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조 ‘합병 결사반대’, 화물사업부 매각 두고 EU에 불승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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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매각 전면 재검토 요구 "산은 오류 바로잡아야"
화물사업부의 에어인천 매각에 반발해 집단사직 결의
대한항공 "독자생존 불가능해, 고용조건 유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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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조종사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에어인천이 선정된 것을 두고 “추후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기업결합 불승인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아시아나 노조 “독자생존하거나 제3의 기업에 매각돼야”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날 아시아나항공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도성 아시아나항공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를 논의하기 위해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그 어떠한 답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일 EC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을 에어인천에 분리 매각하는 것에 대해 결사반대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올해 2월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독과점 우려가 있는 유럽 4개 노선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의 분리매각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분리 매각하기로 했고 지난달 본입찰에 참여한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가운데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이다.

최 위원장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 항공사를 선정했다”며 “이는 대한항공과 경쟁이 될 수 없는 항공사를 선택함으로써 EC의 승인 조건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뒤, 추후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라 주장했다. 노조는 EC에 양사의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아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인수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오류를 바로잡고 아시아나항공이 제삼자에게 매각될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 위원장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메가 캐리어’가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부 매각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배분받기 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1+1이 2가 돼야 본전인데도 1+1이 도로 1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하거나, 제3의 기업으로 다시 매각돼 성장하는 게 훨씬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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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에어인천에 화물 사업부 매각, 고용 유지 우려도

이번 매각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은 소형 화물기 4대를 보유한 소규모 화물 항공사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단거리 노선에서 화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이던 화물사업부가 이처럼 영세한 화물 항공사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는 크게 동요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분리 매각안’ 이사회 의결 당시에도 매각 반대 의사를 개진했던 이사진이 사임하거나 투표에 불참했다.

화물기 조종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의 대형 화물기를 인수하더라도 장거리 운항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해 경쟁력 있는 사업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고 결국에는 대한항공 화물 사업부가 항공 화물 운송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초래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에어인천으로 고용 승계된 후에도 영세한 사업 규모 탓에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고용 승계 등 일자리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무원 등 관련 업종의 고용 유지를 위해 항공업 경험이 없는 제3의 기업이 인수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일 B747·B767 기종 운항승무원은 ‘에어인천으로 강제 승계 시 전원 사직’을 결의했다. 노조에 따르면 화물기 조종사 250여 명 중 100명가량이 동참했고 이와 별개로 합병에 반대하는 여객기 조종사 20~30명도 사직 입장을 내놔 전체적으로 126명에 이른다. 

항공업계 “아시아나, 합병 불발되면 독자생존 불가능”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조가 주장하는 제삼자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장문에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 증가, 이자 비용 상승, 2,000%가 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의 지속 악화로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에 더 이상의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화물사업을 독점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 인상과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 당국의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시정조치에 따라 이관된 슬롯 대부분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어서 국부 유출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화물사업부 매각과 관련해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노조의 주장과 달리 현실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는 12조7,739억원으로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산은의 비유동성 리스 부채 4조2,75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갚아야 할 돈이 8조98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1,500%였던 부채비율도 올해 3월 2,006%로 늘었다. 주채권자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불발되면 추가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기에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