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꿈틀’대는 해외부동산 움직임, 尹부동산 정책 꾸준한 모니터링 필요할 듯

모두가 급락 예측한 ‘2023 전 세계 부동산 시장’, 지난 4월부터 소폭 상승세 보여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 잦아들면, 월세가격 불안이 韓임대차 시장 주요 이슈될 것 규제 완화하는 부동산 해법 좋지만, 시장 상황 살펴 유연하게 정책 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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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부동산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던 중 지난 4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 경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는 만큼,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과 주택 부족 심화로 인한 임대료 상승 등이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부동산 가격의 완만한 회복, 기준금리 동결이 그 이유

영국건축협회(National Building Society)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7개월 연속 집값이 하락했으나, 올해 4월 0.5%가량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2.7% 낮은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10월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낮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두 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집값 하락의 요인으로 보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올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주택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하다.

호주 역시 두 달 연속 집값 상승세를 보였다. 호주의 주요 부동산지표인 코어로직 전국주택가격지수(CoreLogic’s monthly Home Price Index)에 따르면 4월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집값이 30%가량 폭등했다가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하락세를 보였던 시드니에서 1.3% 상승하며 기세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집값 반등을 이뤘으며, 이에 더해 이민자들의 증가로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하며 임대료가 폭등한 원인도 가세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뱅크(Commonwealth Bank)는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 도시들의 집값이 올해와 내년 각각 3%와 5%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 역시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올해 2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주택가격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Home Price Indices)는 전월보다 0.2% 상승했다. 물론 상승폭은 지난 2012년 7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어 미국 부동산시장의 부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세계 주택시장이 상반기 동시다발적으로 반등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2022년 대부분의 선진국 연구기관이 2023년에도 집값 하락이 지속되리라 예측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다만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상승과 하락의 주요 원인에 기준금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시장은 시장금리를 낮추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동결시켰다.

물리적인 공급 부족의 문제도 있다. 영국은 임대 가능한 주택의 수가 지난 18개월 동안 1/3로 줄어든 반면, 세입자는 지난 3월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의 공급 부족이 상황의 심각성을 키웠다. 이미 맨해튼의 중간 임대료 가격은 20% 상승했으며, 영국의 평균 요구 임대료(average asking rents) 역시 현재 13분기 연속 상승 중이다.

마이너스 걱정하던 둔촌주공, 4억 프리미엄 붙으며 거래

우리나라도 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실거래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2주차(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04% 하락해 지난주(-0.05%)에 비해 하락폭이 축소됐다. 특히 지난 2월 첫 주(0.31%) 이후 14주 연속 꾸준히 하락폭이 감소 중이다. 지난주 보합세를 보였던 용산구는 0.01% 오르며 상승 전환됐고, 노원구는 0.05% 올라 4월 넷째 주(0.04%)와 지난주(0.02%)에 이어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강남 3구와 강동구, 동작구도 상승 전환했다. 서초구의 경우 0.02%, 송파구는 0.08%, 동작구는 0.02%, 강동구는 0.02%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하락세가 아예 잦아든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 주요 단지 위주로 급매물 소진된 이후 상승 거래 및 매물가격 상승하는 등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이며 전체 하락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던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사업은 분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공실이 많아 무순위 청약으로 전환됐으며, 시공사와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공사가 여러 번 중단되기도 했다. 강남 최초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지난 2일 1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일반분양가인 13억 원에 비해 프리미엄이 4억원이나 붙어 시장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서울의 대표 대단지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20억원을 목전에 뒀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월만 해도 15억대 매물이 나오는 등 가격이 급락했지만, 점차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다.

둔촌주공아파트 조감도/사진=둔촌주공재건축 조합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동과 송파는 희소성이 높은 강남4구 중에서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용이한 지역이어서 늘 수요가 있다”면서 “최근 급매 소진으로 매도인들이 호가를 높였고, 매수자들이 조금이라도 쌀 때 사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오른 가격이 시세로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소폭 상승하고 있는 이유도 해외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동시에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택공급 부족과 관련해 1분기 주거용 건축물의 인허가와 착공물량은 두 자릿수의 감소를 보였으며,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히 이전한 임대차 시장은 월세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한국 사회 특징+정책 간 시차 영향↑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을 시작으로 22회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집권 이념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평등과 부패의 원천이 수십 년간 진행된 부동산 불패 신화였다는 점을 지적한 만큼, 모든 정책적 역량을 부동산에 집중한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법, 부동산3법 등을 추진하며 부동산 안정화에 힘썼지만, 참담히 실패했다. 정책 의도와는 달리 주택가격 폭등이 이어져 무주택자나 특히 결혼을 앞두고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청년들에게 좌절만 안겨줬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행 이후 2022년 2월 기준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은 서울이 약 11억5,000만원, 수도권 약 7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중위소득(242만원)’ 근로자가 임금의 50%를 10년간 저축해야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무자비한 가계대출 조이기로 국민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금융 불안정이라는 명분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 너무 순진하게 문제 해결에 접근한 것이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투기 자체는 나쁜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온 국민이 1970년대 강남개발로 인해 지가가 1,000배 이상 뛰어오르는 것을 목격했고, 이에 더해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전적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즉 온 국민의 뇌리에 부동산이 가장 효율적인 부의 증식 수단이자, 경제·사회적 성공 수단이라는 결론이 자리잡히게 됐다는 것이다.

주택 수요·공급은 일반 재화의 모습과 다르게 특수성이 있다. 공급량 자체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부동산의 공급 곡선은 수직선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아파트 공급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총공급량이 ‘제한된 재화’다. 또한 증가하는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수요와 더불어 주택 투기자들의 수요 역시 전통 경제학적 관점의 예상치를 벗어나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투기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점차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시장예측이 더욱 힘들어지게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비판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주도로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해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별도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외국인 세금 탈루 등도 문제도 원천 봉쇄에 나섰다. 또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중소형 주택은 추첨제 비중을 늘리고, 대형 주택은 가점제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민영주택 청약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연령별로 실수요에 맞는 주택 마련의 기회를 늘리고 주택시장 침체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안전진단도 개선중에 있으며, 천정부지로 높아진 부동산 세제도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규제가 답인지, 완화가 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수요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회의 모든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해법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 시행 이후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개선을 위해 규제 완화를 펼치는 것은 좋지만 갑자기 미 연준에서 이자율을 내리기 시작하면 폭등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장은 전세 사기 심화 및 경기침체로 시장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정부 역시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부동산 정책이 많은 국민들의 재산권을 쥐고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시의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또 해외 주택시장의 변화 방향에 주목하며 급증하는 공사비에 대응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질 공급 부족 문제 역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