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석식 지원’ 시작하는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언제?

서울시, 어린이집 100곳 대상 ‘석식 지원’ 프로젝트 시작 “맞벌이 부부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 될 것” 국공립 어린이집 여전히 부족해, “확충은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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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TOIMAGE

서울시가 어린이집 100곳에서 석식 지원을 시작한다. 서울시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하원이 늦어지더라도 아이들이 제때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모의 저녁 준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야간연장보육을 이용하는 아동뿐 아니라 연장보육 아동들도 희망하는 경우 저녁 식사를 하고 하원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시범운영, 점차 확대해 나갈 것”

현재 어린이집의 대다수는 석식 조리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저녁 7시 30분 이후에 하원하는 야간연장보육 아동들만 중심으로 석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석식시간도 저녁 7시 이후가 많다. 게다가 일부 어린이집의 경우 석식 조리 인력이 부족해 중식 조리원이 미리 석식을 조리해두면 저녁에 이를 데워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배식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양질의 저녁 식사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어린이집 100곳을 선정해 오는 4월부터 어린이집 석식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지원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부모는 퇴근 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맞벌이 부부 A씨는 “가끔 일이 늦어지다 보면 평소보다 늦게 마칠 때가 있다”며 “그러면 야간연장보육을 신청한 아이들은 석식을 먹을 수 있지만 우리 아이는 사실상 간식으로만 저녁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집 석식 지원이 시작되면 이런 걱정이 사라질 것 같아 기쁘다”며 “석식이 지원되면 식사 준비 부담도 줄어 아이와 함께 할 시간도 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신청한 어린이집 중 석식 이용 아동 수를 비롯해 정원충족률 및 취약보육 운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린이집 100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어린이집의 석식 희망 아동은 총 2,63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100곳에 약 12억원의 인건비를 지원해 석식 보육도우미를 추가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선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희망만 한다면 누구나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원할 수 있도록 해 맞벌이 부부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올해 시범운영을 통해 수요 및 만족도 등을 세심히 모니터링해 점차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낮아, “어린이집 자체가 적다”

어린이집 석식 지원은 맞벌이 부부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 같은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공립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가정 어린이집 등 사립기관에서도 아이들이 영양 잡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할 수 있다면 부모로서의 부담은 확실히 줄어든다. 부모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쏠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언제나 정원이 남아나질 않는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야간보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행정·조리·담임 선생님이 세분화되어 있는 등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맘카페 등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글을 수십 개나 찾아볼 수 있다. 수요는 많은데 정작 자리가 없는 것이다.

어린이집 자체가 부족한 만큼 이용률도 낮다. 2021년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 124만4,396명 중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5만3,251명으로 전체의 20.4%에 불과했다. 2017년 12.9% 대비 7%p가량 오르긴 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국공립 보육기관 이용률이 평균 66%임을 비춰봤을 때 어림도 없는 수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약속했지만

이에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는 공공보육 이용률 50% 달성을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2025년까지 총 550곳 이상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공보육 이용률(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공공보육 이용률)은 32% 수준에 머물렀다. 국공립 어린이집 수 자체는 2016년 2,859곳에서 2020년 4,958곳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나, 희망 어린이 모두를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지방에서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서울에 비해 더욱 처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어린이집 이용 아동 중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이 49.8%에 달하는 것에 반해 지방에선 각각 제주 10.5%, 충청남도 13.7%, 경상북도 16.2%, 전라북도 17.1%, 대전 17.3%, 충청북도 17.7%, 광주 18.0%, 울산 18.3%, 인천 20.9%, 경상남도 21.6%, 전라남도 21.9%, 경기도 22.7%, 강원도 22.8%, 부산 26.4%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지방의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이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실제 시도별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광역시 중 서울만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비율이 38%에 달할 뿐 이외 세종시를 제외한 15개 지역은 모두 20%가 채 되지 않았다. 전국 평균으로 따지면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당초 지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40%까지 확대하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보육 이용률 50% 달성을 목표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25.5%에 머물렀다. 목표치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치다. 딸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 B씨는 “앞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다음 날부터 대기를 걸었다”며 “그런데도 아직 순위가 22위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은 저출산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 차원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 강조하고 있으나, 속된 말로 ‘입만 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화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