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제조업 취업자’ 비중 10년 만에 최저, 반복되는 구조적 부진의 해결책은?

제조업 취업자 비중 ‘전체 15.5%’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위축된 대기업 채용, ‘청년 취업자 수’도 10개월 연속 감소세 하반기 ‘제조업 경기 전망’도 부정적, 취업자 수 감소세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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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일자리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제조업 경기 부진이 계속된 영향이다.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 확산에 따라 대기업 고용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청년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취업난도 심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에 따라 대다수 선진국과 같이 제조업 비중은 줄이고 서비스업 비중은 확대하는 산업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 취업자는 줄고, 보건·복지 일자리는 늘고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취업자(2,869만3,000명) 중 15.5%로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 16∼17%대를 유지해 온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지난 2021년 2분기(15.9%) 처음 15%대로 떨어진 뒤 올해 2분기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사상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제조업 고용 상황이 더 부진했음을 뜻한다.

반면 보건 복지 분야 취업자(289만4,000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로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이 분야 취업자는 10년 전만 해도 157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2%에 그쳤지만, 10년 새 약 1.8배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 등 인구 관련 요인에 더해 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사업이 복지·보건 분야 일자리 비중이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Y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으로 보건·복지 관련 일자리가 늘어난 가운데 양질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고용의 부진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도 “산업별 취업자 비중 변화가 산업구조 고도화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늘어난 취업자 수는 노령층이 주도, ‘청년 취업난’ 심화 조짐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8만 명 증가했다. 지난 7월(21.1만 명)보다 증가 폭이 커지긴 했지만, 또다시 20만 명대에 그쳤다.

올해 1월(41.1만 명)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둘째 치고, 취업자 증가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반면 청년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청년 취업자 가운데 20대는 9.1만 명, 40대는 6.9만 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30.4만 명, 50대는 7.3만 명이 증가하며 취업자 수 상승을 주도했다.

문제는 앞으로 청년 취업자 수 감소세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 둔화 조짐에 따라 대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는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64.6%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은 48.0%, 채용이 없는 기업은 16.6%에 달했다.

지난 1년 전 동일하게 시행한 조사와 비교 시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24.4%)은 지난해(13.0%)에 비해 11.4%p로 크게 늘어난 반면,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17.8%)은 지난해(37.0%)보다 19.2%p나 크게 줄었다. 이들이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이 가장 많았다.

예상되는 제조업 경기 둔화, ‘구조개혁필요하단 지적도

올해 하반기에도 제조업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3분기 전망치는91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94)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부문별 BSI도 내수(94→90), 수출(97→94) 모두 부정적 전망이 전 분기보다 늘었다.

기업들은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고물가·원자재가 지속(60.4%) △내수소비 둔화(44.3%) △수출부진 지속(23.2%) △고금리상황 지속(20.0%) △원부자재 수급차질(12.6%) △고환율상황 지속(12.4%) 등의 리스크를 꼽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올해 들어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구조적 문제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가 해결되더라도 우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긴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미·중 패권전쟁 등 뒤바뀌고 있는 세계 정세에 따라 주력 산업의 업종과 비중도 변화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산업 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부터 우리나라 산업에 대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14일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제주포럼에서도 “대다수 선진국이 제조업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 수요와 저임금 특수를 누리면서 제조업 비중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우리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늦추고, 산업 구조가 더 높은 단계로 가야 할 시간을 늦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단기적인 거시경제 안정과 인플레이션 등은 한은이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구조조정을 위해 사회의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바뀔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