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속도, 11일부터 ‘부실 PF 평가’ 금융사 현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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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저축은행·캐피털사 대상 현장 점검 착수
부실 사업장을 '정상'으로 평가한 금융사 대상
2금융권 충당금 '조 단위' 불어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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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협중앙회와 저축은행, 캐피털 등이 우선 점검 대상에 오른 가운데 금융사가 제출한 PF 사업장 평가 내용을 살펴보고 미흡할 경우 현장 지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달까지 사업장별로 평가등급 분류작업이 끝나면 다음 달부터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정리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금감원, 신협·저축은행·캐피탈사 사업성 평가 점검 돌입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미흡하게 PF 사업성 평가를 한 금융사에 대해 11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선다. 특히 지난달 말 기준 연체율이 6%대로 상승한 신협이 우선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에 대해서도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으로, 이들 금고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및 새마을금고중앙회 주도로 점검이 실시될 예정이며, 필요 시 금융당국이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먼저 PF 부실 우려가 가장 큰 2금융권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오는 15일부터는 증권사와 은행, 보험업권까지 점검 대상이 확대된다. 은행업권 중에서는 지방은행들에서 미흡한 PF 사업성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적정성 평가는 내부에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부동산 PF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합한 사업장별 데이터를 근거로 금융사의 자체 평가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자 기본 틀을 마련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기준을 현재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한 바 있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는데,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2금융권은 당장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현장 점검 및 지도 등을 거쳐 오는 26일 사업성 평가 결과 및 충당금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최종 평가에 따라 사업장 운명 결정

금융당국은 현장점검을 통해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한 이후 사업장의 평가 등급을 최종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4단계 가운데 ‘유의’ 등급은 재구조화나 자율매각을 추진해야 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상각, 경공매를 통해 처분해야 한다.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을 받으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금융회사는 시행사와 건설사 등에 유의, 부실우려 등급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에 향후 해당 사업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제출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금감원의 전수 조사 후 최종 평가 등급에 따라 사업장별 운명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3%가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의 등급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5~10%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올 들어 추가적으로 연체 사업장이 늘어난 만큼 실제로는 이보다 부실 사업장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업계는 전체 5,000여 곳 중에서 최소 150곳 이상이 부실우려 등급을 받아 경공매 처분을 해야할 것으로 추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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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하며 버텼던 2금융권, 충당금 조 단위 예측

이런 가운데 금융회사들도 자체적으로 부실PF 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이 먼저 6개월 이상 연체된 PF채권에 대해 3개월내 경·공매를 실시하기로 한 후 증권과 여신 등 다른 제2금융권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금융당국은 PF 부실 확산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권을 압박해 왔으나,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돌입하는 움직임이 확산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한 압박 수위를 재차 높이며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을 촉구했다. 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잠재부실이 현실화되고 신용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라며 “일단 가장 부실 위험이 큰 사업장들의 평가가 걸린 3분기를 무사히 넘기고 나면 출구가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회사가 이달 말까지 부실 사업장 등급 통보를 하면 시행사와 건설사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경공매를 통해 사업장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PF 정리 사업장을 중심으로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금융회사는 유의, 부실우려 사업장에 6월 말 기준으로 충당금을 한꺼번에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은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자본비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경우 충당금 적립액이 조 단위로 불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