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한미 통화스와프, ‘이론적’으로 불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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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도가 낮은 상황, 실질실효환율은 여전히 2000년 수준
금리평형이론 기준으로 볼 때도 이자율 대비 환율 움직임은 설명 가능한 수준
긴축 기조의 미국에도 부담되는 정책, 차라리 국내 옵션들을 좀 더 살펴봐야
지난 7일간 ‘통화스와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자사 DB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으레 나왔던 정책 카드가 바로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올해 하반기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정작 정책 담당자들은 ‘이론적으로 불필요’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는 우리나라 환율이 주요 통화국을 이탈해 급등했는데,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합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라며, 올해 나타나는 ‘킹달러’는 글로벌 동조현상이라 특별히 우리나라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26일 국회에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겁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총재는 하버드 경제학 박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 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IMF의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을 역임한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의 배경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적·정책적인 고민을 두루두루 이해하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적 역량 기반 정책결정자)형 인재라는 평이 높은 인사다.

한국 경제의 양대 수장이 ‘통화스와프 → 환율 안정’을 확신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26일 장 중 한때 1,430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1,420원대를 도는 중이다.

‘이론적’으로 불필요한 이유?

빅데이터 여론을 보면, 지난 22일과 23일에 통화 스와프 관련된 언급이 한 차례 돌았다가, 주말을 지나면서 다시 불이 붙는 추세다. 경제 수장들의 생각과는 달리, 환율 움직임에 국민들의 불안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이론적 기준’으로 글로벌 달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는지를 따지는데, 현재 원-달러의 시장 거래 상황을 보여주는 ‘스와프포인트’가 작을수록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경우, 3개월물 기준으로 연저점은 -20.5원,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은 -4.50원을 기록했다. 올해 스와프포인트는 6월 말 -3.1원, 7월 말 -2원, 8월 말 -2.2원에서 지난 23일 -3.8원까지 내려왔다. 기재부 관계자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가 반영되어 미국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탓”이라고 언급한 것도, 아직 코로나 위기 때만큼도 아닌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산 수익률과 외화자산 수익률이 같아야 한다는 ‘먼델-플레밍 모형(Mundell-Fleming model) 이론’ 혹은 금리평형이론에 따른 가상의 스와프포인트를 보면, 6월부터 이달 23일까지 매월 -0.13원, -0.56원, -0.84원, -2.31원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론가격과 실제 가격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단순히 눈에 보이는 환율 상승만으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7월 101.4(2010년=100 기준)였다. 지난주 OECD의 연례 보고 중에도 실질실효환율을 봤을 때 원화 평가 절하 폭이 크지 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득일까?

미국 입장에서도 통화스와프는 큰 실익이 없다. 달러 강세 자체가 미국 국내 경제 차원에서는 수입 물가 인하라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를 완화하는 통화스와프에 쉽게 응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의 빠른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섣불리 한미 통화스와프를 미국에 요구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를 유지하는 미국의 전략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이익을 저해하는 만큼 국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장기간 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기축 통화국이 아닌 국가들과 굳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이유가 없는 만큼이나 비 기축 통화국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간 ‘통화스와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자사 DB

대신 정부는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등의 국내 환율 수요 조정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이 밖에도 민간의 대외 자산을 국내로 끌어들일 방안들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율 불안으로 ‘제2의 IMF’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