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부산 엑스포 재도전? 정부 역량부터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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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표 차이 5배 넘어, 처참한 실패 겪은 부산

주먹구구식 홍보 아닌 국제사회 설득할 복합적 고민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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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부산이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는 투표 결과 발표 이후 탄식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바로 2035년 엑스포 유치전에 재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누리꾼들을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도전보다 국제행사 유치전략에 있어서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우디에 밀린 부산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실시된 엑스포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역대 가장 많은 득표수인 119표를 획득해 개최지로 선정됐다. 반면 부산은 불과 29표를 획득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상 밖의 큰 표 차 패배에 유치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열화와 같은 국민 기대에 못 미쳐 송구스럽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탈락은 뼈아프지만, 부산이 전 세계로부터 역량과 경쟁력,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던 최선을 다한 유치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어 남부권 전체를 발전시키는 견인차가 되도록 하는 엑스포 유치 목표를 신속하고도 확장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 이면에는 그간 올림픽, 월드컵, 등록엑스포 등 국제행사 유치 관례상 한 번의 실패가 재도전 시 경쟁력으로 작용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원도 평창은 1999년부터 3번이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한 끝에 지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바 있다. 만일 정부에서 2035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확정하면 다음 상대는 중국 상하이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하이가 글로벌 상업 도시의 입지를 갖춘 데다 이미 2010년 국제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전적이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

이에 2035년 부산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앞서 이번 유치 실패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최 실패의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기록해야 다음 경쟁에선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에서는 압도적인 표 차로 유치전에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 공세에 있다고 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엑스포 유치 확정 이후 약 78억 달러(약 10조1,000억원) 가량을 엑스포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탓에 BIE가 대규모 투자 수혜를 무시할 수 없었을 거란 이유에서다. 외신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엄청난 경제적 물량 공세와 빈살만 왕세자의 외교력으로 인해 리야드의 엑스포 유치 확보가 유리할 거란 예상을 수 차례 내보낸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진한 사건 수습이 유치 실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특히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 3개월 전에 터진 국제 청소년 새만금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가 국제박람회기구(BIE) 관계자에게 한국의 국제대회 유치 능력에 대한 결정적인 의구심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부산 엑스포 등 국제적 유치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에서 “잼버리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오는 11월 결정될 부산 엑스포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5일간 운영하는 잼버리에서 폭염 문제로 인한 온열 질환자 속출, 잼버리 건물 미완성, 주변 상권의 가격 폭리, 의료시설 미흡, 태풍 등으로 인한 홍수 등의 문제가 터지며 오히려 운영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논란에 대해 적절한 대답은 고사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당시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방송은 “잼버리의 모토가 ‘준비돼 있으라’인데 정작 운영은 하나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라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부나 부산시 관계자는 “잼버리가 유치 활동의 대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낙관한 것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2년 전부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준비성 및 개최 명분이 떨어진다는 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전략이 미흡했다는 점, 전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점, 엑스포 사후 활용 방안 미비점 등이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부산엑스포 시민 유치 노력출처 부산시
지난 3월 11일 부산시민들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걷기 대잔치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부산시

한국미 살리면 홍보 끝? 이제는 변화 필요

일각에선 한국의 홍보 전략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단 점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때 상영된 공식 홍보 영상 퀄리티 문제였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강남스타일과 오징어게임, KPOP이 짬뽕된 정체불명의 영상”, “이 영상을 보고 왜 부산이 선택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등의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다른 국가와 국내외 대중에게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엑스포 홍보에서 중요한 점은 ▲해당 도시에 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 ▲엑스포를 통해 보여줄 해당 도시의 비전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위한 계획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만큼 이번 2030 부산 엑스포 홍보는 엑스포 유치 후보지인 ‘부산’이라는 도시 고유의 장점과 특징, 미래 비전을 강조해야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연설자로 나섰지만 엑스포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계획은커녕 ‘부산’에 엑스포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케팅 관계자는 “특히 반 전 사무총장이 언급했던 기후 위기 문제나 지속 가능한 성장, 국가 간 격차 해소 등은 부산 자랑과 한국전쟁에 대한 감성적 호소만 남은 점이 문제”라며 “기후 위기에 맞선 해안 도시의 생존방안과 대응책을 강조하거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언급하며 6.25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촌이었던 부산이 세계적 물류허브로 성장했다는 스토리를 강조했으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정부는 아직도 과거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을 유치할 때처럼 그저 ‘유치 성공’이란 목표에만 급급해 표 구걸식 홍보 방식만 사용한다”라며 “지금은 시대 변화에 걸맞게 각종 대기업, 재계 총수, 지역 정치인, 공무원, 유명 연예인, 시민단체, 지역 향우회 등을 무리하게 총동원하는 구시대적 방식의 홍보 전략을 버릴 때”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국제 행사 유치 홍보 시 주먹구구식 홍보 전략이 아닌 환경 및 사회 발전 기여 방안, 국제 관계 개선 방안 등의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얘기다. 정부의 발 빠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