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민간 철도사업’ 빗장 풀기, 단순 규제 개선 아닌 ‘수익성 관점’에서 개혁해야

국토부, 규제 완화에 더불어 사업구조 개선까지 민자 철도 활성화 공기업 방만 경영이 불러온 코레일의 만성 적자에 경영평가 최하 등급 수입 경로 다변화 외쳤지만, 철도망 재개발 사업은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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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유지보수 관리 실태 점검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맨 앞)이 지난 1월 17일 대전조차장역에서 시설물 등을 점검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철도 사업에 민간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사업 제안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한다. 또한 공공 부지 개발이익을 철도에 재투자하는 모델을 마련하는 등 사업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국토부는 지난 24일 서울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에서 어명소 제2차관 주재로 ‘민자철도 업계 간담회’를 열고 철도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지방 광역철도와 GTX 등 철도에 대한 지역의 요구가 크게 증가하는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해 민간,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철도 노선계획에 민간 의견 반영

우선 정부는 민간의 신규 사업 제안을 늘리고 창의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제안과 관련한 그림자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철도망 계획에 있는 사업을 그대로 제안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시·종점 연장, 지선 추가, 사업 병합 등 창의적인 변형을 통해 제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투자규모가 큰 철도사업을 제안하는 민간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사전타당성 조사 수준의 사업의향서 제출로 민간의 매몰 비용도 대폭 절감시킬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보다 탄력적인 노선계획 제안을 위해 광역철도가 중형·경량 전철인 경우 일반철도 건설기준(대형차량)이 아닌 ‘도시철도 건설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나아가 철도시설을 활용하는 부대·부속사업 등 수입경로를 다변화해 사업을 제안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등 공공 소유부지에 철도역과 역세권을 함께 개발하고 개발이익을 철도에 재투자하는 모델을 마련, 향후 사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국민은 요금 부담을, 지자체는 역 신설 부담을 각각 낮추고, 사업자는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와 함께 민자 철도 관리 개선을 위해 ‘철도관리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국가철도공단의 지원 역할 강화에도 나선다. 아울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공공기관에 준하는 민자철도 유지·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매년 운영평가를 통해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그동안 철도 분야에서 민간이 역량을 제대로 펴지 못하도록 제약해 온 각종 규제를 이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며 “사업성이 좋은 지역은 정부 재정과 민간투자를 병행해 철도를 건설하고, 민간투자를 통해 절약된 재정을 활용해 메가시티 등 지방 공간구조를 개편하는 신규 철도사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TX-이음/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 기록하는 코레일

정부가 철도사업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선 이유는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의 2021년 말 기준 누적적자는 18조6,60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부실에 허덕이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1조1,08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코레일에 최하등급인 E등급(아주 미흡)을 부여하기도 했다. 36개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130개 평가기관 가운데 유일한 E등급이다.

이처럼 코레일이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데는 철도 물류에 대한 외면도 한몫했다. 코레일의 영업적자에서 물류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반면 철도 물류가 국내화물수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물트럭(79.8%)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연안해운(15.7%)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짧은 영업 거리와 대량수송 제약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상하차 인력의 필요, 도로운송 수단과의 치열한 경쟁 등을 이유로 철도 물류를 방치해 온 결과다.

여객 노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KTX 외에도 전국적으로 적자 노선을 안고 있다. 원가 대비 기본요금이 낮게 책정된 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코레일의 높은 인건비와 방만한 경영 등도 적자를 고착화 시켰다.

규제만 개선한다고 해결될까

최근 정부가 코레일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철도시설을 활용하는 부대사업 등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는 길을 터주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 해결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철도 산업 관계자는 “그간 국가철도망 사업은 지역 이기주의를 넘지 못하고 끝내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최근 지방 인구가 감소한 데다 고속버스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일부 노선을 축소해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규제 개선만 할 게 아니라 수익성 관점에서 개혁해야 한다”며 “당장 서부역 재개발에만 들어가도 큰 수익이 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월 서울 용산구가 서부역 주변 청파제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 인가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추진위원회가 제출한 건축계획에 따르면 청파제1구역은 아파트,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로 변모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 서부역 주변을 도심지 재개발지구로 처음 지정한 게 1976년 일이다. 무려 4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 철도의 미래는 어둡다.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쇄신안을 빈틈없이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