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생태계’ 조성 나선 정부, “올해 안으로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하겠다”

정부, 2025년엔 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 될 거란 전망에 지원에 적극적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 위해 R&D 투자 확대 및 킬러규제 점검 R&D 지원, ‘전략자원 확보와 응용소재 국산화’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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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중소기업 현장 방문에 나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고려기연을 찾아 이원태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연내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중소기업 킬러 규제 혁신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요 내용으로 이차전지 산업의 국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보다 80% 가까이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킬러규제 150개에 대한 점검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이러한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전략원자재 및 기초소재부품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불투명한 기존의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부총리, 이차전지 연구장비 제조업체 ‘고려기연’ 현장 방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이차전지 연구장비 제조업체인 고려기연을 방문해 연내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관해 발표했다. 우선 추 부총리는 수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고 밝히며 올해 안으로 가칭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전고체 등 차세대 이차전지 R&D 투자는 246억원으로 올해(137억 원)보다 79.6% 확대된다. 또 내년 수출바우처 예산을 올해 1,441억원에서 내년 1,679억원으로 17% 증액하고, 해외 전시회 예산도 457억원에서 560억원으로23% 증액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급성과 파급 효과가 큰 150개 ‘킬러규제’를 검토해 가칭 ‘중소기업 킬러규제 혁신 방안’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또 지역별 맞춤형 빈일자리 해소방안도 오는 11월 중 발표하고 재외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유엔(UN)·다자개발은행(MDB) 등 다양한 국제기구의 입찰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수출바우처 혜택이 예산 낭비 없이 더 많은 수출기업에 갈 수 있도록 개선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수출바우처 금액을 전액 소진하지 않으면 다음 해 바우처 신청에 제한이 있다.

추 부총리는 “4분기에 수출의 플러스(+) 전환이 예상되는 등 최근 경기 흐름이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업계의 적극적인 설비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을 당부했다. 또한 “내년 수출 바우처 예산을 17%, 해외전시회 예산을 각각 23%씩 늘리는 등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이차전지’ 산업

정부가 업계의 국내 설비투자 확대 및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당부하고 나선 이유는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중대형 에너지 저장용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으로 향후 그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IHS마킷은 2025년부터 이차전지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이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국내 기업의 이차전지 생산 규모는 23조3,000억원으로(리튬이온배터리 20조6,000억원 등) 2019년 19조4,000억원 대비 20% 확대됐으며, 수출은 7조2,200억원으로 5년 연속 증가해 국내 수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동차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00만 대로 집계됐다. 전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지난 1분기 판매량 기준 올해 시장 규모는 1,400만 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21년 297GWh 수준에서 2025년에는 1,400GWh(YooY: +28%)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이차전지 업체들은 2025년까지 2020년보다 3배 이상 많은 공급량을 내놓기 위해 대규모 공장 증설을 발표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수율을 맞추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의 구성요소/사진=포스크 뉴스룸

국내 이차전지 산업, ‘기초소재부품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불투명

현재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경쟁하는 구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과 BYD가 각각 1위(36.8%)와 2위(15.7%)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이 3위(14.5%), 일본 파나소닉이 4위(7.3%)로 뒤를 잇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이차전지 제조경쟁력에 있어선 앞서지만, 가격과 소재 경쟁력 면에선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제조 기술의 강점을 기반으로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지만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기술 경쟁력 관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이 포함된 금속산화물이나 흑연소재 등의 에너지저장용 소재 대부분은 중국을 비롯한 타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적용되는 일부 기초 부품·소재 등도 절반 이상을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 R&D는 주로 음·양극 전극 소재, 분리막, 집전체 등의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응용소재에 치중한 국산화 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의 정책 지원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기초원료소재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상태”라며 “만약 향후 특정국의 전략자원 및 기초소재 수출 규제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향후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전략자원 확보와 원료 및 응용소재 국산화 등에 집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