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미국처럼 ‘자살예방·정신건강’ 교육체계 도입해야

청소년 자살 문제 심각, 여가부 작년부터 관련 정책 시행 중 충동적으로 자살 결심하는 청소년, 그만큼 예방효과도 빠르다 국회도서관, “美 ‘청소년정신건강교육’에서 배울 점 많아, 국내 도입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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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도서관에서 미국의 학교 기반 청소년 정신건강 교육 입법례를 담은 ‘최신 외국입법정보 2023-14호(통권 제226호)’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도서관은 보고서를 통해 위기청소년 보호를 위해 미국의 ‘자살 예방 교육’, ‘청소년 정신건강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국내에 도입하고, 관련 입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청소년 사망원인 부동의 1위 ‘자살’

지난 5월 30일 여성가족부는 ‘2023 청소년 통계’를 발표하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라고 밝혔다.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역시 지난해 전국 청소년 상담센터의 자살 관련 상담이 12만5,000여 건으로 2018년 7만1,000여 건보다 76.6% 증가했다고 전했다. 비단 자살뿐만 아니라 교우관계와 학업, 가정 문제 등을 포함한 전체 청소년 상담통계도 2018년 298만여 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410만여 건으로 5년 만에 37.6%나 증가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전체 청소년 수는 줄고 있지만 위기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고위기 청소년 발굴과 보호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청소년 업무는 여가부 정책 중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영역”이라며 “지난해부터 청소년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는 지난 10월부터 전국 지자체·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코로나 이후 자살·자해 등 위기 청소년의 마음 건강 문제를 돌보기 위해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 문제 심각성 인지한 미국, 연방·주 정부 차원 예방 체계 마련

청소년 자살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10~24세 청소년 자살률이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10~24세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2위로 자살이 집계됐다. 이에 2021년 10월 미국소아과학회, 미국아동청소년정신의학회, 어린이병원협회는 공동으로 미국 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이 비상 상황임을 선언하고 교육을 위한 지속적인 재정지원 확대, 학교 내 자살 예방프로그램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22년 초 ‘보편적 예방을 위해 전국적으로 제공되는 자살(예방) 교육·인식법’을 제정했으며, 같은 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초당적 안전 지역사회법’을 근거로 향후 5년 동안 학교 기반 정신 건강서비스 확대에 10억 달러(약 1조2,6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연방정부의 흐름에 따라 각 주(州)에서도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을 의무화했다. 뉴저지주는 공립학교인 초·중·고등학교의 필수 보건·체육 교과 내용에 학생 대상 자살 예방 교육을 포함시켰으며, 뉴욕주는 보건교육 과목에 정신건강 교육을 추가했다. 루이지애나주 역시 2022년부터 공립학교 1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학년에 적합한 정신건강 교육을 시행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또 미국은 학생 대상 교육을 넘어 교사 대상 교육에도 중점을 뒀다. 플로리다주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청소년 자살 인식·예방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주 교육부에서 교사 교육을 위한 ‘근거 기반 청소년 정신건강 인식·지원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유치원~12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청소년기의 정신질환·트라우마·자살행위에 대한 위험신호를 식별하고 적절히 개입할 수 있도록 2년에 한 번씩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청소년 보호 위한 ‘정신건강교육’ 도입, 저출산 대책의 한 축 될 수도

국회도서관은 이같은 ‘미국의 학교 기반 청소년 정신건강 교육 프로세스’를 통해 ▲정부의 재정지원 ▲학생 및 교사 대상 자살 예방 교육 마련 ▲교사 대상 청소년 정신건강 교육 확대 ▲관련 입법을 통한 근거 기반 명시 ▲지속적인 프로그램 시행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만 시행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외에 미국처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종합심리검사이나 집단 상담 등의 프로그램 마련을 권고했다. 또 청소년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은 중장년층과 다르게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반응한다”며 “위기청소년에 전문가가 빠르게 개입한다면 효과는 확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쉽게 받아들이고 쉽게 밀어내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정신건강교육을 진행한다면 위기청소년 발생률은 가시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청소년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자살 예방·상담 프로그램 및 상담 전문 인력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 정책으로 인해 하나의 학교에 전문 학교사회복지사 한 명만 배치돼 있다. 즉 상담사 1명이 적게는 백 명대, 많게는 천 명대의 학생을 감당하는 구조다. 아울러 학교사회복지사의 업무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리가 포함돼 있지만, 근무환경상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울뿐더러 해당 학생들이 프로그램 참여를 원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위기청소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윤옥경 경기대학교 교수는 ‘인구절벽 시대의 위기청소년 정책 현황과 과제’ 논문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다가와 인구절벽이 목전에 놓인 만큼 위기 청소년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저출산 대책으로 생산인구 유입·유출과 관련된 정책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