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기 나선 정부, 매년 지자체 공무원 정원 1% ‘의무 감축’한다

공무원 수 줄이겠단 尹 정부, ‘작은 정부’로서 효율성 제고한다 30분 걸릴 일 6개월 붙잡는 공무원들, ‘효율성’은 어디로 취업률 우려 있지만, ‘우선순위’ 판단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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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MZ세대 공무원과의 간담회 및 오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각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일반직 공무원 정원의 1%를 의무적으로 감축해 이를 신규 행정 수요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소속 위원회 중 개최 실적이 없거나 저조한 위원회는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공무원 인력 ‘감축’ 나선다

28일 행정안전부는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통한 경쟁력 있는 지자체 구현을 위해 3개 분야 11개 과제로 구성된 ‘2023년 지자체 조직관리 지침’을 수립해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2023년 지자체 조직관리 지침 3대 분야는 ▲지방조직 효율성 강화 ▲지방조직 책임성 확보 ▲지방조직 운영의 내실화 등이다. 먼저 행안부는 인구 감소 등 환경 변화,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향후 5년간 매년 일반직 공무원 정원의 1%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된 인원은 행정 수요가 급증하는 신규·핵심 분야에 재배치해 조직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자치단체별 조례, 규칙 등을 통해 설치되는 위원회 중 개최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는 폐지하고 기능이 유사한 위원회는 통·폐합하는 등 적극 정비한다. 지난해 대비 정원 감축·재배치 실적 및 위원회 정비 실적 등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 등을 부여할 방침이다. 자치단체별 핵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내고장알리미 누리집에 시도별 조직, 인사, 재정 등 종합 정보도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방 조직 관리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다 강화하겠단 취지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은 기존 개별 누리집에서 조직, 인사, 재정 분야별로 공개되던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고 공개 정보의 연도별 추이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사, 공단 등 산하기관 파견 요건도 재정리한다. 행안부는 산하기관 파견 요건을 기관 설립 3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전했다. 지방조직 운영의 내실화를 꾀한 것이다. 다만 3년 이내라 하더라도 조직 안정화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엔 산하기관 파견토록 했다. 직무 파견과 결원 보충 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훈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일 잘하는 지방정부 구현을 위해 행안부가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며 “인력 재배치, 운영 내실화 등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비효율 개선’ 노리는 정부, ‘작은 정부’ 만든다

행안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작은 정부’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막대한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해결해 내겠단 것이다. 이전 정부는 공무원 인력만 지나치게 늘리며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중앙정부 공무원 수는 무려 75만 명을 넘어섰다. 문 정부 출범 당시 36만1,380명이던 공무원이 5년 만에 12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가 사상 최초로 4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이전 정부에서도 공무원 수는 꾸준히 늘어왔으나, 특히 문 정부 시절 공무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합친 기간(9년)보다도 2.2배나 더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까지 따지면 수는 더 많아진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중앙, 지방을 합해 집계한 공무원 수는 2022년 기준 120만 명에 육박했다.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주민등록 인구는 자꾸만 줄어가는데 녹을 받는 공무원 수만 빠르게 팽창한 것이다.

군살이 붙은 만큼 행정력이 높아진다면 큰 반발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 정부의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만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64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2021년 한국의 종합 국가경쟁력은 2020년과 같은 23위를 유지했으나 28위였던 정부 효율성은 6단계나 하락했다. 덩치만 커지고 효율성은 떨어진 셈이다.

비효율 극치 달리는 공무원, 세금 낭비 줄일 때 됐다

군더더기를 제거할 때가 왔다. 현재 공무원은 그 수만 많을 뿐 실제로는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익으로 근무하던 카이스트 출신의 A씨는 근무지에서 6개월이 걸릴 작업을 30분 만에 끝마쳤다. 이는 A씨의 능력이 그만큼 좋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의 행정 능력이 그만큼 뒤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능력만 있으면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낼 일을, 세금을 받아먹는 이들이 6개월이나 들여가며 하고 있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문 전 대통령 취임 당시, 공무원 필요 인력 계산도 없이 무작정 1만2,000여 명의 추가 공무원을 채용한 바 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며 인력 수요가 많아졌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긴축적인 인력 관리로도 소방·경찰·교사·사회복지 등 국민 삶과 직결되는 대국민 서비스 분야 인력은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 공무원 인력 수요 조사를 소홀히 했던 탓이다. 사실상 ‘혈세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 낭비는 국가적 죄악이다. 지금껏 늘어난 공무원 인력들은 ‘정말 필요한’ 인력들이었을까.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무원 감축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무원 시험 관련 학원가에서 2030 청년들의 취업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나, 오히려 공무원 인건비를 줄여 청년 취업 지원에 힘쓴다면 더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당장의 취업률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보다 시급한 사안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