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교묘해지는 가짜뉴스에 정부가 나선다, 규제 시 객관성 잃는다면 언론탄압 될 수도?

가짜뉴스에 몸살 앓는 대한민국, 문체부 가짜뉴스퇴치TF 강화해 전면규제 나섰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척결 방법 ‘국가개입·기업규제·수용자 능력 배양’ 완벽하지 않은 빅데이터, 자칫하면 정부 입맛 따라 뉴스 조절하게 될 수 있어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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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information overloaded)와 인포데믹(infodemic), 정보의 시대 속 분별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은 말이다. 익명에 기대 ‘맞으면 대박, 아니면 말고’ 식으로 써내는, 진위 판별이 어려운 가짜뉴스들 때문에 이 같은 부정적 단어들의 사용이 최근 더 늘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기존에 있던 ‘가짜뉴스 퇴치 TF’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밀하고 입체적인 팩트체크를 기반으로 가짜뉴스를 퇴치하며 여러 대안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탄압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에 칼 빼든 정부, 범정부적 대응 시스템 구축해 신속 대응할 것

가짜뉴스는 어느 때에나 존재해 왔다. 일례로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장기 ‘대통령 관저 이전’이라는 공약 이행을 위해 관저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일부 언론사와 일부 인물들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저열한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며 관련 인물 모두에 형사고발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벌였다는 의혹을 일부 언론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바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 의원의 유감 표명으로 일단락됐다.

가짜뉴스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또 기성 언론 및 타 언론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며, 선거나 정책 마련 등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왜곡된 민심과 의사를 전달해 민주주의를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단순한 가치 판단이나 의견 표명, 객관적인 사실 적시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보도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또 피해가 분명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사소한 오류나 경미한 과장에 불과한 내용은 허용해 주어야 언론의 자유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최근 윤 대통령은 4·19 기념식에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로 매도했다. 야권과 비판적 언론 등을 향해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며 “사기꾼의 거짓과 위장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신문의날’ 축사에서는 “허위 정보와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으며, 18일 국무회의에서는 ‘주 69시간 노동’과 양곡관리법 논란에 대해 “여론조사의 표본이 공개되어야 하며 만일 표본이 공정하지 않다면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 내에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가칭)를 설치해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 신고를 받고 구제 절차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공개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도 가짜뉴스 사례를 전달해 피해 구제 사례집과 대응 매뉴얼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이고 필요한 정보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코너 중 ‘사실은 이렇습니다’, KTV ‘정책 바로보기’, 대한민국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등 정부 대표 소통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강화해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허위·왜곡 보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와 다음 등 정보 유통 플랫폼과 협력해 정보 유통 시장의 건강성도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간 자율심의기구를 포함한 민간과의 협력과 소통 시스템을 확립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서울대저널리즘스쿨, 싱크탱크 준비위원회와 협의해 ‘인공지능(AI) 가짜뉴스 감지 시스템’ 개발도 지원할 전망이다. 나아가 수용자가 스스로 뉴스를 분석·판단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도 강화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가짜·거짓 뉴스의 전파력은 의학적인 전염병보다 속도가 빠르며, 변종과 재가공 형태도 교묘하고 집요하다”며 “가짜뉴스 악성 전염병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퇴치를 위해 부처 내 관련 TF팀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 ‘가짜뉴스 규제’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7년 ‘일반 국민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826명 중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3.7%다. 이에 대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 인격권 침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규제되어야 한다’(88.8%), ‘정치적 이슈를 판단하는 데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규제되어야 한다’(87.8%),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되어야 한다’(87.6%) 등 다른 응답 결과까지 종합해 본 결과 국민들은 가짜뉴스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규제에 긍정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50대의 경우 59.6%가 규제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고 한 반면, 20대의 경우엔 35%만이 규제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고 답하는 등 연령별로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고 전했다.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해 가짜뉴스 규제 ▲온라인 공간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인 규제 노력 ▲미디어 이용자의 정보 품질 평가·분별 능력 함양이다. 물론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규정을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온라인 공간인 SNS, 메신저 등 관련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 규제 노력을 기반으로, 가짜뉴스로 확인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임시 차단하는 방법 등을 통해 수용자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되고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방법도 있다. 혹은, 미디어 수용자 개개인이 정보의 품질을 평가하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안도 존재한다. 아무리 규제안을 만들어도 모든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수용자들이 정보 분별력을 함양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세 번째 방법이 아닌 두 번째 방법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기업 자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이기에 이들에게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율’ 규제는 어디까지나 ‘자율’일 뿐이기에 이번에 정부에서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팩트를 보도하는지 감시한다? 조금만 치우쳐도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뉴스의 팩트에 대해 본격적으로 규제하고 감독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언론사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했음이 명백한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요청으로 문체부 장관이 해당 언론사 등에 시정명령을 하는 것이 골자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3단체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에 언론중재위가 허위 보도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문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문체부의 계획은 정 의원이 제시했던 것과 다르긴 하다. 문체부는 네이버·다음 등 플랫폼, 민간 자율심의기구를 포함한 민간과 협력·소통 시스템을 확립하고, 빅데이터 기반 기술, AI(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 가짜 동영상 등을 과학적으로 필터링할 것이며 아카이브 운영을 통해 이용자 참여, 자발적인 팩트체크를 해나갈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을 판단을 사람의 주관에 맡기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언론계 관계자들은 “‘알고리즘 뉴스 추천 서비스’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며 “‘AI 가짜뉴스 감지 시스템’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에 관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