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없는 주파수 할당?, ‘제4이동통신 시대’ 낙관하는 정부와 ‘속 터지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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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동통신사 등장 기대하는 정부, 하지만
업계 "신규 통신사업자 등장 어려울 것, 비즈니스 모델 확실치 않아"
개천에서 용 나기만 기다린다?, 낙관적 태도에 업계선 '볼멘소리'
국내 이동통신 3사 로고/사진=각 사

제4이동통신사 도입을 위한 주파수 할당 신청이 개시됐다. 정부는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을 기대하는 모양새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8㎓ 대역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신규 사업자가 막대한 초기 자본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이 진행되면 비즈니스 모델은 자연스럽게 구성될 것”이라며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 현장 분위기는 마냥 좋지 못하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기정통부,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 시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이동통신 신규 사업자를 대상으로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 절차를 진행한다. 할당 대상 주파수는 28㎓ 대역 800㎒폭(26.5~27.3㎓)과 앵커주파수 700㎒ 대역 20㎒폭(738~748·793~803㎒)이다. 앵커주파수는 일반 이동통신 서비스용으로 사용될 수 없고, 28㎓ 대역 신호제어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할당 기간은 할당일로부터 5년이며, 복수기업 신청 시 경매를 진행하고 단독 입찰일 경우 정부가 심사해 할당한다. 또 정부는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전국 단위 할당 신청뿐만 아니라 권역 단위 할당 신청도 가능하도록 했다. 대상 권역은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대경권, 호남권, 동남권, 제주권 등이다.

주파수 할당으로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되면 사실상 제4이동통신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간 정부는 신규 사업자 확보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존 대형 통신 3사의 독과점 문제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파수 할당 대가 및 망 구축 의무 허들을 기존보다 낮췄다. 할당 대가는 기존 통신 3사에 부과했던 것의 3분의 1 수준이고, 망 구축 의무도 절반가량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접수 첫날 제4이동통신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신청 접수된 건이 없다”면서 “신청 관련 문의는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참전 의사를 드러낸 곳은 미래모바일 한 곳이다. 미래모바일은 지난 2012년 설립된 제4이동통신 컨소시엄 구성 주간사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인허가 신청 및 컨소시엄 주주 간 협의체 등을 운영한다. 미래모바일은 신청 기간 내에 사업 계획서를 작성, 제출할 예정이다. 28㎓ 주파수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의 사업 모델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11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 계획 공개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신규 통신사업자의 ‘딜레마’

다만 28㎓를 활용하는 신규 기간통신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 취소 사례에서 알 수 있듯, 28㎓ 대역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미래모바일 측은 신규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사와 경쟁할 실질적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3.7㎓ 대역 등 5G 황금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정부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통신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초기 자본 마련도 문제다. 예컨대 미래모바일의 경우 초기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 확보 과정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미래모바일 측의 주주 공개 절차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불발됐다. 제4이동통신 시대라는 장밋빛 미래를 위한 과정이 순탄치 않은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28㎓ 대역을 활용할 혁신적인 서비스가 우선 도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28㎓ 주파수는 기존 통신3사가 6,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내고 할당받았음에도 결국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어려운 주파수 구간”이라며 “신규 사업자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선 기존 사업자들이 하지 못했던 새롭고 과감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건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파수를 사용하는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소비자 후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는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가 구체적인 소비자 후생 증진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가 28㎓ 대역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28㎓ 활용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소 낙관적인 반응만 이어갈 뿐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익성 모델이 전무한 상황에서 무작정 대역 할당만 감행하겠단 정부의 태도에 업계의 불만은 높아져만 간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진 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주파수 할당만 강권하는 건 사실상 정부가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개천에서 용 나기만 기다려선 아무런 이익도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책정한 최저경쟁가격도 문제다. 정부는 전국 기준 742억원을 최저경쟁가격으로 책정했는데, 실상 통신 3사를 제외하고 이만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주파수 대역을 빌미로 세수 메꾸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정부의 ‘제4이동통신 시대’ 계획에 의구심만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