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가뭄 대책 마련한 정부, ‘힘겨루기’ 그만하고 균형추 달아야 할 때

환경부, ‘광주·전남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 발표 尹 정부, 文 4대강 재자연화 뒤집기 나섰다 가뭄 대책은 힘겨루기 종목 아냐, 서민부터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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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주·전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경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 주요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달 내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미증유의 가뭄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사실상 이 같은 방침은 문재인 전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뒤집는 격이기에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기본·비상대책 나눠 가뭄 피해 억제

환경부는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 능력을 과거 최대 가뭄과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으로 나눠 재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생활·공업 용수 부족량을 산정했다. 이에 따라 가뭄 대책은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으로 구성됐으며, 전남 섬(도서) 지역은 여건과 특성에 맞는 별도의 맞춤형 대책이 수립됐다.

1단계 기본대책은 △물 공급체계 조정 △신규 수자원 확보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환경부는 장홍댐과 주암댐을 연계한다. 주암댐에서 광주·목포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광주, 목포, 나주, 화순, 함평, 영광)에 공급하는 물량 일 48만t 중 일부를 여유 있는 장흥댐에서 대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를 연계하겠단 구상이다.

장흥댐-주암댐 연계로 확보된 주암댐 여유 물량은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이사천 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45.7km에 달하는 도수관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광양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수어댐에 물이 부족해질 경우 주암조절지댐에서 광양산단으로 직접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비상 공급시설 설치를 검토한다.

신규 수자원으로는 하수·해수·지하수저류·지하수 등이 거론됐다. 우선 환경부는 여수시 공공하수처리시설 내 하수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설치해 여수산단 수용처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외 해수 담수화 시설 설치, 지하수 저류댐 개발, 신규 지하수 공공관정 개발 및 노후 공공관정 시설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한다. 특히 지하수 공공관정의 경우 전남 8개 시군 △나주 △목포 △순천 △영광 △장성 △진도 △함평 △화순을 대상으로 해 가뭄 취약지역 대상의 안정적인 물 공급 기반을 마련토록 한다.

2단계 비상대책은 △댐 비상용량 활용 △섬진강 추가 취수 △영산강-농업용 저수지-수도 연계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환경부는 극한 가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 용량(저수위와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과 사수 용량(댐의 바닥에서부터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까지 활용해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댐의 바닥 물까지 끌어모아 쓰겠단 의미다.

또 지역사회와의 협의 하에 섬진강 유량이 풍부한 시기엔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해 여수·광양산단에 공급키로 했다. 이외 농업용수의 하천수 대체 공급, 상류 농업용 저수지 물의 생활·공업용수화 등도 농림축산식품부 및 한국농어촌공사, 지역 농업인 등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가뭄 해결에 ‘4대강 보’ 적극 활용할 것”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환경부가 가뭄 문제 해결에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단 점이다. 환경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보 수위 상승으로 4대강 본류와 지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함으로써 보 영향 구간에 있는 취수·양수장과 지하수 사용지에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궤를 같이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 강조했던 바 있다. 이번 가뭄 대책을 통해 이 같은 윤 정부의 ‘문 정책 뒤집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번 가뭄과 관련해 4대강 보가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금강 백제보 하류 물을 도수로로 보령댐에 공급할 때다. 환경부는 지난달 3일 보령댐 가뭄대응단계가 관심 단계로까지 격상되자 200여 일 만에 도수로를 재가동했던 바 있다. 이 도수로는 하루에 11만5,000t가량의 물을 보령댐에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권 줄다리기에, 피 보는 건 서민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나주시의 나주호 저수율이 특히 낮은 데 대해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나주호는 1억600만t의 저수량으로 전남지역에서 가장 큰 농업용 저수지이나 현재 저수율은 34.8%로 예년 대비 6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저수율은 68%로 평년 대비 95% 수준인데, 이에 비해서도 나주호의 저수율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주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서 전라도 지역의 저수율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저수율이 72.7%,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이 각각 97.1%, 92.7%, 90.4%, 96.1%, 79.6%, 79.6%의 저수율을 보였을 때도 전북은 58.5%, 전남은 53.8%로 겨우 50%를 조금 넘는 수준의 저수율을 보였다.

이는 문재인 전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남 일대는 1년 가까이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나 영산강과 금강에 세워진 5개의 보 덕에 최악의 상황은 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선 문 정부가 보 수문을 상시 개방 또는 부분 개방 상태를 유지해 물을 내보내는 바람에 농업용수가 마르거나 생활용수가 부족해지는 등의 상황이 많이 발생하곤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가뭄과 홍수 피해가 급감했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임에도 문 정부가 이명박 정부 지우기에 몰두한 결과다.

물론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이 무리해서 진행된 면도 없진 않다.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은 철저히 외면한 채 보 해체에만 집중한 탓에, 보 해체 이후 가뭄이 심각해지며 농업용수뿐 아니라 식수 공급에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중장기 가뭄 대책을 정립하는 데 있어 양 정권의 줄다리기와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가뭄 대책이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장치로써 이용되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양 정권 사이 균형추를 맞춰 올바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