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전기차에 최대 48% 관세 폭탄 “자국 기업에 보조금 부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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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세율 10%에 더해 17.4~37.6% 추가 관세 잠정 부과
11월 EU 회원국 투표로 최종 결정 "中과 협상 이어갈 것"
中 무역 보복 조치·전기차 가격 상승 등 유럽 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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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잠정 조치로 연내 EU 회원국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유럽 내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자동차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럽 내 中 전기차 점유율 25%, 3년 새 6배 확대

5일(현지시각) EU는 이날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기존 관세 10%에 17.4~37.6%의 추가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EU는 지난 4월 정부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역내 전기차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제조업체에 불공정하게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9년부터 유럽 전기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키워왔다. 그 결과 2020년 3.9%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25%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추가 관세 조치가 내려질 경우 BYD 15.1%, 지리자동차 19.72%, 상하이자동차 34.4% 등의 관세율이 적용되며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잠정 조치로 오는 11월까지 적용되며 이후 관세 확정 여부는 EU 27개 회원국의 투표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가 원하는 것은 해결책”이라며 “관세 부과는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가 처한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대응하는 방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EU가 전기차 캐즘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관세 인상안을 최종 결정까지 밀어붙이기보다 중국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향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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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EU 모두 협상에 방점, 유럽도 中 전기차 필요해

EU의 추가 관세 조치에 중국 정부는 당장 강경 대응하기 보다는 협상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중국 상무부 허야둥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에 수 차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면서도 “아직 최종 결정까지 4개월의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EU와 중국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조속히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U의 관세 부과 결정을 비판하기보다는 협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내에서도 관세 부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EU의 관세 부과가 중국산 자동차 시장의 매력과 외국 투자에 대한 수용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낮다”며 “유럽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려면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소비 잠재력을 고려할 때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중국 진출이라는 호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이 유럽의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미 EU산 대형 휘발유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치가 현실화하면 특히 중국 매출의 비중이 높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포르쉐 등 독일 제조업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독일의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공식 성명을 통해 관세 철회를 촉구했고 폭스바겐은 “관세 부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유럽, 특히 독일 자동차 산업이 기대하는 그 어떤 이익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BMW의 올리버 칩세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조치가 EU 제조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산 기지를 아예 유럽으로 전환하려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던 전기차 일부를 유럽에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볼보자동차도 전기차 EX30과 EX90의 생산을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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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가 유럽 시장에 공급한 저가형 모델 ‘시걸’/사진=BYD

中, 보복 조치로 돈육 등 일부 품목 반덤핑 조사 착수

이번 관세 인상의 부담을 유럽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해 앞으로 전기차 수요 회복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이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추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니오는 “추가 관세로 인해 추후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최종 조치 시행 전 EU와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조치가 오히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유럽 진출을 부추겨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례로 지난 4월 체리(Chery)는 스페인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상하이자동차공업(SAIC)도 유럽에서 전기차 생산 공장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라이벌’로 부상한 BYD는 내년부터 헝가리 새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BYD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최대 전기차 제조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사의 저가형 모델 ‘시걸’을 2만 유로 이하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중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강경 대응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은 이미 일부 품목에 대해 보복 조치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EU산 돈육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프랑스산 꼬냑을 포함한 유럽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유제품 등 다른 품목으로 조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의존한 유럽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