 상회해 장기적으로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탄소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공공 재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