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학교법인 간 M&A 허용, 대학 구조조정 시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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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입학자원 급감 예상, 경영난 허덕이는 교육기관
대학 매매, 사립학교법에 ‘대학 인수’ 근거 없어 음성화 초래
"육영의지 가진 법인·기업·지자체 인수 허용 찬성"
지난 1개월간 ‘부실’, ‘대학’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자사 DB

지난 2010년부터 교육부는 주기적인 심사를 통해 ‘학자금대출 제한대학’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리스트를 발표해왔다. 경영이 부실한 대학은 아니지만 교육 여건이 열악한 대학들이 이 리스트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부터는 경영부실대학을 추가로 지정해, 2014년에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4년제 5개교 중 서남대학교, 한려대학교, 한중대학교는 이미 폐교된 상태이고 그 외 신경대학교, 제주국제대학교 등이 폐교 위기에 직면해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명칭이 변경되었으나 대학의 교육역량과 경영역량을 평가한다는 큰 틀에서 유사한 심사가 3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학령인구 급감, 경영난 겪는 학교

고령화, 비혼 등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학교를 교육목적이 아니라 사업목적으로 운영해온 많은 교육기관이 경영난을 하소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학교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외 유학생을 대규모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한국 학생들보다 외국인 학생이 더 많아지는 시점이 곧 올 것 같다는 위기감이 대학가 전체에 팽배해 있다고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47만6,000명이었던 대학 입학자원(고졸자·재수생 포함)이 2040년에는 2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신입생 입학정원을 절반 이상 채우지 못한 대학이 2021년 기준 27개교나 된다. 입학정원 미달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학교 운영이 악화되면서 우수 교수진이 이탈하고 기자재를 구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해외 유학생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서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편 경영위기에 직면한 대학의 실질 소유주들은 대학 매각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으나 학령인구 감소 탓에 구매자가 없다는 후문이다. 교육기관 매매를 몇 차례 진행했던 관계자는 “국립대, 연·고대 정도만 빼면 사실상 모든 대학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교육부의 감사로 대학의 실질 소유주들이 학교 재산을 개인 목적으로 쓰기도 힘든 상황에 등록금 수입까지 줄어들고 있어 학교 운영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서울 시내 모 전문대학 실질 소유주는 “사학연금 같은 게 학교 운영자들에게 너무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와서 학교를 팔고 싶었지만 구매자가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 매매 현황, 사립학교법에 근거 없어 인수 어려워 

국내 대학들이 매매되는 사례가 종종 있기는 하나,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법인 재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제28조의2)는 규정이 있고, 법률상의 소유주인 학교법인은 개인소유가 아니라 국가 소유인 시스템이라 매매 자체가 음성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는 신규 학교법인을 만든 다음 합병 방식을 통해 기존 학교법인 이사진이 사임하거나, 기존 학교법인의 이사진이 일괄 사임하면서 새 소유주가 임명하는 이사진으로 교체되는 방식을 택한다.

2000년 이후 대학 통합은 총 30건, 서로 다른 법인 간 통합은 4건이다. 대부분의 통폐합은 국립대, 동일법인 내의 대학 간 통합이었다. 외부에 알려진 서로 다른 법인 간 통합사례는 가천학원과 경원학원의 통합(2009년), 중앙대학교와 적십자학원 간의 통합(2011년), 고려중앙학원과 한국디지털대학교 (2010년), 인하학원과 정석학원(2013년)이 전부다. 그 외에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50억에서 200억원 사이에 비공개로 이사진 교체 방식을 통해 거래된 경우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은 인수 주체가 학교 운영자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서인 경우가 많아 실제 대학 운영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상태고, 교육부가 교육역량에 대한 감사 압박을 하게 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는 대학 인수 사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 인수를 타진하다 결국 해외에 온라인 대학을 설립한 한 AI·빅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사실상 막혀있는 상태에 대학을 인수하려고 실질 소유주를 찾아가면 단순히 대학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학이 보유한 토지, 건물 등을 일괄 매각하려고 해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주도의 한 4년제 대학,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지역의 4년제 대학들이 각각 500억원, 700억원대의 판매액을 제시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서울 시내의 모 사립대학 매물은 현재 1,800억원에 나와 있으나, 구매자로 나섰던 모 대기업 2곳이 고사하고 현재는 매수자가 저가 매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지난 1개월간 ‘부실’, ‘대학’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자사 DB

학교법인·기업·지자체 등에 기업식 대학 인수 허용 추진해야 

결국 교육부가 ‘사립대 회생·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추진안’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립대에 대한 기업식 인수합병(M&A)을 허용하는 안을 입법화해, 학교법인·기업·지자체 등이 대학을 인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조조정 효과를 높이면서도 대학 부실화로 인한 학습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학에도 기업식 인수·합병을 허용할 방침이다. 인수합병을 어렵게 해놓은 사립학교법을 개정, 대학 양도·양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인수 주체에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된다. 경영 정상화가 필요한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기여자 유치를 적극 지원키로 한 것이다. 더불어 대학 일부를 양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의대·약대·의예과 등 특정 단과대학·학부·학과만 타 법인에 넘기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반도체 등 특정 첨단분야가 필요한 대학은 이를 다른 대학으로부터 유·무상으로 양수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 대학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대표는 사립학교법이 개편될 경우 국내 대학의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로 복귀하는 것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온라인 대학을 만들면서 국내 커뮤니티 등에서 각종 비난과 오해를 사며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밝히면서, “한국에서 교육부와 어떤 방식으로건 설립 절차를 밟을 수 있었거나, 국내에 소형 특화 대학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면 무리해서 해외 진출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수백억, 수천억대의 호가를 부른 대학들의 경우, 폐교 대학의 건물 및 토지 가액이 크지 않은 만큼  소규모로 대학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일부 기업들에 쪼개 팔기 등이 가능해질 수도 있는지 관심을 표현하는 대학 관계자도 있었다. “사실 SKY, SKP 같은 대학들 아니면 명성이 큰 의미 없지 않습니까. 대학 라이센스 받는 게 막혀있는데, 저희도 법인 전체를 매각하면서 설립 당시 출연재산만큼은 챙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은 모 서울 시내 대학의 실질 소유주는 쪼개 팔기가 가능하다면 단과대학 단위로 통폐합이 일어나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해지리라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