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논란 아래 지펴진 불씨, 특수교사 교권 회복 위해선

정부 대책 마련에도 부족한 특수교사, 근본적 원인은 ‘불합리’에 있다 무너져 내린 특수교사 교권, 제 역할 못 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주호민 논란으로 사회적 문제 인식↑, 정부 차원 대응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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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난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이 1일 오전 수원지법을 방문해 주호민씨로부터 고소당한 특수교사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 제출하고 있다/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학생의 도전행동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교육현장에선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조치하기 위한 교권보호위원회도 제대로 개최되지 않는 등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태다. 웹툰작가 주호민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 인식이 형성된 만큼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수교사노조 “장애학생 도전행동으로 다친 교사 88.8% 달해”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6일 밝힌 바에 따르면, 전국 특수교사 중 ‘교육활동 중 장애 학생의 ’도전행동‘으로 다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의 88.8%(2,627명)에 달했다. 도전행동이란 장애학생의 의사 표현 중 하나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을 뜻한다. 설문조사 결과 도전행동을 받은 교사 중 96.5%는 치료비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75.6%는 도전행동을 중재하기 위한 지원을 별도로 받지 못했다.

고의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경험한 교사도 67.1%에 이르렀다.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당했다는 응답 2,085건 중에선 폭행 등 물리적 폭력이 63.9%로 가장 많았고, 욕설 등 폭언이 60%였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관련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됐다고 답한 교사는 3.7%에 불과했다. 학교 관리자의 거부나 회유, 눈치 주기 등으로 개최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20.2%나 됐다.

이에 교육부는 특수교육 교원단체와 노조와 만나 간담회를 개최해 특수교육 교권 침해 양상이 매우 심각한 데에 뜻을 같이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학급당 학생 수 과원 배치 금지와 특수교사 정원 확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신·증설,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생활지도 매뉴얼 제작, 교육활동 중 신체적 지원에 대한 지침 등의 내용이 담긴 10대 제안을 냈다.

현재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교권침해를 조장하는 독소 조항에 대한 개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특수교육 교권을 존중하고 특수교육기관의 교육 방침을 준수한다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도 했다.

‘특수교사 부족’ 시달리는 사회, 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겐 수업교과지원을 비롯해 대·소변지원과 탈착의 지원, 식사 지원 등 신변처리 지원이 필요하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있어 특수교사는 교육권 확보를 위해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의미다. 그러나 김포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올해 김포교육지원청에 배정된 이력은 총 30명에 불과했다. 이들 30명은 특수학교에 8명, 특수학급에 22명씩 23개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이 특수교육대상 학생 전원을 케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특수교사 부족에 불편을 겪는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특수교사 부족으로 힘든 건 유치원 때부터 계속됐다. 5세 반, 6세 반, 7세 반에 총 20명의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이 있는데 인력은 1명이라서 배치를 두고 부모님들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교육 아올다도 특수교사 인원 확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교육 아올다 관계자는 “교육지원 중 수업교과 지원뿐 아니라 신변처리 지원을 하다 보면 중요 신체 부위와 접촉이 수반돼 인권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식사 지원에서도 장애유형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다르기에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특수교육대상자들에게는 자원봉사자나 사회복무요원이 아닌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육부도 상황을 방관하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계획에서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곳을 신설하고 일반학교에서 운영하는 특수학급도 1,250학급 이상 확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4월 1일 기준 67.2%에 불과한 특수교사 배치율도 2022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 공표했으며, 특수교사도 5,000명 이상 신규 충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19년 특수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사전 예고 TO에서 발표된 유·초·중(고) 특수교사 선발 인원은 총 377명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최종 선발 교사 814명보다 절반 이상이 감원된 수준이다. 게다가 2019년 사전예고 TO 중 경북, 충남, 전남, 제주의 특수 유치원 선발 예정 인원은 0명이었다. 오히려 특수교사 수를 줄인 건데, 이로 인해 특수교사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웹툰작가 주호민의 모습/사진=주호민 SNS

만천하에 드러난 불합리, 특수교사-학부모 파트너십 무너져

특히 최근 웹툰작가 주호민 논란을 계기로 특수교육 현장에 대한 불합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특수교사는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직업적 특성상 신체·정신적인 상처를 자주 입곤 한다. 장애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막상 특수교사를 보호해 주는 제도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교사 B씨는 “아이들에게 발로 차이고 멍이 드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정작 일부 학부모들은 ‘특수교사니까 이해하라’고 말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려고 해도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 논리와 마찬가지로 특수교사니까 참으라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는 특수학교 신설 및 특수교사 신규 충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확보하겠단 취지였는데, 주호민 특수교사 고소 사건으로 특수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애초부터 정부가 장애 아동 교육권 학보에 대한 접근 방향성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수교사 한 명당 관리하는 장애학생 수를 줄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특수교사 교권 침해에 대한 아무런 보호 조치가 없는 것이란 주장이다.

주호민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으로 인해 특수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파트너십은 사실상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파트너십을 복원하기 위해선 교사·학부모·학교 측의 책임 소재를 보다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수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학부모들의 지나친 개입을 막을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특수교사 보호를 위해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정부 차원의 보다 확실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