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000원’ 시대 끝났다, 정부 제도 손질에 주요 소주 제품 1,000원대로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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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이어져 온 '주류 가격 인상 릴레이', 정부 차원에서 끊었다
올해부터 기준판매비율 도입해 세 부담 경감, 주류업체는 '선제 인하'
주류에 인건비·물가 인상 부담 반영하는 식당·주점, 출고가 인하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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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편의점 점포들이 주요 소주 제품 판매가를 인하한다. 정부가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자, 주류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출고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주류 출고가 인상이 실제 소비자 체감 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일부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라도 가격 인상을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판매비율 도입 후 소주 가격 내렸다

지금까지 국산 주류 제품은 판매 비용과 마진이 포함된 반출가격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돼 왔다. 반면 수입 제품은 이를 포함하지 않은 수입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됐다. 사실상 국산 제품의 세금 부담이 한층 컸던 셈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세금 계산 시 세금 부과 기준금액(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세금 할인율인 ‘기준판매비율’을 도입, 국산 주류 제품의 과세표준을 낮추기로 했다. 세금 부담을 줄여 주류 가격 전반을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주류 업체들은 제도 도입 전인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으로 출고가를 인하,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22일 출고분부터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출고가를 약 10% 인하하기로 했다. 참이슬 후레쉬의 경우 출고가를 기존 1,247원에서 1,115원까지 내렸다. 롯데칠성도 처음처럼, 새로 등 주요 소주 제품 출고 가격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각각 4.5%, 2.7% 인하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은 출고가 인하를 반영, 통상 소주 판매가를 병당 200~300원가량 내렸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병 360㎖ 통상 판매가는 2,100원에서 1,900원으로 200원(9.5%) 낮아지며, 진로이즈백 병 360㎖도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9%) 인하된다. 대용량 제품인 참이슬 페트병 640㎖는 3,600원에서 3,300원으로 300원(8.3%) 내린다. 무학의 좋은데이 병 360㎖는 기존 2,100원에서 1,900원으로, 좋은데이 페트병 640㎖는 3,600원에서 3,300원으로 인하된다.

출고가 70원 오르면 식당선 1,000원 오른다?

소주를 비롯한 국산 주류 가격은 지난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인상돼 온 바 있다. 2022년에는 하이트진로가 공장 출고가를 7.9% 인상, 참이슬후레쉬와 오리지널(360㎖) 등 주류의 주요 편의점 판매가가 기존 1,800원에서 1,950원으로 8.3%가량 올랐다. 진로이즈백의 경우 당시 인상률이 9%에 달했다(CU 기준). 참이슬페트 640㎖ 판매가는 3,000원에서 3,300원으로, 1.8ℓ 판매가는 5,900원에서 6,500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각 주류업체의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으며,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연초부터 소주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6% 인상됐고, 병 가격은 21.6% 오르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출고가 인상에 따라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주류 가격 역시 눈에 띄게 뛰었다. 통상 식당·주점들은 그동안 출고가가 70∼80원 오르면 병당 1,000원씩 가격을 조정해왔다.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 등 운영 부담을 주류 가격으로 전가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출고가 인상 이후 일선 식당·주점의 소주 가격은 병당 6,000~7,000원까지 뛰었다.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은 이 같은 급격한 가격 인상을 막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브레이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