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발암물질 논란 속 한국 상륙한 쉬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도 짝퉁 전시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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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 'MZ 패션성지' 성수동서 국내시장 공략
앱 설치 유도하며 마케팅 벌였지만 가품 전시로 도마
중국산 짝퉁 판쳐도 벌금은 수백만원대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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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가품 논란이 빚어진 쉬인 니트 제품/사진=쉬인 앱

중국의 패스트패션(SPA) 기업 쉬인(SHEIN)이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오프라인 팝업을 열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지만, 쉬인을 둘러싼 ‘짝퉁(가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팝업 첫날 해외 브랜드 디자인을 베낀 상품이 판매되며 문제가 되자 쉬인은 하루 만에 해당 상품을 매장에서 철수했다.

쉬인 첫 단독 팝업스토어, 짝퉁 판매 논란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이달 8~14일 팝업스토어 ‘스타일 인 쉬인’을 운영한다. 국내 1위 패션플랫폼인 무신사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성수동을 첫 팝업 장소로 낙점했다. 국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쉬인 관계자는 “오픈 첫날 폭우에도 1,000명이 넘게 방문했다”며 “오후에는 입구 앞에 대기줄이 만들어졌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2개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이지웨어, 미스가이디드, 데이지 등 쉬인의 서브브랜드 상품들로 채워졌다. 데이지는 한국 패션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된 브랜드다. 상품은 대부분 1~2만원대로 타 브랜드 대비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매장 내에서는 5,000~6,000원대의 티셔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비싼 축에 드는 건 5만5,000원짜리 재킷이다.

이렇듯 ‘초저가’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쉬인의 전략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에서는 쉬인이 한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저질’, ‘짝퉁’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성수동 팝업에서도 폴로, 키르시 등 다른 유명 브랜드가 연상되는 로고와 디자인이 적용된 상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그간 쉬인의 브랜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랄프로렌 로고와 유사한 로고가 박힌 니트 제품 가격은 1만3,400원으로 20만원대에 육박하는 정품의 1/10 수준이었다. 쉬인 관계자는 “논란을 인지하고 문제가 되는 상품을 매장에서 뺐다”고 말했다. 해당 상품은 팝업스토어에서 제외된 데 이어 이제 온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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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 모델 김유정/사진=쉬인

4월 상륙 이후 사업에 속도, 가품·발암물질·동북공정 등 과제 산적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쉬인은 올해부터 한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쉬인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무신사, 지그재그·에이블리 등 토종 플랫폼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최근 국내 패션회사들과 접촉하며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추가 생산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앞서 진출한 미국·유럽에서는 이미 글로벌 SPA 브랜드인 H&M, 자라(ZARA) 등을 제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쉬인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함께 가품을 판매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가품 유통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자체 검열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지난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국내 진출을 선언한 쉬인은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글로벌 앰버서더로 배우 김유정을 발탁해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행보를 보였다.

쉬인은 발암물질 논란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쉬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장화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기준치의 482.9배를 초과했다. 장화에 달린 리본 부위에서는 해당 성분이 기준치의 682.4배가 넘게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정자 수 감소·불임·조산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인체발암 가능 물질(2B등급)이다. 최근에는 쉬인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중국 전통 의복인 ‘한푸’가 표출되는 등 동북공정(문화공정) 논란도 불거졌다. 한푸 상품은 대부분 ‘한복 상의’ ‘한복 스타일’ ‘중국 패션 한복 탑’으로 소개돼 있었다. 현재 쉬인은 한복으로 검색했을 때 한푸가 뜨지 못하도록 조치해 놓은 상태다.

솜방망이 처벌에 가품 근절 어려워, 처벌수위 강화해야

한편 업계는 가품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을 지목한다. 상표법 위반에 따른 벌금이 범죄로 얻는 수익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이다. 위조 상품을 제작·판매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실질적인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실제 최근 5년간 특허청이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명세 자료를 보면 평균 벌금은 2018년 229만원, 2019년 246만원, 2020년 303만원, 2021년 276만원, 2022년 273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수년간 200만~300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만 봐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가품 범죄 수익 회수액은 60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건별 벌금 평균액은 356만원에 불과했다. 솜방망이식 벌금 처분에 업계에선 전과를 ‘장식품’ 취급하며 같은 범죄를 재차 저지르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SNS 유명 인플루언서가 명품 모조품을 제작·판매하다 적발됐는데, 그는 동종 전과가 2범이이었다. 적발 당시 모조품 수는 2만여 점, 범죄 수익은 24억원에 달했다.

앞서 버버리 등 3억6,000만원 상당의 상품을 적발당했을 때에도 벌금 처분액은 5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위조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상 상당수가 기업형 구조로 돼 있음에도 처벌 수준은 너무 낮은 편”이라며 “지능화·조직화로 감시망을 피해가고 있는 위조상품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본격화된 중국발 패션 공습이 국내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쉬인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특히 SPA 브랜드와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의류는 10대나 20대 초반을 겨냥한 플랫폼에 특히 위협적”이라면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