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의대 입학이 지방보다 ‘3배’ 어려워, 주범은 ‘지역인재 선발 의무’ 제도

서울권 의대 수시모집, 3년 사이 최고 경쟁률 기록 지방 의대 ‘수시 미충원’ 우려 제기되기도 “지역인재 선발 의무, 제도 허점이 역효과 낳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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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 수시 원서접수 결과 의과대학의 수도권과 지방 경쟁률 격차가 예년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떨어지는 지방 의대 경쟁률에 향후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0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결과’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대에서 총 1,801명을 모집했고, 5만5,967명이 지원해 전체 경쟁률이 31.08대 1을 기록했다. 지원자 수는 2023년 수시모집(6만1,194명)보다 5,227명 줄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서울, 지방은 ‘정원 미달 걱정’

서울에 소재한 9개 의대의 경우 454명 모집에 2만1,551명이 지원해 47.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2학년도(46.12대 1), 2023학년도(44.38대 1)와 비교해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27개 의대에서는 1,259명 모집에 2만2,726명이 지원하며 18.05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인 22.14대 1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로, 지원자 수도 전년(2만7,388명)대비 4,662명 감소했다.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리며 수도권 의대 경쟁률도 낮아졌다. 인하대·아주대·가천대 등 수도권 소재의 의대 3곳은 경쟁률이 132.84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145.59대 1)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들 3곳의 올해 의대 지원자 수는 1만1,690명으로 지난해(1만2,812명)보다 1,122명 감소했다. 서울과 수도권 의대 12곳의 합산 경쟁률은 61.33대 1로 지난해(60.26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부터 적용된 지방 의대 지역인재 선발 의무 규정이 서울과 지방권 의대의 경쟁률 격차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도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수시 전체에서 58.6%를 차지해 서울이나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하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서울과 지방 의대 경쟁률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어 일부 지방 의대 수시 미충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신에 자신 없으면 제주권 의대 공략해라?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의대의 경쟁률 격차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지역인재 선발 의무’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등에 따라 대학 전체 모집인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험생으로만 뽑는 대입 제도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경우 전체 정원의 40%(강원·제주 2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되며 수도권 출신 수험생들의 지원이 봉쇄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대 경쟁률 격차는 법 개정에 따라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대학 소재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험생’이라는 지역인재 조건에 2028학년도 입시부터 ‘해당 지역의 중학교 졸업’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2028학년도는 현재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사를 하거나 지방 소재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입시 학원 등에서는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저마다의 특성에 맞춰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강원권 등 권역별로 나눈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대구·경북권은 면접 반영 비율이 높고, 내신보다 수능에 자신 있다면 제주권이 적합하다’는 식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지방교육시대’ 내용의 일부/출처=교육부

기형적 입시 제도, 지역 균형성장과도 거리 멀어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련의 현상이 “입시 제도의 명백한 실패”라고 입을 모은다. 교과 전형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대학들 가운데 면접을 치르는 학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이른바 ‘꼼수’가 작용할 여지가 많은 것은 물론, 지역 살리기라는 취지와도 거리가 먼 기형적 입시제도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수도권 수험생들이 의대 진학만을 목적으로 지방에 이사한 후 지역인재 전형에 응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한 해당 지역 중학교 졸업 요건도 부모가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하는 등 도리어 ‘조기 유학’ 현상이 심화하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021년 9월 해당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지역인재 선발 의무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고 공부를 마친 후에는 지역 의료인으로 정착함으로써 지역 균형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라고 짚으며 “재외국민특별전형이나 농어촌학생특별전형 등 유사한 전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나 가족의 거주 요건을 담고 있는 만큼 이같은 허점을 해소해야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