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산업 ‘글로벌 1위’ 탈환한 대한민국, 재도약 위해 전방위 지원 나선다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부진에 수주 성사 못 하는 조선사 ↑ 정부, 조선소 인력 9,500명 추가 확보하고 RG 규모 2,000억원으로 확대 미래 선박 기술 확보 위해 한국형 화물창 기술 등 1,800억 지원도

160X600_GIAI_AIDSNote
LNG 벙커링 전용선 블루 웨일/사진=산업통상자원부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수주의 40%를 점유하며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고부가·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도약기를 맞은 조선산업의 부활을 위해 정부가 총력 지원에 나선다.

RG 공급 확대 및 추가 인력 확보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울산 현대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와의 간담회에서 RG 발급기관 확대 및 미래 기술 지원을 골자로 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6일에 발표한 조선업 금융 지원 강화 대책에 이어 한 달 만에 나온 추가 대책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지난 1분기 세계 선박 시장의 40%를 점유(수주액 기준)하며 세계 1위를 달성했고, 수주 잔량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868만CGT(표준선 환산톤수·80척)를 기록하며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수주 호실적과 일감 확대로 인해 올해 1만4,000명의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는 물가 상승 등에 따른 높은 임금구조가 꼽힌다. 이 때문에 저임금 구조의 중국 조선 업계와의 경쟁에서 비교 열위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산업부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 간 수차례에 걸친 외국인력 도입제도를 개선하고, 인력양성 사업을 통해 기능인력(E-7) 4,000명, 저숙련인력(E-9) 3,000명, 내국인력 2,500명 등 총 9,500명을 추가로 확보해 조선업 재도약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아울러 RG 발급 기관도 확대한다. 그간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조선사의 수주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RG를 발급했지만 최근 국내 조선산업이 수주 확대, 선가 상승, 선수금 비중 확대로 RG 공급 확대 등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조선 업계가 차질 없이 수주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RG발급기관 확대로 정책금융기관 및 시중은행 등 RG 발급기관에 서울보증보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3개 기관을 추가한다. 이어 무역보험공사가 복보증을 지원하는 조건을 ’RG 분담제 전체 한도 85% 이상 소진’에서 ’RG 분담제 참여 금융기관의 개별 한도 70% 이상 소진’으로 완화함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조선사의 고용창출 효과, 수출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대형사의 RG 발급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중형조선사(HJ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대선조선 등)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된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4월 중형 조선사 RG에 대한 보증 비율을 70%에서 85%로 확대한 데 이어 총지원 규모를 기존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RG 공급 확대 등 금융 지원이 물량 중심의 저가 수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정 수주를 위한 RG 발급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RG 발급 안 되면 ‘수주 계약 물거품’

조선 산업의 경우 적극적 수주를 위해 선주사의 선수금을 보증하는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발급이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수주 증가를 비롯해 선가 상승, 선수금 비중 확대로 인해 RG 확대 공급이 더욱 절실하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2~3년) 내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보증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등이 발행한다. 통상 선박 건조 계약 시 발주처가 조선사에 요구하며, RG 발급이 돼야만 수주 계약이 성사된다.

그러나 오랜 불황을 겪은 중소 조선사의 경우 재무 구조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현 제도로는 RG 발급 자체가 불가능한 데다, 신규 선박 수주를 위한 보증 한도액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중소형 조선소들은 일감이 있어도 낮은 신용도와 과거의 실적 부족을 이유로 RG 발급을 거부당해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업계는 RG 발급 부진으로 수주 계약이 미뤄지거나 해지될 경우 결국 선주들이 중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경남 조선 업계 관계자는 “조선 경기침체 이후 RG 발급이 안 된 건수가 많지만, 그 사례가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며 “조선사가 RG 발급 지원을 지자체·정부 등에 요청하고 싶어도 RG 발급에 애로가 있다는 점이 외부에 드러나기 때문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한 조선소가 수주에 성공했으나 몇 개월 뒤 모종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면, 이는 십중팔구 RG가 발급되지 않아 수주에 실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형 조선소의 RG 규모는 대형 조선사의 10분의 1에 불과한 탓에 추가 수주도 쉽지 않은 만큼 2,000억원 규모로 확대한 이번 RG 발급 지원 대책을 두고 업계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멤브레인형(GTT사) LNG선 가스 저장고 내부(상단)와 ‘KC-1’ 화물창 내부(하단)/사진=삼성중공업, 케이씨엘엔지테크

한국형 화물창 기술 ‘KC-2’ 상용화 추진

정부는 최신 한국형 화물창 기술인 ‘KC-2’의 상용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10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선 업계 간담회에 앞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KC-2를 적용한 국내 최초 LNG 벙커링 전용 선박인 ‘블루 웨일호(Blue Whale)’의 명명식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KC-2와 같은 친환경, 미래 선박 기술 확보에 올해만 1,8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블루 웨일호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최신 한국형 화물창 기술을 적용한 국내 최초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전용 선박, 즉 바다 위의 LNG 주유소다. 블루 웨일호가 운항을 시작하면 해상에서 탱크로리 트럭 250대 분량의 LNG(7,500m3)를 선박에 직접 공급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 케이씨엘엔지테크(KLT)가 개발한 LNG 화물창은 LNG를 담는 탱크로, 1·2차 방벽 등 이중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두께만 7미터에 달한다. 특히 영하 163도씨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운반하기 때문에 운반 비용이 적게 들며, 더 많은 LNG를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LNG 화물창을 국산화했다는 점이다. 현재 선박 내 LNG를 보관해 운반할 수 있는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 GTT(Gaztransport&Technigaz)사가 독점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한 척을 수주할 때 1척당 100억~200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프랑스 GTT에 지불하고 있다. 이렇게 빠져나간 로열티는 지난해에만 1.8조원에 육박한다.

한편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선박만 모두 100척에 달하며, 남은 수주 잔량 155척 가운데 58척도 LNG 선박이다. 그런 만큼 LNG 화물창의 국산화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조선 업계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